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백사십일
'월화수목금토일' 발행하던 시에 대한 글들을 '월수금'으로 발행하려고 합니다.
저는 멀리 가고 싶으니, 숨이 찰 때는 조금 덜 쓰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글 쓰는 시간과 살아가는 시간의 밸런스, 글라밸을 찾아봅니다.
다음 달에는 더 줄일 수도 있고, 더 늘어날 수도 있겠죠.
매일 발행하고 싶은 마음이 의무가 되지 않고 기쁨이 되도록, 글라밸을 찾아서
진정한 멋
박노해
사람은 자신만의
어떤 사치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
나머지를 기꺼이 포기하는 것
제대로 된 사치는 최고의 절약이고
최고의 자기 절제니까
사람은 자신만의
어떤 멋을 간직해야 한다
비할 데 없는 고유한 그 무엇을 위해
나머지를 과감히 비워내는 것
진정한 멋은 궁극의 자기 비움이고
인간 그 자신이 빛나는 것이니까
글을 쓰는 일 외에도 많은 감각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 감각뿐만 아니라 박노해 시인이 이야기하는 사치의 감각도 그러합니다.
덜어내고 비워내어 고유한 것만 빛나게 하는 것.
3월의 첫날이었던 어제는 집에서 대청소를 했습니다.
창문을 열고, 묵은 먼지를 털고, 유리도 빛나게 닦아놓고,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고, 작아진 옷을 정리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는 아이들은 필요 없는 문제집과 노트를 버리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낼 준비를 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는 제 앞으로 둘째가 오더니 저를 가만히 쳐다봅니다.
진지한 표정이어서, 뭔가 고백할 것이 있나 덜컥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제 2학년이야."
2학년을 받아내야 하는 성장의 감각이 1학년의 물건을 비워내고야 생겼나 봅니다.
저는 그 진지한 표정이 그저 귀엽지만, 둘째는 진지하게 2학년이 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글라밸을 찾는 시간,
비워내는 사치,
빈 자리에 찾아온 성장.
또 이 글을 읽고, 떠올릴 또 다른 감각
모두 빛나길 바랍니다.
설애가 글라밸을 찾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