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떠나보내고, 글로만 배웠던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고, 더 보살펴 주지 못한 나는 무력한 존재였지요.
주위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죽음의 원인이 자살이라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에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망설여졌고, 주위의 비딱한 시선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조차도 그 죽음을 해석하기 어려웠고 때때로 그녀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고, 고심 끝에 상담사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사에게 조차 나의 솔직한 감정을 풀어놓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약 세 달간 상담을 진행하며 나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을 털어놓았고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감정과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지요.
내게 어떠한 판단을 하지 않고, 지지적인 태도를 놓지 않는 이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일은 많은 위로를 주었고 저는 그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내가 너였다면,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 나는 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질병과 끝까지 맞서 싸웠던, 용감했던 네 모습만을 기억해.
저는 상담이란 타인이 맞고 있는 비를 같이 맞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상담사가 내담자의 비를 제거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그 비를 같이 맞을 수는 있어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었습니다. 나의 상담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자살시도자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어요. 혼자 이겨내기 힘든 어려움이 찾아온다면 다시 찾아뵐게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홀로 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합니다. 되도록이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 2급),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상담심리학회(1급, 2급),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1급, 2급) /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최소한의 임상 및 수련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격입니다. 물론 이 자격이 아니더라도 좋은 상담사는 있겠지만, 처음 상담을 받는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