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닉의 첫 번째 수업

알로스

by 설애


닉은 대장에게 식물을 키울 공간을 요청했다. 대장은 알았다고 했지만, 스템펠리스키의 승인을 거치라고 했다. 스템펠리스키는 철학 수업에 땅이 왜 필요한지 여러 번 되물은 후 승인해 주었다.


닉은 첫 번째 수업은 옥수수 씨를 심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수강생은 4명, 아카데미우즈, 히니스키, 마르틴카, 알로스였다.


아카데미우즈, 히니스키
마르틴카, 편집자 알로스(Aloth)


안녕하세요.
저는 철학을 가르치게 된 닉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은 야외 수업입니다.
공책과 펜을 챙겨 나갑시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을 기대하던 아카데미우즈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다른 학생들과 닉을 따라 나섰다. 닉은 스템펠리스키에게 승인받은 학교 귀퉁이 정원으로 갔다. 닉이 미리 땅을 골라 두어 폭신한 땅이었다. 닉은 학생들에게 옥수수 열알 정도를 나누어 주고 3~4알씩 땅을 파서 묻으라고 했다. 아카데미우즈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닉, 저는 철학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생물 수업이 아니라요.

네, 철학 수업입니다.
구덩이는 세 개를 팝니다.
구덩이마다 1개의 질문을 만들어주세요.
지금 답을 모르는 질문으로
어떤 분야의 질문이든 상관 없습니다.

질문을 묻는 건가요?

이번에는 마르틴카가 물었다.


질문을 키우는 겁니다.
옥수수가 잘 열리도록 찾아와 관리해주세요.
단, 옥수수가 열릴 때까지
계속 답을 찾는겁니다.

아카데미우즈는 다시 물었다.


옥수수를 키우는 것과
철학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아카데미우즈는 그 질문을 묻으세요.

아카데미우즈는 황당한 표정으로, 닉을 바라보았다.

알로스는 아무 말없이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다. 알로스는 편집자였다. 어느 날부터 어떤 글도 읽을 수가 없었다. 눈은 글을 읽었지만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일을 잠시 쉬고 있었다. 이유없는 절망과 허무의 시간이었다. 편집자가 글을 못 읽다니, 쓸모없는 난쟁이가 되었다는 생각 뿐이었다. 어젯밤에 스템펠리스키가 찾아와 수강증을 주었다. 스템펠리스키는 쉬는 김에 이 수업을 듣는 것이 좋겠다며 내일 수업에 들어가라고 했다. 알로스는 수강증에 있는 몇 없는 글씨도 빙글빙글 돈다며,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스템펠리스키는 괜찮다며 가서 옥수수나 키우라고 했다.


뭐, 옥수수?


스템펠리스키는 웃으며 돌아갔다. 옥수수라니...... 수업을 듣게 하려고 이상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옥수수다. 등으로 닿는 햇살에 따뜻한 흙을 만지고 있으니 알로스는 이상한 수업에 와버렸다고 생각했다.

마르틴카는 손에 있는 옥수수 씨앗을 바라보았다. 말을 잊은 아카데미우즈와 이미 심고 있는 알로스와 저와 똑같이 옥수수를 보는 히니스키를 둘러보다가 히니스키와 눈이 마주쳤다. 깊은 검은 눈동자였다. 히니스키가 씩 웃더니, 몸을 구부렸다. 그리고 닉이 다시 말했다.


질문이 생각나지 않으면
천천히 심어도 되요.


아카데미우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씨앗이 모자라요.
전 궁금한게 많아요.

닉은 웃으며 말했다.


3가지를 골라봐요.
오늘은 옥수수를 심고,
질문 3가지를 적어놓고 가면 됩니다.


네 명의 학생은 각자의 질문을 심었다. 이 질문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나, 답을 찾을지 알 수 없다. 닉은 답을 찾는 여정을 이끌 것이다. 그의 수업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