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무치게 사랑하여 걱정해 본다.
* 다크모드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달에게
설애
너는 나를 감싸 환한 밤을 주고
네가 나를 당겨 바다 출렁인다
네가 돌고 있어 나 기울지 않네
네가 멀어지니 하루 길어지네
뒷걸음치는 너 널 잡고 있는 나
우리는 균형을 잡으려 춤추네
지금처럼 춤춰 손 놓지 말아 줘
네가 없는 나는 무너지고 말지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도 좋아
나를 바라보면 나를 돌아주면
떠나지 말아라 나의 환한 밤아
나는 너뿐이야 달아 예쁜 달아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매년 달이 3.8 cm 멀어지는 과학적 사실을 지구를 화자로 하여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낸 시입니다. 지구가 멀어지는 달에게 전하는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자, 달을 잡고 싶은 애절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달이 떠남으로 인한 공포가 숨어 있습니다.
[작품 배경]
지구는 태양이라는 항성을 도는 행성입니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입니다.
달이 사라진다면?
달은 지구를 돌며 환하게 밤을 비춥니다. 달이 없는 밤은 어두울 것입니다.
지구의 자전과 달의 공전으로 바다의 조수 현상을 만들어 갯벌의 생태계와 해안선을 유지합니다. 갯벌이 사라지면, 갯벌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조개, 게, 갯지렁이 등)과 이를 먹이로 하는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달은 지구의 안정입니다.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줍니다. 화성처럼 큰 위성이 없는 행성은 자전축이 크게 흔들립니다. 자전축이 변하면 계절의 변화가 극단적으로 바뀝니다. 지금의 가을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자전축이 0도에 가까워지면 계절이 거의 사라져 적도는 영구적인 열대가 되고 극지방은 영구적인 한대가 됩니다. 자전축이 크게 기울어지면 극지방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 빙하가 모두 녹고, 지구 절반이 사막이 되거나 얼음으로 뒤덮이는 극단적인 기후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자전축뿐 아니라 자전 속도도 바뀝니다.
달은 지구에 접근하는 수많은 소행성과 유성체를 대신 맞아주는 방패 역할도 합니다. 달이 사라지면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 충돌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달은 왜 멀어질까요?
지구의 단단한 대륙과 조수 현상에 의한 바닷물 사이의 마찰로 인해 에너지가 소모되어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느리게 만듭니다. 지구의 자전이 느려져 지구의 각운동량이 감소하면, 그 에너지가 달의 공전 각운동량으로 전달됩니다. 달이 이 에너지를 받으면 공전 속도가 빨라져야 하지만, 안정된 궤도를 찾아 더 먼 궤도로 이동하여 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수십억 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초기 지구와 달이 매우 가까웠을 때 훨씬 더 강력한 조석력과 빠른 속도로 멀어졌습니다. 멀어지면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달의 공전 주기는 길어집니다. 이 속도 변화가 계속되다가 결국 지구의 자전 주기(하루)와 달의 공전 주기(한 달)가 같아지는 시점이 옵니다. 그러면 달은 고정됩니다. 지구의 하루가 24시간에서 약 1200시간(현재 시간 기준으로 약 50일)이 되는 시점입니다.
이론상 현재 지구와 달의 거리에서 약 1.5배 멀어지는 약 500억 년 후의 일입니다. 이것은 태양의 영향을 무시한 것이고 이렇게 되기 전에, 약 50억 년 후에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팽창하여 지구와 달 시스템 자체가 파괴되거나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작가의 말]
달이 멀어지는 것은 아주 조금씩이며, 제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50억 년이든 500억 년이든, 저는 길게 봐야 겨우 100년쯤 살 테니까요.
달을 지구처럼 사랑해서, 길어진 가을 밤동안 걱정도 해 질 녘 그림자처럼 길어져서 지구의 마음으로 시를 써 보았습니다.
[달의 화답]
지구에게
설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