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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리 May 06. 2020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꿈속에선 언제나 주인공인 내가 있다.

어느 날 문득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난 서점으로 향한다.

대형서점, 독립출판물들을 팔고 있는 동네서점 할거 없이 책이 있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발길 닿는 대로.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특별한 향기가 있다.

각자의 공간에서 품어내는 책의 향기.

책의 향기를 맡고 있으면 오래전 첫사랑이라도 만난 것처럼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고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서점은 나에게 최고의 힐링 장소이자 하루하루 반복되는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소중한 쉼터이다.

마냥 해맑기만 했던 초등학생 시절을 지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의 중2를 거쳐 대학교 진학만을 위해 경주마처럼 정신없이 내달렸던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10년 넘는 경력에 직장인. 내가 있었다.


첫 직장 취업 후 하루의 대부분 내 이름을 대신 한 건 선생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난 천사 같은 아이들의 선생님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밝은 아이들 모습에 행복했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도 컸지만 1년, 2년, 3년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여갈수록 그만큼 더해지는 업무에 쉴 새 없는 야근에 커져만가는 책임감에 모르는 사이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고 복잡한 출퇴근 버스 안, 언제부터인가 어디론가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휴가와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매일을 보내고 한 계절과 계절을 살아가는 나를 발견했다.

'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이게 아닌데...'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발길 따라 찾은 작은 서점에서 한 권의 에세이집을 보게 되었다.

첫 책장을 넘기던 순간 밑도 끝도 없이 떠오른 생각 '나도 글을 쓰고 싶다...'

온종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서점에서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그날 밤.

너무 생생해서 깨고 나서도 잊히지 않았던 꿈.

꿈속에서 본 서점엔 내 이름이 적힌 책들이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었고 내 책을 손에 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 사이로 테이블에 앉아 내 이름 세 글자를 또박또박 적으며 웃고 있는 내가 있었다.

작가.

잊고 살았던 나의 꿈.

안정된 월급과 직장을 쫓아 쉼 없이 달려온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루고 싶었던 그러면서도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아주 오래된 나의 꿈.


그날부터 난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글 쓰는 사람.

글을 쓸수록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졌다.

가보지 않은 길, 10년 넘는 시간 동안 선생님으로만 살았던 내가, 한 가지에 익숙해 있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가 어쩌면 잘못된 것이었다.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늦은 나이도 아니라는 생각에 지나고 후회하며 더 늦기 전에.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면 그 시작이 어디든 상관없었다. 

처음은 웹소설 플랫폼을 시작으로 정말 어느 순간부터 미친 듯이 하루도 빠짐없이 글만 썼다.


서투른 솜씨였지만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한 명 두 명 생겼고 응원의 댓글들과 함께 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누게 되었다.

독자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던 말 작가님.

작가님이라는 그 호칭이 어색했고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고 너무나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면서도 선생님으로 살았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설렘과 가슴 벅찬 순간들을 맞이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브런치에 문을 두드렸고 감사하게도 내 이야기들을 담은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대단한 이야기도 지식을 전달하는 글도 아니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 소소한 이야기,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며 그 속엔 행복해하는 내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식사자리,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친구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뉴스 보니까 제일 배고픈 직업 1위가 글 쓰는 사람이래, 너 설마 선생님 집어던지고 작가로 살겠다는 건 아니지?"

"왜? 그게 어때서? 내가 하고 싶을 일 하면서 살면 그게 제일 행복이지..."

인정하긴 싫지만 한편으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친구의 뼈아픈 말에 그저 피식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그럼에도 난 글이 주는 힘을 믿는다. 

하루의 일상에 지치고 힘든 누군가가 어느 작가의 글을 읽으며 조금의 위안과 위로, 어깨를 기댄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아주 조금은 지쳤던 마음에 다시 힘을 내고 용기를 얻을 거라고.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랬던 것처럼.

그게 내가 바라고 지금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어쩌면 친구의 말처럼 배고픈 직업이 될지라도.


글을 쓰고 싶은 누군가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로 망설이며 시작을 주저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한번 믿어보라고. 

인생에 정해진 때와 정답은 없듯이 글에 대한 애정과 열정만 있다면 막연한 그 꿈의 주인공이 내가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꼭 한번 도전해보라고 마음 다해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작가로서 첫걸음마를 시작한 나를 오늘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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