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살할 위험이 없다.
첫 번째 속설은 누군가 생을 끝낼 의도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근거한다. 이는 틀린 생각으로, 자살 생각·충동이 양면성을 띤다는 것, 이런 생각이 강렬해지다 사그라들기도 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 자살의 동기가 복합적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추정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실제로 자살로 사망하는 열 명당 적어도 네 명은 자살하기 전 누군가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이야기를 꺼낸다고 한다.
로리 오코너,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3장 자살에 대한 속설과 오해, 76-77p
자살시도자를 만나다 보면, 자신의 자살에 대한 생각,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살 생각을 나누었을 때 돌아오는 편견과 차가운 시선들은 그들의 입을 막곤 했지요. 그래서 자살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자살시도자는 상담실에서 안도감과 연결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살에 대한 사회 분위기는, 관련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자신의 죄책감과 불편감을 덜고 싶다는 듯이 '척하네, 정말 죽으려는 사람은 죽고 싶다고 이야기 안 해.'라고 말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요. 저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자살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을 느낄 뿐이지요.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 : 자살 유족 상담을 통해, 자살사망자의 죽음과 관련된 정신적, 행동적인 요인들을 규명하는 활동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前. 중앙자살예방센터·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발간한 '21년 심리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4.0%는 자살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경고 신호 중 감정상태의 변화(64.4%, 1위), 수면상태의 변화(60.0%, 2위), 무기력, 대인기피, 흥미상실(51.8%, 3위)에 이어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함(51.%)'이 4위였지요. 이처럼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살 이전에 경고 징후를 보이며, 구체적으로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부분은, 이러한 자살 경고징후를 인지하는 비율은 22.7%였으며, 인지한 사람들 중 46.2%는 걱정은 했으나 별다른 대처를 취하지 못했고, 전문기관에 데리고 간 사람은 17.5%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보고서는 내용은 우리 사회가 자살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었지요.
대화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자살 관련 발언은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라. 상대에게 연민을 담아 직접 물어본 다음, 무엇 때문에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함께 방안을 구하라.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보건 전문가나 비상 서비스에 연락하라.
로리 오코너,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3장 자살에 대한 속설과 오해, 77p
주위에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려 깊은 시선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니,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비난 어린 시선은 거두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삶의 끝자락에 서있는 이들에게 '척한다'는 이야기만은 멈추어주세요.
우리 사회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리라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따뜻한 곳이라고 말하고 싶기에, 아직 우리 마음에 서로에게 작은 관심을 줄 여지가 남아있기를 바라기에, 희망을 품어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