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2] 플루트

by 케이건드라카

중학교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학교 4. 예고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는데 많은 장면 속 가장 내 기억에 남았던 것은 플루트였다. 플루트를 부는 드라마 속 인물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언젠가 악기를 하게 된다면 꼭 플루트를 선택해야지 생각했다. 그 이후 나는 음악 전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악기를 배우거나 연주할 일도 전혀 없었다.

그러다 어쩌다 교대에 진학하게 되었고, 또 어쩌다 음악교육과 학생이 되었다. 입학하니 음악과 학생은 악기를 하나 선택하여 연습 후 4학년 때 졸업연주회를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동기들이 하나씩 악기를 선택했다. 악보를 거의 볼 줄 몰랐던 나는 문득 중학생 시절 보았던 학교 4가 생각났고 플루트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번 뱉은 말은 점점 무거워져서 나는 플루트 배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플루트는 남자에게 어울리는 악기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반짝이는 몸체, 얇은 몸체가 여성에게 더 어울린다고 그때도 생각했고 지금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4년 동안 다른 악기로 바꾸지 않고 꾸준히 연습했고 나에게는 과분한 졸업연주회 무대에도 설 수 있었다.

졸업연주회 후 10년 넘게 플루트를 손에서 놓았었다. 대학생 시절에 열심히 연습해서 에너지를 다 쓴 것처럼 내 생활 속에 플루트의 자리는 없었다. 그랬던 내가 작년부터 다시 플루트를 시작했다. 강원플루트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작년에 다시 연주회 무대에도 섰고,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대학생 때만큼 열정적으로 연습하지는 못하지만, 평생 함께 할 악기 친구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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