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예루살렘에서 베를린 출장길에 들른 카페에서 맛본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한 조각은 아내와 아이를 둔 성실한 가장인 오렌의 신념을 무너뜨린다. 가족에게 이별을 고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향하는 순간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발목을 잡고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숲으로 끌고 간다.
베를린에서 카페를 하는 토마스는 오렌의 가족을 찾아 예루살렘으로 떠난다. 같은 고통을 지닌 사람 옆에서 자신의 고통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오렌의 부인인 아나트의 카페에서 일하며 그녀를 위해 빵을 굽고 아들을 위해 쿠키를 만든다. 그들의 곁에서 서로의 상실감을 메우려 하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죄책감은 그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처럼 아름답지만 아련한 키르쉬의 향에 취해 먹먹해질 수밖에 없는 영화 The Cakemaker ‘케이크 메이커’는 한 사람을 사랑한 두 사람만의 애도의 방식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수작이다.
토마스가 아나트의 집에 초대받아 만들어 가는 케이크는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이다. 오렌을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추천해 준 케이크 역시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였다.
체리 향의 키르쉬가 만들어 내는 달콤하고 싸한 케이크는 토마스에게 사랑하는 이를 애도하는 슬픔이었지만, 아나트에게는 마음의 감정을 열게 되는 사랑이었고 아나트의 아들에게는 엄격하게 관리된 코셔 푸드를 벗어난 달콤한 순간이었다.
초콜릿이 감싼 케이크 안쪽은 그들의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 초콜릿케이크의 깊은 어둠과 체리 콩포트의 붉은 정열, 하얀 생크림이 선사하는 순수함은 감정의 레이어가 되어 그들 자신을 상징한다. 하지만 죄책감이라는 뼈대 위에 층을 이루고 있는 케이크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달콤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침묵 속에서 손으로 느끼는 감각과 맛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뱉어지는 언어가 돌멩이가 되어 잔잔한 물결의 파동이 될 것을 아는 것처럼 그들은 말을 아끼고 손을 움직이고 음식을 먹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설명하는 순간 잔인해지는 진실을 덮으려는 듯 토마스도, 아나트도 그리고 자식의 정체성을 느끼고 있던 오렌의 엄마도 요리하는 손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뿐이다.
같은 공간에서 밀가루를 반죽하고 쿠키를 굽는 토마스와 아나트의 손길, 점점 달콤하고 화려해지는 토마스의 레시피, 그리고 이를 한 입 베어 무는 아나트의 미소는 상실감을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된 이별을 암시한다.
블랙 포레스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클래식한 케이크이다.
오렌이 베를린을 방문해 카페에서 케이크를 고르는 첫 장면에서 토마스가 블랙 포레스트를 추천하면서 말한다.
“Schwarzwälder Kirschtorte 슈바르츠발더 키르쉬토르테”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는 독일의 Schwarzwald 슈바르츠발트 지역에서 만들어진 케이크이다. 이 지역의 특산품인 체리 증류수 ‘키르쉬’가 들어가 Schwarzwälder Kirschtorte 블랙 포레스트 체리 케이크라고 불리게 되었다. 달콤한 초콜릿케이크에 체리의 산미와 술 향을 넣어 성숙한 맛을 내는 어른들의 케이크로 유명해졌다.
키르쉬가 있다면 초콜릿케이크 위에 붓으로 듬뿍 적셔 바른 후 체리 콩포트와 크림을 올린다. 키르쉬가 들어가야 진정한 블랙 포레스트라고 불리지만 키르쉬를 대신해 레몬즙을 넣은 체리 콩포트를 만들어 듬뿍 넣어 주고 케이크 위에 신선한 체리로 장식해 체리 향을 가득 담는다.
체리 콩포트를 만들 때 체리를 으깨지 않고 형태 그대로 졸이면 케이크 안에 들어가서 박혀있는 체리의 식감과 향을 더 즐길 수 있다. 체리 콩포트를 넉넉히 만들어 치즈 케이크나 초콜릿케이크에 얹어 먹기도 하고 빵에 잼처럼 스프레드 해서 먹는다.
체리 철이 아니라면 마트에서 파는 체리 콩포트를 사서 케이크에 넣는다. 케이크 위에는 신선한 체리 대신 체리 통조림의 체리를 올려 장식한다. 촉촉한 초콜릿 스펀지와 연약한 생크림 위에 가볍고 빨간 체리가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의 어둠을 붉은빛으로 밝혀 준다.
다크 초콜릿 바를 사서 채칼로 비스듬히 밀어주거나 작은 스푼으로 긁어 구부러진 얇은 초콜릿 조각을 만든다. 시간은 걸리지만 멋지게 케이크의 표면을 장식할 수 있다.
스푼으로 긁어 초콜릿 쉐이빙을 만들다가 팔이 아파 포기하고 칼로 거칠게 마구마구 저며 주었다. 시간과 팔의 품을 아끼고 싶다면 마트나 인터넷에서 둥글게 말린 초콜릿 쉐이빙을 사서 쓴다.
현명하게...
일정하게 말린 모양의 초콜릿 쉐이빙은 초콜릿케이크뿐만 아니라 다른 케이크들을 장식할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만들기
15cm 원형 팬 2개
케이크 만들기
160g 박력분, 10g 코코아 파우더, 1/4 tsp 소금, 1/2 tsp 베이킹소다, 2 달걀, 100g 식물성 기름, 20g 무염 버터, 180g 설탕, 150ml 우유, 2 tsp 식초, 200g 다크 커버처 초콜릿
체리 콩포트 만들기
300g 신선한 체리, 50g 설탕, 2 tbsp 물, 1 tbsp 전분, 2 tbsp 레몬즙
휘핑크림 만들기
300ml 생크림, 30g 분당, 1 tsp 바닐라 익스트랙
1. 두 개의 원형 팬에 버터를 바르고 원형 유산지를 바닥에 깔아 둔다.
2. 초콜릿을 작은 스푼으로 긁어 둥글게 말리는 초콜릿 쉐이빙을 만들거나 칼로 저미듯 잘라 긴 조각을 만들어 둔다.
3. 물에 전분을 넣고 잘 섞어 둔다.
4. 체리를 깨끗이 씻어 반으로 자르고 씨를 뺀다.
5. 소스 팬에 체리와 설탕 그리고 물을 넣고 10분 정도 끓인다.
6. 물에 풀어둔 전분과 레몬즙을 넣고 계속 저어가면서 1분간 더 끓인다.
7. 다른 볼에 옮기고 냉장고에 차게 식힌다.
8. 밀가루와 코코아 파우더 베이킹파우더를 체 쳐 둔다.
9. 우유에 식초를 넣고 섞어 둔다.
10. 버터를 거품기로 휘핑해 부드럽게 만들고 식물성 기름과 설탕 넣고 거품기로 섞는다.
11. 달걀을 하나씩 넣고 섞는다.
12. 체 쳐 둔 밀가루를 반만 넣고 우유 식초를 반 넣어 주걱으로 가볍게 섞는다.
13. 나머지 밀가루와 우유 식초를 넣고 밀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가볍게 섞는다.
14. 준비된 팬에 케이크 반죽을 반씩 나누어 넣는다.
15. 170도 예열된 오븐에 25분 굽는다. (이쑤시개를 케이크 가운데에 넣고 뺐을 때 묻어 나오는 게 없으면 잘 구워진 거예요)
16. 오븐에서 꺼내어 10분 정도 그대로 식힌 후 팬에서 분리해 완전히 식힌다.
17. 생크림에 분당, 바닐라 익스트랙 넣고 핸드믹서의 고속으로 단단한 뿔이 설 때까지 휘핑해 휘핑크림을 만든다. (핸드믹서를 들어 올렸을 때 크림의 뿔이 똑바로 위로 서는 상태)
18. 케이크의 윗면을 빵칼로 잘라 평평하게 만들어 준다.
19. 돌림판 위에 케이크 하나를 올리고 가운데에 체리 콩포트를 가득 올리고 가장자리를 휘핑크림으로 둘러 준다. (키르쉬가 있다면 붓으로 적셔 케이크 위에 발라 준 후 콩포트를 올려 주세요)
20. 나머지 케이크를 그 위에 올리고 휘핑크림을 윗면과 옆면에 잔뜩 바른다.
21. 스크래퍼로 크림을 평평하게 정리해 준다.
22. 초콜릿 쉐이빙을 케이크의 옆면에 잔뜩 붙여준다. (케이크 아래 유산지를 깔고 초콜릿 쉐이빙을 케이크의 가장자리에 부은 후 유산지를 털 듯이 케이크 옆면에 뿌려주세요)
23. 짤 주머니에 별 깍지나 원형 깍지를 끼우고 휘핑크림을 담은 후 케이크 가장자리에 모양내어 짜준다.
24. 휘핑크림 위에 체리를 꽂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