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선대한다는 것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아요.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잖아요. 아프니까.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있어요...우리 결국에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보도록 해요.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기심은 작은 아이의 울음을(마치 우리는 예전에 울지 않았던 것처럼) 소음으로 느끼게 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게 한다.
우리의 이기심은 참사로 자녀를 잃은 부모의 사망의 원인을 밝혀 달라는 부르짖음을 외면하게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에 이유를 묻지 않는다.
소외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개인과 공동체는 귀를 닫는다.
자신의 이기심을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부유하는 그 질문들은,
‘난 문제없어’라는 자기기만으로 돌아온다.
예외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 안의 실재하는 이기심은 타인을 선대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선으로 악을 이기려는 노력이 쳇바퀴 도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이기심을 성실하게 마주하고 정직한 질문을 던지려고 애쓴다면,
한계를 인정하지만 선을 추구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든 울음이 그치지는 못하겠지만,
아주 조금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