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규의 울음 -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단종의 자규시, 이개의 촛불

by 설애

자규시(子規詩)


단종


一自冤禽出帝宮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와

孤身수影碧山中

외로운 그림자로 푸른 숲에 깃들었다

假眠夜夜眠無假

밤마다 억지로 잠들려 하나 잠 이루지 못하고

窮恨年年恨不窮

해마다 한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원한은 끝나지 않네

聲斷曉岑殘月白

자규 울음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조각달만 밝은데

血流春谷洛花紅

피를 뿌린 것 같은 골짜기에는 붉은 꽃이 지네

天聲尙未聞哀訴

하늘은 귀머거린가 아직도 나의 애끓는 호소를 듣지 못하고

胡乃愁人耳獨聰

어이하여 수심 많은 이 사람 귀만 밝게 했는가


출처: 새만금 일보, http://www.smgnews.co.kr/244964


설 연휴 기간에 [왕과 사는 남자]를 봤습니다.

웃다가 펑펑 울고 나왔습니다.


역사도 누군가에게는 삶이었고, 하루하루였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단종은 영월 청령포가 여름에 범람하자 광풍헌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옆 매죽루에 올라 자규시를 지었습니다. 그의 시가 너무 애절하여 매죽루는 자규루가 되었습니다.


자규는 두견새로 접동새, 불여귀, 귀촉도 등으로 불립니다. 슬픔과 한(恨)을 상징하는 새입니다.


옛 중국의 촉나라 왕 두우는 강으로 떠내려 오는 사람을 구해다가 살려주고 잘 대해주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별령이었고, 그가 아름다운 딸을 바쳐 두우의 환심을 삽니다. 그리고 내신들과 결탁하여 두우를 내쫓습니다. 촉에서 겨난 두우는 '촉으로 돌아간다'며 울다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귀촉도, 귀촉도 하고 우는 새가 되었다고 합니다. 불여귀도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김소월의 시, [접동새]에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이라고 웁니다. 아우래비는 아홉 동생을 이르며, 아홉 동생이 그리워 이산 저산에서 운다고 합니다.


단종은 스스로가 자규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달빛 아래 슬프게 울다가 고요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런 애잔함이 시에 흐릅니다. 달이 지도록 울어도 하늘이 못 듣는다는 문장에서 그의 처지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두견새는 밤에 울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으로 스며들어 슬픔을 일으키고, 잃어버린 것들을 서럽게 퍼올립니다.


영화를 보고, 시를 봅니다. 그리고 시에 담긴 마음과 뜻을 이해합니다. 이것이 제가 [왕과 사는 남자]가 준 감동을 넓혀가는 방식이며, 그 이야기의 서사에 답하는 방식입니다.


단종이 죽은 후, 단종을 그리며 이개가 시를 남깁니다. 두견새만큼 서러운 촛불입니다.



방안에 켜져 있는 촛불


이개(李塏)


방안에 켜져 있는 촛불 누구와 이별을 하였기에

겉으로 눈물 흘리고 속 타는 줄 모르던가

저 촛불 나와 같아 속 타는 줄 모르는구나.


출처: 이개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추가] 26.02.25

두견새는 낮에 울고, 소쩍새는 밤에 웁니다.

자규는 소쩍새일 수도 있습니다.

자주 혼동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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