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준 힌트, 다정한 위로 1
같은 날 밤에 위로하고 돌보는 두 개의 꿈을 꾸었다.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꿈은 나를 보살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엇을 말하는 꿈인지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그림을 그리며 꿈의 장면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 글은 두 가지 꿈 중 첫 번째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타인을 위로하는 것에 대한 꿈이라 생각했지만 글을 쓰다보니 나 자신을 돌보는 꿈인 것 같기도 하다.
첫 번째 꿈: 예전 외할머니댁으로 가던 언덕길을 오르면서, 나는 B 선생님에게 언덕이 생각보다 그렇게 가파르지 않다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고 격려한다.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다 보니 B 선생님이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다. 내가 같이 식사하시겠느냐 물으니 반색을 하며 배가 고팠다고 하신다. 귀한 손님인데 변변치 않은 음식을 대접하게 되어 죄송하지만, 계란후라이와 스팸 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냐고 물으니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하여 내드렸다. 물을 끓이고 예쁜 꽃그림이 있는 봉지에 든 달콤한 차를 꺼내어 나와 선생님을 위해 두 잔 준비했다. 투명한 유리머그에 쪼르륵 물을 따르자 은은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B 선생님은 올해 새로 함께 공부하기 시작한 동료 선생님이다. 그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한결같은 친절한 미소가 배려를 잘하고 따뜻한 분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최근에 그분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장례식장에 갈 수가 없어 부의금을 보내드려야 하나, 아직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지나친 오지랖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때를 놓쳐 결국 보내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있었다.
모임이 있던 날, 검은 옷차림의 수척해 보이는 B 선생님을 보고 인사를 드렸는데, 차마 선생님을 쳐다보지 못했다. 사랑했던 가족과 영원히 이별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꿈에 B 선생님이 나온 뒤 또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조금이라도 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너무 늦었을까. 지금이라도 부의금을 드려야 할까, 이런 표현이 오히려 그분께 부담이 될까 하는 복잡한 생각들이 밀려왔다.
이럴 때는 상담자가 되어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만약에 내담자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온다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간단했다.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고 싶다는데 그게 그렇게 고민할 일인가.
그렇다. 꿈에서 했던 것처럼 소박한 마음의 전달이면 된다. 특별하고 거창한 것이 아닌 '계란후라이와 스팸, 꽃 차 두 잔을 나누는 시간' 정도의 작은 것이면 되겠다. 평소에 내가 즐겨 읽는 치유와 기도의 내용이 담긴 시집에 짧은 위로의 말을 적어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선물로 드렸다.
선생님은 선물을 받으시며 고맙다고 활짝 웃으셨지만,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진심으로 함께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선생님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꿈은 타인을 위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진심을 전하며 나도 함께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위로라는 것은 진심이 담겨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이번에는 꿈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나는 B선생님을 격려했고, 선생님께 식사와 차를 대접했다. 꿈속의 선생님은 내면의 나의 어떤 부분일 텐데, 어떤 점을 격려하고 돌본 것인지, 나와 선생님의 공통점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공통점은 잘 모르겠다.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밖에 없다.
갑자기 이 꿈을 꾸기 일주일쯤 전, 친정에 갔다가 엄마와 갑작스레 헤어지게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꿈을 꾸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꿈을 꾸고 나서 '드디어 내가 마음속의 어머니와 이별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독립을 하는 걸까!' 생각하며 흐뭇했었는데. 그 꿈과 관련되는 걸까.
독립의 기쁨, 그 깊은 내면에는 이별로 인한 슬픔이 함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댁에 가던 언덕길을 이제는 혼자 올라가는 나를 위로하며 격려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엄마 없이 혼자 살게 된 나를 먹이고자 음식을 내어주고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을 준비하는 듯하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독립의 슬픔을 치유하면서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나 보다. "인생이라는 길은 그렇게 가파르지 않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내리막길이 있다. 그리고 나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라고 하는 따뜻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가 인식하지도 못했던 나의 깊은 슬픔을 살뜰하게 챙겨 돌봐주는 꿈이 참 다정하다. 그 다정함 덕분에 인생이라는 높은 언덕길이 '가볼만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다음 편에 두 번째 꿈이 이어집니다.)
**글쓴이는 융학파 분석가가 아니며, 이 글은 개인적 꿈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