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빨간 정지 신호에 멈추어 기다리고 있다 보니 갑자기 사위가 어두워졌다. 가로등이 자신의 일을 끝내고 퇴근하고 있었다. 저기 멀리서부터 내 앞까지 차례로 퇴근하고 있어 인공의 불빛이 사라지고 어스름의 새벽이 느껴졌다.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데, 가로등의 퇴근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반대편 차선의 신호가 바뀌면서 통근버스와 시내버스, 그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차들이 우르르 이동했다. 가로등의 퇴근과 누군가의 출근이 겹치는 순간,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지난주부터 심하게 감기가 걸려 앓으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첫째와 기숙사 공사로 인해 그런 첫째를 갑자기 등하교를 시켜야 하는 시간적 빽빽함, 그리고 준비하던 일의 잠깐의 소강상태. 그래서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마음만 분주할 뿐, 무언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린 듯 갑자기 주변이 낯설어졌다. 그리고 인사이동에 맞추어 자리를 이동하는 사람들과 퇴직을 결심하여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져, 지진이 난 듯 어지러웠다.
감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글씨를 써서 내게 보여주던 첫째가 이번 주에는 말을 하면서, 먹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며칠 전부터 첫째가 하루의 일을 재잘거리는 것을 들으며 하루를 마친다. 퇴직하는 사람들과는 식사를 하고 덕담을 하며, 잘 헤어지는 중이다.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지나간 추억들을 다시 정리했다. 오늘 저녁에도 퇴직하는 사람과 저녁 약속이 잡혔다. 등하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부모와 나누어하면서 조금은 부담이 줄었다. 그리고 하던 일은 오늘부터 시작해서 설연휴 전까지 마무리해서 협업팀으로 넘겨야 한다. 하나씩 하나씩 정리가 되고 있다.
출장을 와서 복도에 들어서니, 불이 하나씩 켜진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어둠에 잠겼던 복도가 내 발걸음에 맞추어 하나씩 켜진다. 걸음걸음 눈앞이 밝아진다. 내가 들어가야 할 문에 도착했는데도 나는 계속 걸어가며 불을 켜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내 자리를 찾아가는 길, 그 길이 선명하게 눈앞에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아직은 퇴근할 때가 아니라는 듯 걸음걸음을 비춰주는 불빛에 내 자리로 간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떠나는 사람들과 지나간 것들을 보내주고, 그리고 아이들과 나의 일상도 변수 없이 재깍재깍 지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낮을 밝히고, 누군가는 밤을 밝힌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일상도 지켜준다. 켜질 때와 꺼질 때를 몰랐던 마음이, 제 시간을 알아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