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드라마를 쓰지 마세요.
주연 배우는 조정석, 김대명, 전미도, 정경호, 유연석 등으로 15세 이상 시청 관람이다.
소개된 자료에 보면 감동이 아닌 공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며,
결국은 사람 사는 그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다.
먼저 드라마 과정을 배울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설명이 바로 "슬의생"이었다.
당시 첫 수업 때 작가님께서 나와 같은 작가지망생에게 물어보셨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여러분의 인생드라마가 어떤 작품이세요?"
수많은 작품들이 나왔지만 꽤 높은 비중으로 언급됐던 것이 바로 "슬의생"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나왔던 설명이 충격적이라 이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작가지망생은 슬의생 같은 드라마를 쓰시면 안 됩니다."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였던 나에게도 저 멘트가 꽤 충격이었다.
그다음 작가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더니 이해가 됐다.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고, 재미있지만 작가지망생이 쓰기 가장 어려운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나중에 내공이 쌓이고 충분히 경험이 쌓였을 때 도전해야 한다."
그때는 사실 잘 이해를 못 했는데, 지금은 그 말씀이 약간은 이해가 된다.
드라마/영화/웹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주인공의 '욕망'이다.
어떤 욕망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주인공 캐릭터가 움직이는 게 이해가 되니까.
그래서 강렬한 욕망과 자극적인 소재가 그만큼 글쓰기가 쉽다고 했다.
"남편에 대한 복수", "불륜에 대한 복수" 등처럼.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슬의생" 시즌2의 1화는 정말 쓰기 어려운 작품이다.
"우리네 평범한 삶의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게 이해가 되지만
시청자에게 그것을 각인시키는 게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도 5명의 주연 배우 각자의 개성을 끌어내면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건 더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슬의생" 시즌1과 2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 사는 이야기, 평범한 삶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내가 본 "슬의생" 시즌2 1화에서도 2가지 포인트가 나온다.
첫째, 실수와 부족함.
산부인과 조교수인 양석형(김대명)과 레지던트인 추민하(안은진)의 케미는 이런 부분이 잘 보인다.
환자에 대한 배려와 실수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가르쳐주는 양석형(김대명)과 그것을 배우는 추민하(안은진)
"한 번은 그럴 수 있어. 두 번은 안된다"라고 말하는 양석형(김대명)의 멘트가
"스스로는 알아서 깨우치는 게 없다"라고 자책하는 추민하(안은진)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꽤 무겁게 다가왔다.
살다 보면 안다. 실수는 한 번까지만 용납된다는 걸.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깨닫는다.
사람인 이상 실수는 한 번만 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저 멘트가 더 무겁게 와닿는다.
둘째, 태도와 관점.
1화의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은 추민하 선생의 차트 정리다.
거기서 추민하(안은진)는 이야기한다.
차트를 기록하는 사람, 기록한 날짜, 환자, 전공의 모두가 똑같고 단지 교수님만 다른데
환자의 기록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는 걸.
그러면서 나중에 양석형(김대명)에게 묻는다.
만약 나중에 아기나 산모가 잘못되었을 때 교수님은 원망을 들을까 무섭지 않냐고.
거기서 양석형(김대명)은 무섭다고 대답한다.
단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것만 생각한다고.
다른 걸 생각하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어쩌면 지식이나 확률 같은 객관적인 사실은 우리에게 동일한 의미를 부여한다.
단지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어디에 포인트를 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는 화였다.
누군가에게는 낮은 확률이 포기하는 근거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확률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1화의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지만
안정원(유연석) 교수가 장겨울(신현빈)에게 조언해 준 말과 일맥상통한다.
죽은 아이의 어머니가 계속 찾아오는 걸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해드려."라고
그래서 1화를 보고 생각했다.
단지 "따뜻한 마음의 따뜻한 관점이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 거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