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셰프 레시피로 가정식을 만들다

아내는 출장 중

by 뮤즈노트

아내가 며칠간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다. 아마도 아빠와 아들이 투합하여 배달음식 대잔치를 벌일 것이라 예상했을 테지만 의외의 재미를 주기 위해 요리 솜씨를 뽐내기로 마음먹었다.


첫 번째 식사는 잡채밥이었다. 보통 잡채는 만들기 번거롭고 귀찮다고 생각하지만 채 썰어서 냉동실에 보관 중인 당근과 길게 잡채용으로 썬 돼지고기만 있으면 된다. 왜냐하면 오뚜기 잡채라면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잡채면 같은 걸로 잡채맛이 나겠어?' 싶겠지만, 면을 삶아서 이미 볶아놓은 당근과 돼지고기채와 섞어서 동봉된 스프로 볶은 뒤 참기름을 넣으면 잔칫집 잡채가 완성된다. 맛도 좋고 밥에 넣어 잡채밥으로 먹으면 정말 맛있다. 아들이 맛있게 먹고 난 뒤 사진 찍어둘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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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요리는 저녁식사였다. 아들이 파스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봉골레 파스타다. 원래는 해감한 조개를 넣어야 하지만 껍질 버리기도 귀찮으니 국내산 해물모듬을 사서 냉동조개를 골라 이용해 봤다. 조리법은 최현석 셰프의 봉골레 레시피를 참고했다. 봉골레의 감칠맛 나는 육수를 좋아하니 국물을 넉넉히 만들고 집 앞 제과점에서 소금빵을 사서 오븐에 살짝 구워 서빙했다. 아들은 마늘과 조개육수가 어우러진 육수에 빵을 찍어 먹더니 엄지 척을 셰프에게 줬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jpg 파마산 치즈를 사놨더니 쓸모가 많아 좋다. 보관 시엔 종이에 싸서 밀봉하면 오래간다.


밤이 되자 아들이 냉장고를 자꾸 열어본다. 파스타를 먹어서 금방 배가 꺼졌나 싶어서 물어보니 역시 배가 출출하단다. 저녁에 면요리를 하느라 남은 밥도 있겠다 바로 볶음밥을 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도 올라온 이연복 셰프의 더블계란볶음밥으로 만들었다. 이 볶음밥의 특징은 중화풍 튀긴 계란프라이를 만들어 채 썰고, 볶음밥식으로 스크램블 된 계란과 함께 섞어 볶아낸다는 것이다. 튀긴 계란의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이 어우러져 볶음밥을 더욱 맛있게 해 준다. 아들은 연신 '진짜 맛있다!'라고 말하며 한 그릇을 다 먹었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_01.jpg 밥알 하나하나가 코팅되도록 큰 팬에서 맛있게 볶아봤다. 큼직하게 썰어낸 튀긴 계란 맛은 일품이었다.

주말을 앞둔 전날 아들과 소파에서 티브이를 보며 이야기를 하다가 늦잠을 잤다. 엄마가 부재중엔 취침 시간이 자유로우니 아들은 낄낄대면서 좋아한다. 주말 점심이 가까울 때까지 자다 깼다. 계속 중식, 양식을 먹었으니 한식을 먹어야지 싶었다. 그래서 냄비밥과 김치찌개를 하기로 했다.


냄비밥은 쌀을 불린 뒤 쌀과 물이 같은 높이에서 물 한 컵 반 분량 정도를 더 넣었더니 딱 맞는다. 센 불로 끓어오르길 4분, 그 뒤에 불을 약불로 줄이고 8분, 뜸은 5분 정도 들였다. 냄비밥과 동시에 김치찌개를 했는데 강레오 셰프의 김치찌개 레시피로 만들었다. 이 레시피의 핵심은 방울토마토와 타바스코소스를 넣는다는 점이다. 놀라운 조합이지만 맛이 더 고급스럽게 변한다. 아들은 양이 꽤 되는 냄비밥을 다 먹었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_03.jpg 중국에서는 토마토계란탕을 김치찌개 먹듯 자주 먹는데 토마토를 김치찌개에 넣는 것도 상당히 맛이 좋았다.

아들은 카톡에 식사를 할 때마다 사진을 올려서 출장 간 엄마를 놀라게 했는데, '그렇다면 더 놀라게 해 주지!'란 마음이 들어 짬뽕밥을 하기로 했다. 레시피는 역시 이연복 셰프의 짬뽕 레시피를 따랐다. 기름에 고춧가루를 볶아서 고추기름을 내주고 마늘, 파, 양파, 채 썬 돼지고기를 볶아준다. 볶을 땐 고춧가루가 센 불에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칫 쓴 맛이 날 수 있다. 그 뒤에 치킨스톡, 간장, 맛소금, 굴소스 등으로 기본 간을 잡고 물이 끓어오르면 해물을 넣고 색을 내주는 청경채를 마지막에 살짝 데쳐주면 완성된다. 요즘 나는 탄수화물을 가급적 멀리하고 있으니 아들만 먹을 수 있게 역시 냄비밥을 지었다. "아빠, 중국집보다 맛있어!"라면서 밥을 말아서 맛있게 먹는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_04.jpg 야채의 단맛이 우러나도록 은근히 끓여도 좋고, 맛이 살짝 약하다면 설탕 한 꼬집 정도 넣어주면 좋다.

저녁에 먹을 요리는 중화풍 소고기 청경채볶음과 최강록의 차완무시다. 청경채볶음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소고기가 어우러지면 더 구수하고 영양적으로도 조화롭다. 야채의 익힘 정도가 흑백요리사 심사에서 중요하듯이 흐물 하지 않고 아삭한 느낌이 살도록 청경채를 볶아내는데 신경 썼다. 소고기는 밑간 하면서 전분을 함께 넣었다가 볶아낸다.


최강록의 차완무시는 이번에 처음 도전해 봤는데 오버쿡이 되어 탱글탱글 흐물흐물하기보단 계란찜이 됐다. 나는 계란찜을 좋아하니 나름 맛있게 먹었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_06.jpg 소고기는 스테이크가 맛있지만 가끔 간단히 청경채와 볶아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_05.jpg 차완무시는 역시 찌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중요한 듯하다.

아내가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해먹은 음식은 최강록의 콘버터밥과 선재스님이 만드셨던 레시피를 참고해 된장국을 끓였다. 그걸론 반찬이 부족하니 오븐에 구운 냉동 양념치킨도 곁들였다. 일단 된장국이나 찌개라면 늘 알던 맛이다. 그런데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된장과 채소 위주로 담백하게 끓이면 과연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다. 그래서 흑백요리사에 나온 브랜드의 간장과 된장을 주문해 뒀고 마침 도착한 터였다. 간장은 11년 산이 유명하지만 3년짜리로 샀고 된장 역시 같은 브랜드의 2만 원대 제품을 구매했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_07.jpg 재래식 간장이라 짜니까 요령껏 사용해야 한다. 된장은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콘버터밥은 냄비밥을 짓고 그 위에 버터를 녹이고 통조림콘을 물기를 빼고 얹어서 비벼먹으면 된다. 놀랍게도 통조림콘 특유의 맛은 사라지고 마치 잘 지은 옥수수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들은 콘버터밥에 치킨을 먹었고, 나는 간장과 계란프라이를 곁들여 먹었는데 말 그대로 최고의 간장계란밥이었다.


채소와 된장으로만 맛을 낸, (나는 최소의 된장국이라 부르고 싶다) 된장국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건강해지는 맛인 동시에 재료 본연의 단맛을 느낄 수 있고 된장 맛 하나하나가 느껴져 좋았다. 이 조합은 나중에 아내에게 다시 만들어줬다. 아내는 정말 맛있다고 좋아했다.

KakaoTalk_20260128_224714895_08.jpg 콘은 많이 넣을수록 맛있다고 해서 지나칠 정도로 많이 넣었는데 먹다 보니 괜찮았다.

얼마 전 친구에게 신년목표를 물으니, 그 순간에만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것이란 답을 했다. 그 말은 달리 말하면 음미하는 삶일 것이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소중한 식사시간조차 정신없이 때우는 식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으로 '여기 있어요!'를 외치는 음식 대신, 천천히 맛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음식을 만들고 또 그런 음식을 맛보는 것이야말로 음미하는 삶이란 생각이 든다.


허겁지겁 먹으며 살을 찌운 나는, 오히려 자주 허기를 느낌으로써 더 예민한 미각을 갖는 쪽이 음미하는 삶, 그 순간에는 그것만 생각하는 삶에 가까운 것이라 자주 되뇐다. 더 음미하기 위해 살을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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