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5] 스며든다는 것(방문객)
부제: 닮아간다는 것
나 역시도 그렇지만,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 고집이 센 편이다. 아니, 사실 사람은 원래 고집이 센 게 아닐까? (한 번도 고집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일부러 '내 입맛대로' 혹은 '내 뜻대로' 바꾼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건 나를 만나기 전에 그 사람이 견뎌낸 수많은 시간을 넘어 걸어오고 경험하면서 축적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인 정현종 선생님의 "방문객"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스며든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래도 모든 모습이 달라질 수는 없다.) '스며들어서 닮아간다는 것'은 연애나 결혼할 때 좋은 점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점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나는 커피 중에 라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아메리카노의 쓴 맛이 입에 맞지 않았고, 속이 쓰렸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됐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맛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항상 라떼를 마셨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됐다. 왜 달라졌을까? 딱히 이유는 없다. 예신이 마시던 아메리카노였고, 그걸 나도 같이 마셨고 거기에 우리의 시간이 더해지다 보니 이제는 아메리카노가 옛날의 내가 알던 만큼 쓰지 않았고, 속이 쓰리지 않았고, 오히려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게 이제는 당연하다.
반대로, 예신은 문자나 카톡을 할 때 ...을 사용하는 버릇이 있다. 언젠가부터 나도 카톡을 하면서 ...을 많이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지만 예신은 그게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해서 닮아가는 걸 걱정했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대화창을 보고 문자를 봐도 내가 쓴 말은 나의 말이었고, 예신이 쓴 말은 예신이었던 말에서 우리의 시간이 더해지고 스며들면서 닮아가니 이제는 내가 쓴 말이 예신의 말 같았고, 예신이 쓴 말이 나의 말 같았다.
스며든다는 건 닮아간다는 의미이다. 그게 어떤 버릇이든 꽤 기분 좋은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의 작가 연습,
S#1. 파주의 카페 안(낮)
식물 가득한 내부에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 대화 소리만 가득하고 있고,
음료와 파스타, 빵을 가지고 자리에 앉는 예랑과 예신.
예신: (가져온 음료를 보면서) 코코넛 라떼를 주문했네? 예랑이는 코코넛 별로라고 하지 않았나?
예랑: (음료 위의 코코넛을 보고 있는 예랑) 그랬었나? 별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주문했네
예신: (웃으면서) 저번에 내가 코코넛 음료를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한 건가?
예랑: (코코넛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것도 있고, (한 모금 더 마시면서) 마시다 보니 괜찮았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