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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이상'을 듣고

구보, 박태원과 이상, 김해경을 주인공으로 한 탐정 소설인 경성탐정이상

by 설애

모던보이, 영화 제목이기도 한 모던보이인 이상과 구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인 김재희 작가의 [경성탐정이상]을 오디오북으로 듣기를 끝내고 나니, 또 이어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싶어졌다. 책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굴레에 또 빠져버렸다.


* 윌라 앱에서 경성 탐정 이상을 검색하고 캡쳐한 사진

이상은 '오감도'를 쓴 시인이자, `날개'를 쓴 소설가이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건축학자이자, 하융이라는 이름으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삽화를 그린 삽화가이자, 다방 제비의 주인이기도 했다. 이상이 1937년 26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을 고려할 때, 날개의 첫 문장처럼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에 걸맞는 화려한 경력이다.


구보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작가로 이상과 같이 '구인회' 활동을 하였다. 생계형 소설가라고 소개된다. 겁이 많고 친근한 주인공이다.


주인공 언저리에 금홍이가 있다. 이상과 동거하며 다방 제비를 운영하는 여인이다. 이 소설은 현실을 잘 반영하여 인물과 사건이 잘 재창조되어 있다. 실제로도 존재했던 금홍이가 잘 살아나 있다.


이상과 금홍의 사진, 출처 : https://mobile.newsis.com/view/NISX20161109_0014505955

이상(李箱)은 필명으로 본명은 김해경, 삽화가일 때는 하융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고, 구보의 본명은 박태원이다. 이 책에서는 구인회에서 만난 두 사람이 경성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으로 나온다.

감히 셜록 홈즈와 왓슨에 비견할 수 있는 조합이라 하겠다. 이상 탄생 1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책으로 1930년대 경성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해결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표지이기도 한 이상과 구보, 김소운의 사진은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현실과 작품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구인회 사무실에서, 이상, 구보 그리고 김소운 출처 : https://m.blog.naver.com/wmk6393/221430291813


일본 애니메이션 '문호 스트레이독스'는 일본의 유명한 문학가인 다자이 오사무, 에도가와 란포 등이 주인공인 탐정물(누아르도 있는)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 작가를 모티브로 한 창작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들으며 '아! 이거다!'라고 감탄했다.


'문호 스트레이독스'는 과거의 인물을 현대의 초능력자로 데려와 펼쳐지는 탐정물이라면, '경성탐정이상'은 근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그려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그 시대의 거리, 인물, 노래 등...

나중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대해서도 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경성은 능력 있는 자들이 이유도 모른 채 취직도 못 했던 시기로 이상과 구보가 탐정활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기생이 노래를 불러 음반을 냈던 시절이기도 했고, 다방 제비 옆 집에서 하루 종일 들려서 금홍이가 짜증 냈던 '사의 찬미'를 찾아 듣기도 했다. 영화 '모던보이'에서 김혜수가 불렀던 '개여울'과 같이 들으며, 애잔하고 슬픈 그 시절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1930년의 경성은 일제강점기의 어둠과 우울함,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대불문 인간적이지 않은 악의 무리까지...


셜록 홈즈 시리즈 이후, 빠져들게 된 멋진 탐정 소설이다. 엮어서 읽게 될 이상 소설, 시,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책, 김재희 작가의 다른 책, 구보의 책 등 봐야 하는 게 많아졌다.


아, 지겹고도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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