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아이 만나기
* 내면아이 : 심리학자 카를 융(Carl Jung)의 타고난 심리 행동 유형을 의미하는 원형(archetype) 개념에서 나왔으며 인간의 무의식 속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를 입은 자아를 의미합니다.
사랑은 모래 같다.
붙잡으려고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들어내놓고 사랑을 갈구하기보단,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사랑을 고파했다.
나는 눈치를 많이 보던 아이였다.
다른 사람의 눈빛과 말투를 통해 감정을 예측하는데 능했고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 행동을 선택했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얻는 일에 몰입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듯이
그렇지 못한 순간에는 말 못 할 외로움과 거절감으로 씨름했다.
나는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였고,
적당한 사연이 있는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다섯 초등학교를 다녔고
첫 연애가 조금 삐그덕 했다.
나의 내면아이는 잔뜩 웅크리고 있었고
거절과 외면을 두려워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내면아이를 안아주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랑을 고파하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게 어려웠고
내가 결핍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슬펐다.
시간이 흐르며 아주 천천히 내면아이를 안아주기 시작했고
나는 조금씩 성장했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는 믿음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자기 채움과 균형 잡힌 관계로 나아가는 열쇠라는 점입니다.
◆ 제시카 바움,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최다인 옮김, 부키, 24쪽
우리 모두 가슴 한편에는
내면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나는 순간이 온다면
따뜻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안아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