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왜 술술 읽히지 않을까?

브런치를 통해 출간제안받는 법 (14)

by 뮤즈노트

첫 번째 글(링크)부터 순서대로 읽으시면 더 도움이 되겠죠?


내 글은 왜 술술 읽히지 않을까?


"글이 너무 어려워"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

"무슨 소린지 한참 생각해야 돼"


주변 사람들에게 글을 읽혔을 때 이런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거야 내 수준을 못 따라오는 너의 문해력 때문이야."라고 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일반 독자를 목표로 책을 쓰는 작가라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논문이라면 어려워도 대학원생들은 눈물을 훔치며 읽겠죠. 그런데 대중을 대상으로 한 글이 가독성이 떨어진다면, 책이 팔리기는커녕 출판사 편집자에게 "작가님 제발 쉽게 써주세요"라는 말을 매번 듣게 될 겁니다.


특히 (앞선 글에서 말했듯) 책이란 등산처럼 평이한 부분에선 속도를 내고 클라이맥스에선 속도를 늦추는 등 리듬감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설악산 오색코스처럼 가파른 계단만 나와서는 힘들고 지루한 독서가 되고 말겠죠. 저술 전략상으로도 몹시 불리하단 겁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작가가 알고 있어도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고방식이 확고하고 스타일이 어느 정도 확립된 작가일수록 쉽게 쓰는 걸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글이 어렵단 말을 들으면, "잘난 척이 아니라 난 그냥 내 생각을 담백하게 썼을 뿐이야."라며 억울해합니다. 그 말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 작가는 고집스럽다기보다 애초에 그런 스타일과 문체를 갖고 있어서 문체를 바꿔 쓰기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분명한데, 해결책은 요원합니다. 기존의 확립된 문체를 버리고 쉬운 글쓰기를 새로 배울 수도 없고 말이죠. 과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빠르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글을 쓰는 비밀


일반 독자의 독해력과 작가의 문체는 뜻밖에도 학문적 영역에서 오랜 기간 연구되어 온 주제 중 하나입니다. 제 예전 논문에서도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바 있습니다. 그래서 깨달은 비밀은 바로 다음 질문에 있습니다.


평소 글을 얼마나 빨리 쓰십니까?


일필휘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붓을 들자마자 단번에 문장이 완성되는 신필의 경지를 뜻하는 말이죠. 그런데 글을 쓰는 속도는 알다시피 작가마다 또 장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십 년에 걸쳐 중편 소설 <설국> 한 편을 완성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같은 작가도 있고, 밤새워 후딱 무협지나 웹소설 한 편을 써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때, 작가의 저술 속도는 독자의 읽는 속도와 깊은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즉 작가가 빠르게 쓰면 독자 역시 그 부분을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십 년 걸려 한 문장 한 문장 정성껏 쓴 글은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마찬가지로 많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해집니다.


프랑스 작가인 자크 구아마르는 <대중소설의 형태상의 구조들>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신문소설가들은 그들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까 두려워 대체로 문체상의 탐구를 삼가면서 완성된 이미지와 상투적인 문구들을 인용한다. 그렇다고 작가의 어떤 몰개성이라고 결론짓지는 말아야 한다. 신문소설의 집필은 아주 빠르다. 그러므로 체계화되는 잘 되어 있지만 절제되는 일이란 거의 드물다."


정비석이 쓴 <통속소설 소고>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윤리관이 상식적이고 이야기 줄거리에 파란곡절이 풍부해야 하며 긴 설명보다 간단한 회화로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며 문장이 평이하면서 선동적이어야 한다."


신문소설, 특히 요즘의 웹소설과 같은 책은 가독성이 중요합니다. 즉 군것질 먹듯이 빠르게 읽혀야 하고 쉽게 이야기의 구조가 이해되는 것이 장르적 미덕입니다. 빠르고 쉽게 읽히는 글은 작가 입장에서 빠르게 쓴 글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과거부터 신문소설처럼 매일 마감이 있는 대중 작가들은 스피디한 작법을 저마다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깊게 사고를 하는 작가일지라도 일단 글을 빠르게 쓰다 보면 위의 인용에서처럼 상투적 문구와 상식에 기댄 문장을 쓰게 됩니다. 즉 독자와 비슷한 눈높이와 속도로 걷게 된다는 것이죠. 대신 예술적 표현과 비유, 그리고 묘사는 최소화되게 됩니다. 그 부분은 몰개성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요소는 나중에 보완하면 됩니다.


빠른 독서는 작가의 빠른 집필 속도에서 나온다.


"나는 빠르게 소비되는 글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정성껏 수놓은 진심이 담긴 글을 쓰고 싶어요."


작가로서 올바른 태도입니다. 그런데 설악산 대청봉에 이르는 코스는 여럿이 있습니다. 오색코스처럼 무미건조한 계단이나 험준한 공룡능선을 타고 오를 수 있습니다. 물론 소공원을 지나 아름다운 풍경이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는 비선대 천불동계곡 코스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쉬운 글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쓸 수 없거나 써본 적 없다는 이유로 등산 초심자 같은 독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코스를 강요해서도 안될 일입니다. 친절하고 유능한 가이드 같은 작가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방금 완성한 글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편집자에게 들었다면 글쓰기 속도를 높여보세요. 전보다 훨씬 빠르고 읽기 쉬운 글이 완성되어 있을 겁니다. 지나치게 쉽고 평이한 글이라면 퇴고를 하면서 리드미컬한 언덕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글이 막힐 때나 지나치게 어려운 말들로만 맴돌 때, 빠르게 쓰기를 시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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