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다가
기억도 가물해져 버린 그래서 사진 저장 날짜를 보고서야 '아... 그땐 이랬었지.' 하며
추억이라도 더듬듯 떠올리게 되는.
어느 주말 오후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한잔을 곁에 두고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 한 장 한 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오래된 회식 사진부터 친한 지인과 함께했던 영화관, 사촌 동생과 찾았던 대학로의 어느 식당.
노래방 한편에 앉아 잔뜩 흥에 겨워 댄스 배틀이라도 하듯 알 수 없는 춤과 함께 부르던 댄스곡, 로맨스 영화에서 이별을 맞이한 주인공처럼 심취해 부르던 발라드까지 두 시간 넘게 노래를 부르며 즐거웠던 모습을 담은 사진들까지... 핸드폰은 행복했던 그날의 기억을 담은 사진들로 가득했다. 그러다 문득 눈길이 머무는 곳,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 없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얼굴들을 보니 그립다 못해 까마득한 추억으로 느껴졌다.
출근을 위해 서둘러 일어났던 아침, 틀어놓은 뉴스에서 흘러나오던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일기예보를 보고서야 서랍에 있던 마스크 한 장을 가방에 챙기던 손에 꼽을 만큼 오래된 기억들,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다가도 언제쯤 그때의 시간들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잘 지내지?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바다 보러 다녀오자." 가벼웠던 인사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별일 없지?" 하는 말로 안부를 묻게 되는, 별일 없냐는 인사가 자연스레 먼저 흘러나오며 내 주위의 지인들과 친구들, 가족들에게 정말 별일이 없는지,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이 잘 지냈는지를 습관처럼 묻고 있다.
불안하고 답답한 하루, 지친 일상에 아프지 않고 별일 없기를.
별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요즘.
내가 아는 사람들과 나를 아는 사람들이 그저 오늘 하루도 무탈하기를.
그렇게 하루하루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언제인지 모를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싸움이 마침내 막을 내리는 날.
별일 없이 무탈한 일상을 보낸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 편히 웃으며
마주 잡은 두 손에 그들의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기를
평범하기만 했던 당신의 오늘 하루도 그저 별일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