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초콜릿 볼
영화 Amadeus ‘아마데우스’의 샬리에리는 신을 향했던 도덕적이고 경건한 삶을 버리고 신을 증오하기로 결심한다. 신의 선물을 받은 모차르트를 파괴하기 위해 권력의 테이블에 걸터앉은 부서지기 쉬운 신의 피조물을 유혹한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에게 붉은빛의 터치가 육감적으로 박힌 화이트초콜릿을 권하며 우아하게 말한다.
“Capezzoli di Venere! Nipples of Venus!”
고상해 보이기 위해 한껏 차리고 나왔지만 촌스러운 화장과 과한 옷차림으로 자신을 감추는 데 실패한 모차르트의 아내는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샬리에리가 연주하는 마리오네트의 실에 매달려 자기 남편을 파괴하는 공모자가 되어 버린다. 달콤한 초콜릿이 건네는 계약은 자신이 갖지 못한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다는 샬리에리의 증오가 선사하는 치명적인 선물이다.
신에 대한 믿음과 절제된 욕망을 살았던 샬리에리는 자신이 받지 못한 재능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자가 가져버린 것을 질투하여 신과의 계약을 깨버리고 스스로 타락의 구렁텅이에 발을 내민다.
샬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아내에게 권하는 Nipples of Venus ‘비너스의 젖꼭지’는 화이트초콜릿에 코팅해 풍만하고 노골적으로 보이며, 여기에 더한 붉은빛의 정점은 샬리에리의 욕망을 더욱 선정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콘스탄체와 화기애애하게 같이 먹는 초콜릿은 신을 향해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고, 콘스탄체가 베어 문 초콜릿은 달콤함의 호의가 아닌 위험한 거래가 시작된 욕망의 도구가 되어 버린다.
분장 없이 멀쩡한 리즈 시절의 조니 뎁을 볼 수 있는 영화 Chocolat ‘초콜릿’ 속의 비앙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초콜릿 파티시에이다.
북풍이 부는 날 딸과 함께 도착한 프랑스의 보수적인 시골 마을에서 초콜릿 샵을 열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와 선정적인 옷차림으로 –동네 사람들과는 다른 옷차림- 사람들을 타락과 유혹으로 이끄는 적이 되어, 특히 금욕적인 시장의 주도하에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비앙은 샵에 방문한 사람들의 결핍과 욕망을 꿰뚫어 보고 각자에게 맞는 자신의 특별한 레시피가 들어간 초콜릿을 권하고, 달콤함은 최면처럼 얼어붙은 사람들을 녹이며 조금씩 그들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학대받는 여성을 남편의 손에서 구출하기도 하고 손자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딸과 절연해서 사는 할머니의 마음을 따뜻한 코코아로 달래며 손자를 만나게 해 준다. 아주 오래전 남편을 잃은 미망인을 지켜보는 이에게 달콤한 용기를 주고 남편에게 불만 많은 여성에게 활력을 찾아줄 마법을 선물하기도 한다.
마을을 다스리면서 철저하게 금욕적인 삶을 사는 시장이 방문하자 초콜릿을 권하며 달콤하게 말한다.
“Can I introduce some Nipples of Venus? 비너스의 젖꼭지라는 디저트를 소개할게요”
초콜릿이 놓인 트레이에서 곧바로 눈길을 돌리지만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시장에게 가장 유혹적인 초콜릿을 처방하는 비앙이 꿰뚫어 본 달콤함의 치유법이다. 결국 초콜릿 샵에 침입해 모든 것을 부숴 버리려다가 입 안에 튄 초콜릿을 핥아먹고 초콜릿의 늪에서 수영하게 된다.
달콤한 마법이 흑백 도시를 컬러풀한 아름다운 중세 마을로 바꾸고 떠돌아다니던 주인공 역시 외로움에서 치유되어 딸과 함께 마을에 정착하여 그리운 이를 기다린다.
인류가 카카오 열매를 발견하고 마시는 순간 느끼게 되는 은밀한 죄책감으로부터 시작되는 매혹적인 초콜릿은 금욕적인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타락의 음식으로, 왕과 귀족들에게는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가, 연인을 유혹하는 사람들에게 달콤함의 기억을 봉인해 주는 선물이 되었다.
입에서 녹는 부드러움과 달콤하면서 씁쓸한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초콜릿은 뇌를 각성시키고 호르몬을 내뿜는 사랑의 선물로 불리게 되며 연인들의 음식으로 세상에 퍼지게 된다.
이탈리아의 전통 초콜릿 과자인 Nipples of Venus는 밤이나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를 갈아 만든 고소한 속을 초콜릿에 담가 코팅한 후 화이트초콜릿으로 장식하는 초콜릿 볼이다.
나의 레시피에서는 초콜릿을 코팅하기 전 캐러멜로 한 번 감싸 달콤함이 흐르게 한 후, 초콜릿으로 감싸고 화이트초콜릿으로 중앙에 정점을 찍어 비너스의 육감적인 몸을 완성하였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캐러멜의 달콤함, 그리고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이 마리아주 되어 세상의 선물로 다가온다.
밤을 삶아서 으깬 후 사용하면 더 풍미가 살지만, 삶고 까고 벗기는 작업이 너무 귀찮아 편리하게, 구운 아몬드를 블렌더에 갈아 주었다. 아몬드의 고소한 향과 화이트초콜릿이 만나 밤의 풍미는 아니지만 마지팬보다는 훨씬 깊고 고소한 식감을 준다.
캐러멜 소스를 만들 때는 생크림을 데워 조심스럽게 조금씩 흘려 넣어 준다. 차가운 생크림을 발연점 높은 끓는 캐러멜 소스에 그냥 넣었다가는 분노한 소스가 끓어 넘쳐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의 바닥을 긁고 청소해야 하는 노고가 따르게 된다.
캐러멜 소스를 만들어 밀폐된 병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린 후 캐러멜 마키아또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토스트에 뿌려 먹기도 한다. 일단 만들어 두면 2주 정도는 끈적거리며 달라붙는 버터 향 가득한 캐러멜에 못 이기는 척 들러붙게 된다.
Nipples of Venus 만들기
10~12개
50g 화이트 커버처 초콜릿, 30g 무염 버터, 100g 구운 아몬드, 200g 다크 커버처 초콜릿, 1/2 tsp 바닐라 익스트랙
캐러멜 소스 만들기
200g 설탕, 200ml 생크림, 60g 무염 버터, 40ml 올리고당, 1/4 tsp 소금, 1/4 tsp 바닐라 익스트랙
1. 먼저 캐러멜 소스를 만든다.
2. 소스 팬에 설탕과 올리고당을 넣고 중 약불로 끓여 준다.(옆면에 물을 발라 주면서 끓이면 설탕이 덩어리 지는 것을 막아 준다)
3. 색이 황금 갈색이 되면 약한 불로 낮춘 후 생크림을 조금씩 흘려 넣으며 저어 준다.
4. 버터와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저어 주고 소금을 넣은 후 1분 정도 보글보글 끓인다.
5. 구운 아몬드(10-12개)를 캐러멜 소스에 한 번 코팅해 유산지 위에 올려 준 후 냉장고에 넣어 둔다.
6. 나머지 구운 아몬드를 블렌더로 곱게 갈아 준다.
7. 뜨거운 물 위에 화이트 커버처 초콜릿을 넣고 녹인 후 갈아 둔 아몬드에 넣고 섞는다.(초콜릿을 전자레인지에 20초씩 끊어 두 번 돌려주어 녹여도 된다)
8. 15g씩 분할해 캐러멜 소스에 코팅한 아몬드를 가운데에 넣고 동그랗게 빚어 냉장고에 15분 정도 두고 굳힌다.
9. 캐러멜 소스에 굴려 듬뿍 코팅해 준 후 냉장고에 1시간 넣어둔다.
10. 화이트초콜릿을 원형 팁으로 찍어 작은 원을 만들어 둔다.
11. 다크 커버처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이고 35°C (나이프를 담갔다가 뺐을 때 굳는 정도) 될 때까지 저어 부드럽게 만든다.
12. 냉장고에서 꺼낸 캐러멜 볼을 초콜릿에 넣었다 빼어 완전히 코팅한다.
13. 스큐어의 구멍 난 자리에 화이트초콜릿 잘라 둔 것을 올려 완성한 후 실온에서 굳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