완성된 글을 두쫀쿠처럼 늘려 달라고요?

브런치를 통해 출간제안받는 법 (15)

by 뮤즈노트

두쫀쿠도 아닌데 완성된 글을 쭈욱 늘려 달라는 요청


책 출간을 위해서는 독자가 쉽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페이지를 편집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즉 작가의 글을 얹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를 '조판'이라고 부릅니다. 책이 조판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은 원고가 거의 완성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뜻밖의 요구를 받게 되곤 합니다.


"작가님, 비어있는 페이지를 메꿀 수 있게 원고를 늘려주시겠어요?"


편집을 하다가 여분의 페이지가 생기는 게 문제입니다. 예컨대 텅 빈 페이지에 "니다."란 두 글자만 달랑 있다면 낭비처럼 보이는 데다 성의가 없어 보이죠. 결국 일정 부분 원고를 늘려서 채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혼신의 힘을 다해 원고를 완성했는데 뭔가를 덧붙이는 게 께름칙합니다. 쓸데없는 말을 중언부언 붙여 넣어서는 완성도가 오히려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아래와 같은 유용한 팁이 필요합니다.


큰 그림을 보면서 보완

예시와 비유 삽입

좋은 문장으로 다시 쓰기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보완하자


보통 빈 부분을 채워달라고 하면 이미 완성된 글은 놓아두고 끝부분에 새로 덧붙여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완성도 높은 글을 썼다면 대개가 마무리 문장으로 '쾅'하고 결말을 지었기 때문에 덧붙이는 글은 사족이 되기 쉽습니다. 오히려 해당 챕터 혹은 꼭지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조망해서 논리와 설명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 군데군데 보완하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글로 원고를 완성했다고 해보죠.


강한 주장을 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 + 타당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강한 주장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유는 당연한 주장에는 근거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매출 실적이 중요하다! 우리는 영업부서니까!"라고 말했다고 해보죠. 매출 실적의 중요성은 상식에 속한 당연한 주장이기에 전혀 강력한 주장이라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영업부서니까'라는 근거도 불필요해 보입니다...


위의 글은 '새로운 아이디어 + 타당한 근거'가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당연한 아이디어 + 타당한 근거'를 내세울 때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 + 허술한 근거'의 예시는 빠져있습니다. 그렇다면 빠진 부분을 채워 넣는다면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될 수 있겠죠.


강한 주장을 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 + 타당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강한 주장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유는 당연한 주장에는 근거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매출 실적이 중요하다! 우리는 영업부서니까!"라고 말했다고 해보죠. 매출 실적의 중요성은 상식에 속한 당연한 주장이기에 전혀 강력한 주장이라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영업부서니까'라는 근거도 불필요해 보입니다... (기존 원고)

반대로 "매출은 중요하지 않다! 스트레스만 주는 숫자일 뿐이니까!"라고 주장하면 어떨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만 앞서고 타당한 근거가 희박한 경우인데, 이때도 강한 주장이 되긴 어렵습니다... "뭘 어쩌란 거지?"란 반응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추가된 원고)

예시와 비유는 늘려 써도 자연스럽다


위의 보기와 마찬가지로 글을 늘려 써야 할 때는 예시나 비유를 추가하는 편이 좋습니다. 수학의 개념을 이해할 때 하나의 문제풀이 보단 두 문제, 세 문제의 예시가 있을 때 더 이해가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독자 입장에서도 어떤 설명을 읽을 때 구체적인 예시나 비유가 풍부할 때 설득력이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예시와 비유는 독립적인 이야기 형태로 삽입되기 때문에 억지로 글을 늘려 쓴 느낌도 적고 기존 글과도 잘 융화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추가해 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나쁜 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명하게 흑백을 구분하듯 매체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TV는 예전엔 바보상자라고 부를 정도로 부정적인 매체였습니다. 어른들께선 '하루종일 TV만 보니! TV속에 아예 들어가 살지 그러니!'라고 혼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TV에는 의외로 좋은 점도 많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 (기존 원고)

게임이란 매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엔 오락실을 가면 호되게 혼나곤 했지요. 하지만 TV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최근의 모션인식 게임은 몸을 움직이게 되니 운동을 재밌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셋째... (추가된 원고)


기존의 TV예시에서 게임을 추가했지만 이질감 없이 기존 글과 잘 융화돼 자연스럽습니다. 이처럼 글을 늘려야 할 때는 예시나 비유를 적절히 보완하면 좋습니다.


푹 쉬었다가 좋은 문장으로 쓸 수 있다면 새로 써보자


1차 원고를 탈고하고 조판본이 작가에게 돌아올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잠시 책 생각은 하지 않고 푹 쉬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공포 스릴러 소설가 스티븐 킹은 소설을 서랍에 보관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면 쓸 때는 알 수 없던,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띈다는 것이죠. 스티븐 킹은 이런 거리 두기를 창작의 전략적 과정으로 제시합니다.


뮤즈가 찾아와 신나게 글을 쓸 때는, "신이시여, 이런 멋진 문장을 정녕 제 손으로 썼단 말입니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음날 아침에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은 겪기 마련이죠. 조판이 돌아오는 시간까지 휴식을 취하고 글을 읽어보면 구조적인 결점이 보이거나 강점과 약점이 더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럴 때에는 해당 단락을 새롭게 써보면 좋습니다. 그리고 기존 글과 비교해서 더 낫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히 새로 쓴 글로 교체하면 좋습니다. 물론 편집자님과 상의하면 더 좋겠죠?


완성된 글을 늘려 쓰는 건 출판 과정에서 대부분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위의 팁을 활용한다면 더 좋은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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