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를 드러낸 정열의 케이크

초콜릿 쇼비농 라바 케이크

by 스노리

초콜릿은 그 자체로 눈부시게 당당함을 보여 주는 디저트이다. 생크림의 부드러움과 리치한 버터가 카카오를 만나 당해낼 자가 없는 천하무적 디저트가 되어 반짝이는 미끈함을 자랑하며 자신보다 더 빛나는 접시 위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자태를 뽐낸다.

이렇게 잘나고 고고한 초콜릿에게도 친구가 있다. 자신과 다른 성격을 가진 떨떠름하고 알싸한 탄닌이라는 친구를 만나 자신을 한층 더 농후하고 진하게 끌어올린다. 커피나 와인, 스파이시한 향신료, 상큼하고 떫은 딸기, 블루베리, 체리들과 같이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친구들과 어울리며 과시하고 다닌다.


고고하게 다니다가 전혀 반대의 성격을 지닌 카버넷 쇼비농을 만난 초콜릿은 첫눈에 홀딱 반해버린다. 하지만 블랙커런트 같은 강한 베리 향을 지닌 카버넷 쇼비농은 묵직하고 견고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떫고 드라이한 눈빛으로 철없는 초콜릿에게 미숙하다며 거칠게 쏘아붙인다.

강한 탄닌으로 중무장하고 단단한 바디로 초콜릿을 밀어내다가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며 앙증맞게 들어오는 초콜릿에 결국 항복하고 만다. 떨떠름하고 거친 카버넷 쇼비농을 부드러움으로 감싸 안은 초콜릿은 깊이를 지닌 달콤함으로 한층 성숙해진다.

주체할 수 없는 달콤함으로 달아오른 초콜릿이 묵직하고 견고한 카버넷 쇼비농을 만나 화산처럼 폭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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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처럼 터진다고 해서 볼케이노 케이크 혹은 라바 케이크라고 불리는 초콜릿케이크는 프랑스와 미국의 유명 셰프들이 서로 자기가 원조라고 말한다.


자연의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연구하는 프랑스의 셰프인 Michel Bras 미셸 브라는 초콜릿을 얼리고 반죽에 넣어 고온에 가열하며 촉촉한 케이크를 만드는 실험을 하면서 Coulant au chocolat ‘흐르는 케이크’를 의도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뜨거운 중심이 녹아내리는 케이크는 초콜릿 본연의 풍미를 살리고 케이크와 결합한 연구 끝에 나온 현대적 감각의 음식으로 전 세계의 디저트 트렌드를 바꾸는 유명한 케이크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서 건너온 미국의 Jean-Georges 장 조지는 디저트 시연 대회에서 사람들에게 실수로 덜 구운 초콜릿케이크를 내놓게 된다. 망했다고 생각한 순간 촉촉한 속이 흘러나오는 케이크에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고 눈을 자극하는 비주얼은 역시 사람들의 혀도 마비시킨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일찍 케이크를 꺼내는 바람에 우연히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비주얼을 가진, 핫초코처럼 부드러운 케이크가 만들어졌다.

아시아를 돌며 향신료에 깊이 매료된 장 조지는 한국인의 피가 섞인 와이프와 ‘김치 연대기’라는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음식과 페어링 할 수 있는 재료와 향을 찾아다니며 감각을 깨우는 레시피로 한국의 파인 다이닝에도 많은 영향을 준 셰프이다.


디저트의 단맛보다는 향과 산미에 중점을 두는 장 조지는 초콜릿과 와인을 결합한 라바 케이크의 원조는 자신이라고 하지만 절대적으로 창의적인 레시피가 존재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누가 원조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어느 나라가 원조인가를 따지다 보면 역사가 오래되어 유물이 가득한 나라에서 증거를 들이밀며 항상 자신이 먼저다를 외치기 때문에 누가 원조인지 보다는 누구의 레시피가 더 맛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의 음식은 변해가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변해 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미셸 브라가 초콜릿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과학적인 실험을 거쳐 만든 흐르는 초콜릿케이크를, 쇼에 환호하고 과장하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맞춰 와인과 페어링 하면서 좀 더 극적으로 흐르게 만든 케이크가 지금의 초콜릿 라바 케이크가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농후한 맛의 카버넷 쇼비농 와인을 넣어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라바 케이크는 초콜릿의 달콤 쌉싸름한 맛이 와인의 높은 산도와 강한 탄닌 그리고 은근하게 풍기는 향신료의 맛과 어우러져 초콜릿의 원재료를 최대한 살린 초콜릿케이크이다.


최대한 고온에서 익혀 와인의 탄닌과 산미를 붙잡고 빠르게 표면을 닫아 안에서 터지게 만든다.

시나몬 외에 스파이시한 향을 주는 Nutmeg 넛맥이나 Cloves 클로브가 있다면 소량 넣어 준다. 날아가는 와인의 향을 대신해 초콜릿케이크에 싸한 달콤함을 준다.


너무 시각적인 비주얼을 생각해 오븐에서 일찍 꺼내면 겉면만 익은 날 반죽의 케이크 안에 분수처럼 흐르는 케이크가 될 것이고 조금이라도 늦게 꺼내면 초콜릿이 굳어 버려 브라우니 같은 식감이 될 것이다.

흐르는 비주얼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날 반죽의 케이크보다는 브라우니가 나을 테니 말이다.



초콜릿 카버넷 쇼비농 라바 케이크 만들기


2.8"Wx1.8"H(7.3 cmWx4.5 cmH) 머핀 컵 4개

110g 무염 버터, 80g 분당, 110g 다크 커버처 초콜릿, 20ml 카버넷 쇼비농, 2 달걀, 1 달걀노른자, 40g 박력분, 8g 코코아 파우더, 1/4 tsp 시나몬 가루, 1/8 tsp 넛맥, 1/4 tsp 소금, 1/2 tsp 바닐라 익스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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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핀 컵에 버터를 꼼꼼하게 발라 냉장고에 넣어 둔다.

2. 초콜릿에 버터를 넣고 뜨거운 물을 넣은 그릇에 올려 중탕으로 녹인다.

3. 초콜릿이 녹으면 물 위에서 내리고 와인을 넣고 섞는다.

4. 분당과 시나몬, 소량의 넛맥을 넣고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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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달걀을 하나씩 넣으면서 완전히 섞는다.

6. 바닐라 익스트랙, 소금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7. 밀가루와 코코아 파우더를 체 쳐서 넣고 거품기로 밀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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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반죽을 준비된 머핀팬에 80% 정도 채워준다.

9. 220도 예열된 오븐에서 15분 구워준다.

10. 3분 정도 그대로 식힌 후 접시에 뒤집어 바로 서빙한다.

11. 위에 파우더 슈가를 뿌리고 딸기나 블루베리 등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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