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크리츨리의 '자살에 대하여'를 읽고
"우리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 자살이라는 주제는 매우 불쾌하면서도 끔찍할 정도로 강력해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사이먼 크리츨리, 『자살에 대하여』
나는 모호한 글을 좋아한다. 삶이 복잡하기에 그렇다. 자살도 그렇다. 자살은 죄이며, 잘못된 선택일 뿐이라는 주장에 나는 고개를 젓는다. 반대로 자살은 한 인간의 선택일 뿐이며, 존중받아야만 한다는 말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삶은 소중하다며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행위에 나는 물음표를 던진다.
그래서 답을 내리기 보다, 자살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이해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좋았다. 현대 사회가 인간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는 깊어가면서도, 자살의 복잡성에 대해선 침묵하는 부분을 짚는 부분은 자살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조심스럽게 ‘삶을 정지해 있게 하며, 빛나는 상(prize)에 대한 기대 없이 우리 자신을 열어 둘 때, 일종의 충분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사려 깊게 독려한다. 삶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지해 있게 하는 것. 자살의 복잡성에 대해 조금 더 논의가 깊어지기를 바라본다.
"삶은 여기 정지해 있고 우리가 끝없이 변화하는 무심한 회갈색 바다를 마주할 때, 속박, 자기연민, 불평 또는 보상, 빛나는 상(prize)에 대한 기대 없이 그 무심함에 우리 자신을 부드럽게 열어둘 때, 그 순간만이라도 우리는 지속해온 것 그리고 지속할 것이 될 것이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종의 충분함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