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에 대하여

시 이백십삼

by 설애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글을 내 것인 것처럼 가져와 쓰는 일입니다.


김경미 시인은 옆 사람이 전철에 탄 다른 사람의 하품을 표절했다고 합니다. 하품처럼 전철에 탄 사람들의 일상이 비슷하여 서로 표절했다고 합니다. 지하철에서의 일상은 수저통의 젓가락처럼 비슷하지요.


우리는 매일 표절시비를 벌인다
(중략)

밤 전철에서 열 사람이 연이어 옆 사람
하품을
표절한다

표절 中, 김경미


하품처럼 한숨도 쉽게 표절됩니다.

저는 습관처럼 한숨을 쉬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망했다'라고 말하는 나쁜 말버릇도 있었습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제가 한숨을 쉬며 '망했다'라고 하니 같이 일하던 후배가 "뭘, 망해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격려하며 잘해보자고 해도 모자랄 마당에, 선배가 망했다고 푸념하다니요. 그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한숨도, '망했다'는 말도 줄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쁜 버릇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아직도 무의식 중에 한숨 쉬며, '망했어'라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래도 의식을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이 들어 의식적으로는 긍정의 말을 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힘든 일에, 제 한숨까지 얹을 수는 없으니까요.


나쁜 것도 표절되지만, 재미있는 것도 쉽게 표절됩니다. 박현수 시인은 아들의 말을 표절합니다.


표절


박현수


아빠,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튀김 튀기는 소리 같아

정말, 이걸

내 시에 써먹어야겠다

안돼, 내

일기장에 쓸거야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튀김소리로 표현한 것도 기발하고, 그걸 시에 써먹겠다고하는 아빠도 참 귀엽습니다. 빗 속에서의 아빠와 아들의 추억을 담은 저절로 웃음이 나는 표절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긍정의 표절도 소개합니다.


난 이제 바람을 표절할래
(중략)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이 싱싱한 아침냄새를 표절할래
(중략)
진동하는 용수철처럼 쪼아대는 딱따구리의 격렬한 사랑을 표절할래
(중략)

불멸의 표절 中, 정끝별


<불멸의 표절>이라는 제목은 자못 비장하기도 합니다. 싱싱한 아침냄새, 딱따구리의 격렬한 사랑, 그런 자연의 것들, 한숨 돌릴 수 있는 것들을 '표절할래'라는 정끝별 시인의 말에 공감합니다.



표절은 사전 의미 상, 그리고 통상적으로 나쁜 의미입니다.


하품도, 일상도, 한숨도, 그리고 재미있는 말도, 바람도, 싱싱한 아침 냄새도, 격렬한 사랑도 표절의 대상이 됩니다. 어떤 말이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하는 것은 마음에 그은 선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시들이, 선 넘었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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