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기억해 준다면

시 이백삼십육

by 설애
가득 찬 박물관 모두 연결된 사람들
텅 비어 있어도 가득 찼다고 믿으면
어디든 둘러볼 곳은 있지
결국 우리는 같은 출구로 나갈 테니까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사람은 늘 몰려든다 어디에서 불어온 눈바람이 머리가 되고 어디에서 쌓인 눈송이가 몸이 되는지

몰라도 되는 박물관, 다 사라져도 기억해 주는 이야기, 우리에게 박물관이 생긴다면

디아스포라 中, 이형초
동아신춘문예 당선작


'디아스포라'는 그리스어 '디아'(dia, '~너머')와 '스페로'(spero, '씨를 뿌리다')가 합쳐진 말로, '흩뿌려지다', '퍼지다'는 어원이 있습니다. 바빌론 유수 이후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았던 유대인 공동체를 이르는 말로, 물리적으로 흩어져 있어도 유대감을 유지하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을 의미하네요.


박물관으로 기차를 타고 들어가는 입구

연결된 사람들로 가득 찬 박물관


태어나면 모체로부터 연결이 끊어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연결은요. 그리고 다시 끝없이 연결을 생성해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사소하며 하찮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이야기.


결국 같은 출구로 나오는 사람들


삶이라는 박물관으로 들어가서 나오는 이야기, 박물관이 생긴다면, 모든 사람의 삶을 그 박물관이 기억해 주고 전시해 주다면....


다 사라져도 기억해 준다니,상만으로도 참 좋습니다.

잊힘의 공포는, 기억해 준다는 위로로만 달래집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