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시장골목으로 이사한 세 아기

창조적 자아의 탄생과 성장 4

by 눈별숲

요즘 꿈에서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이번 꿈의 집은 익숙하고 조용한 공간이 아니라, 외부와 교류하는 '시장 골목'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 특별하다. 깊은 내면의 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그 방향이 사람들과의 관계로 확장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의 창조적인 세 아기가 그곳에서 자라게 되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글쓰기와 그리기를 통해 내 안의 깊은 이야기를 꺼내어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이 꿈을 꾼 이유일지도 모른다.



꿈. 새로 이사한 집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의 고요함이 있는 깨끗한 시장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앞에는 시계수리점과 주얼리숍이 있었지만 별로 들를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골목 안쪽에 '꽃'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이 있고 그 문 밖에는 싱싱한 초록잎을 달고 있는 큰 화분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나중에 가서 꽃과 화분을 사 와야겠다. 꽃집 옆에는 백숙식당이 있으니 저녁에 가서 먹어야겠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지나 연습실에 갔다. 연습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참 좋았다. 빨간색 스웨터를 입은 S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시다가 공연 포스터가 나왔다고 보여주셨는데, 피아니스트로 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시장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사회적인 교류와 접촉이 많이 이루어지는 공개적인 장소이다. 보통 집단적인 것이나 일상적인 외부 생활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내면에만 깊이 머물러 살았던 내가 외부로 향하는 시장 골목으로 이사를 하다니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요즘에 글을 쓰면서 내가 깊은 내면을 드러내는 꿈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게 되다니,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여전히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공개하기로 결심하면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나보다.


꿈의 시장 골목은 아무도 없고 아침의 고요함만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아직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전이라 어디에도 글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조용할 수밖에..


문 앞에 있는 시계수리점과 주얼리샵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나의 인생의 시계를 애써 고치려 하지 않고 삶이 흘러가는 대로 그 흐름에 나를 온전히 맡긴다는 태도일까?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기보다는 현재에 감사하며 지금, 여기를 잘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것일 테니.


또한, 꿈은 이미 내 안에 보물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굳이 더 살 필요가 없으며, 나의 부족함을 가리려고 치장하거나 꾸밀 필요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꽃과 화분의 식물은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보여준다. 나는 색색의 꽃과 초록 식물을 좋아한다. 꽃의 다양한 색깔, 식물의 초록색은 나에게 심리적 에너지를 채워준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데릭]에서 '프레데릭'처럼 나도 색깔을 가득가득 모을 것이다.


집 앞 꽃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제라늄 화분을 빨강, 분홍, 주황, 흰색, 색깔 별로 여러 개 사고, 이완을 도와주는 보라꽃 달린 라벤더도 사고, 남편이 좋아하는 향기로운 로즈마리 화분도 사야지. 마당에는 산수유나무, 벚나무, 수국, 배롱나무, 빨간 단풍나무, 동백나무도 심어야겠다.


집 앞에는 백숙 식당이 있어서 반갑다. 요즘 가장 힘든 건 체력과 건강이다. 젊었을 때 마음공부에 몰두하느라 운동을 소홀히 한 게후회된다. 지금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이 힘들고 아픈 곳이 많아 마음껏 할 수 없다 보니 마음까지 약해진다. 꿈에서 먹는 음식은 영혼의 양식이라 했던가. 백숙이 자양분이 되어 영혼의 에너지를 채우고 건강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 태어난 아가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잘 자라면, 나의 창조성도 함께 자랄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동네가 신기하고 어떤 것이 있을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 궁금한 마음이 크다. 그 마음 한편에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니 좀 복잡하고 시끄럽지 않을까? 내 공간을 침범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만든 집이니 분명 조용한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 상상을 해본다. 골목 쪽에 위치한 문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집 안의 넓은 마당을 지나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니 오직 새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한 나만의 공간인 별채가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는 균형을 잡아야 하고 내 몸의 움직임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이동수단이다. 나는 내면의 욕구와 현실적인 욕구, 나와 타인, 창작과 일상생활, 의식과 무의식 간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며 내 힘과 노력으로 가고 있다. 이사한 집은 내면을 성장하게 하는 훈련 장소인 연습실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참 좋다.


S 선생님은 미성의 테너 솔리스트로 항상 검소한 옷차림에 말수가 별로 없는 편이셨다. 그러나 음악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셨고, 항상 더 좋은 소리를 내려고 깊이 고민하셨으며, 원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한 부분을 끝없이 반복하기도 하셨다. 선생님의 그런 모습은 마치 신성한 음악을 숭배하는 구도자 같기도 했다. 나를 레슨 해주실 때는 '나만의 색깔이 있는 목소리'를 찾는 것이 목표였으며, 내가 잘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해서 시범 보여 주곤 하셨다.


꿈은 나에게 선생님 같은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내 안에 있다고 말해 주고 있다. 꿈에서는 평소와 달리 정열과 활기, 생명력을 상징하는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계셨는데, 내 마음 안의 선생님 같은 부분이 불꽃처럼 살아나 움직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보여주신 공연 포스터에 피아니스트로 당당히 내 이름이 올라가 있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내 안에 피아니스트 A씨도 있고, S선생님도 나를 도와주고 계시니 창조적인 세 아기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든든하다. 포스터가 나왔으니 곧 공연일 테지. 잘 준비해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울림 좋은 아트홀에서,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가진 색깔로, 나와 청중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연습실에 있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글을 쓴다.

꿈은 얼마 전 태어난 세 아기는 새로워진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꿈을 기다려본다.




<소중한 공간을 위한 안내와 부탁 말씀>

1. 글쓴이는 융학파 분석가가 아니며, 이 글은 해석, 진단, 치료 사례가 아닙니다.

2. 인물, 시간, 장소 등 세부적인 내용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재구성하였습니다.

3. 상징 이해 과정은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4. 공감과 경험 나눔은 환영합니다. 다만 꿈 해석 조언, 질문, 상담 요청은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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