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잘 지내고 있나요

白い恋人 하얀 연인들

by 스노리

Langue de Chat 랑드샤는 고양이의 혀라는 이름처럼 얇고 둥근 형태의 프랑스 쿠키이다. 오븐에서 꺼내 뜨거울 때 바로 밀대같이 생긴 망에 걸쳐 식히면 둥글게 말린 형태가 되는데 고양이의 혀를 닮아 랑드샤라는 이름이 붙여진 차와 곁들이는 쿠키이다.

랑드샤에 화이트초콜릿이 샌드 된 白い恋人 ‘하얀 연인’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순백의 벌판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소리와 함께 파사삭 부서진다. 연약하게 부서지는 얇은 쿠키가 설국의 차가운 크림으로 템퍼링 된 화이트초콜릿을 만나 순수한 연인의 상징이 되었다.

넘치지 않는 절제된 사각 쿠키는 품을 수 있는 만큼의 달콤함을 선물하고, 타오르지는 않지만 살짝궁 홍조만 띤 모습으로 설렘을 전해준다.

가속화된 SNS와 알고리듬 시대에 여행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와 경험의 범람은 명소를 식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낯선 곳에 발 디디는 순간 한 번쯤 와본 듯한 기억의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의 흔적이 덜 묻은, 아날로그 정취가 가득한 일본 소도시 여행을 좋아한다. 와이파이가 느려도, 현금을 고집해도, 고령의 직원이 느리게 움직여도 답답하지 않다. 구글보다 정확한 시골 정거장의 현판에 붙어 있는 주행시간표는 오차가 없고, 손을 마구 흔들지 않아도 길 중간에 서 있으면 마음을 꿰뚫고 있는 택시가 다가와 문을 열어 준다.

무엇보다 떡갈비가 전 지역의 특산 음식인 것 같은 한국과는 달리 지역마다 다른 원재료로 만든 다양한 음식은 우리를 배신하는 법이 없다. 지역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은 나와 남편뿐만 아니라 입맛 까다로운 아들까지 환장하게 만들고, 그들의 무관심한 친절과 절제된 행동은 나의 성격과도 잘 맞는지 감정의 소모감이 없어 피로하지 않다.


홋카이도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일 순위로 뽑히는 곳이다. 한국인에게는 설국, 눈의 나라로 불리며 겨울 여행지로 뽑히고 있지만 일본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겨울에 어떻게 관광객을 불러 모을까 해서 눈 덮인 설경과 러브레터 같은 영화 배경지로 유혹하여 대성공을 이룬 곳이다.

덕분에 많은 한국인이 폭설이 내린 겨울에 기차가 끊겨 호텔 방에서 흑백 도시를 바라보며 커피만 내려 마시기도 하는 곳이다.

홋카이도는 서늘한 기후와 평야가 많은 지역이다. 서늘하고 낮은 습도는 소를 키우는데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평안하게 풀 뜯는 소의 우유는 일본 내에서 일 등급 우유가 되었다. 최고급 우유로 가공되는 버터와 생크림은 비린 맛이 별로 없고 깨끗한 향과 느끼하지 않은 섬세함으로 인정받아 홋카이도는 일본 최고의 유제품 성지가 되었다.

진한 지방의 함량에도 깔끔한 생크림은 카카오의 쌉싸름한 맛과 단맛을 헤치지 않고 증폭시켜 부드럽고 향이 살아있는 최고의 초콜릿을 만든다.


일본의 공항에서 줄을 서서 사 오는 Royce 로이스 생초콜릿과 白い恋人 시로이 고이비토, 르타오의 더블 치즈 프로마쥬의 원산지는 홋카이도이다.

일본 여행에서 빼먹지 않는 로이스 생초콜릿은 크림이 초콜릿의 향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더욱 부드럽게 만든다. 마차, 밀크, 비터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オーレ 오레 초콜릿은 항상 최고이다.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 내에는 유리로 만들어져 로이스 초콜릿을 만드는 생산과정을 볼 수 있는 초콜릿 월드가 있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팩토리처럼 만들어 놓은 공장의 기계들이 움파룸파 박자에 맞춰 초콜릿을 찍어 내고 포장한다.

신치토세 공항 안의 Royce Chocolate World 로이스 초콜릿 월드

삿포로에는 白い恋人 시로이 고이비토 공원이 있다. 유럽풍의 건물을 만들어 놓고 초콜릿을 만드는 체험도 하고 하얀 연인을 살 수 있는 곳이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테마파크에 별 관심이 없어 가보지는 않았다. 작은 공간에 경험을 응축하여 지역 산업과 연계하는 일본의 관광산업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낸다.

일본 어느 지역을 가도 기념품 가게와 공항에서 산처럼 쌓아놓고 있는 과자이지만 홋카이도의 하얀 연인이 더 깊은 맛을 낼 것 같은 이유는 ‘お元気ですか 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외침이 쿠키 사이에 메아리 되어 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랑드샤 안에 화이트초콜릿을 샌드 한 하얀 연인은 파사삭 부서지다가 입 안에서 스르르 녹는 하얀 눈과 같은 쿠키이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과한 제스처를 하지 않아야 한다.

거칠게 대하지도 오랫동안 어루만져서도 안 된다. 풋사랑의 연인처럼 수줍게 절제된 손길로 순수함을 지켜준다.



달걀을 휘젓지 않고 조심스럽게 풀어만 주고 버터도 완전히 크림 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만 저어준다. 핸드 믹서를 사용하지 않고 손 거품기와 주걱을 사용해 공기가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해 주어야 한다.

쿠키 반죽을 얇게 펴야 하므로 초콜릿 사각 스텐실을 구입하거나 두꺼운 판지로 간단하게 만들어 최대한 얇고 바삭하게 굽는다.


습도가 낮은 날 온도와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오븐에서 꺼낸 후 식힘 망에 바로 올려 빠른 건조가 될 수 있게 한다.

하얀 연인의 식감과 북해도의 차가운 크림이 만들어 낸 초콜릿의 향을 내기는 쉽지 않다. 바사삭 부서지는 얇은 쿠키에 만족하고 차와 함께 먹으며 그 시절 우리의 감성을 자극했던 러브레터와 철도원을 꺼내 본다.


白い恋人 하얀 연인들 만들기

12개분

9.5"x7"(24 cmx18 cm) 쿠키 스텐실 2개

50g 무염 버터, 30g 분당 40g 박력분, 5g 아몬드 가루, 15g 생크림 30g 달걀흰자, 80g 화이트 커버처 초콜릿, 1/2 tsp 바닐라 익스트랙

1. 실온의 버터를 거품기로 부드러워질 때까지 저어준다.

2. 분당 넣고 섞는다.

3. 달걀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고 흰자만 따로 부드럽게 풀어 준다.

4. 풀어둔 흰자를 3번에 걸쳐 버터에 넣어 섞어 주고 바닐라 익스트랙 넣고 가볍게 섞는다.

5. 밀가루와 아몬드 가루를 체 쳐서 넣고 주걱으로 밀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자르듯이 11자 섞는다.

6. 생크림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7. 쿠키 스텐실을 유산지 위에 올리고 반죽을 부은 후 스크래퍼로 밀어 반듯하게 만들어 준다.

8. 조심스럽게 스텐실을 들어 올려 제거하고 160도 예열된 오븐에서 10분 정도 가장자리가 약간 노랗게 변할 때까지 구워준다. (사용 후 스텐실은 씻어 깨끗이 말려 둔다)

9. 식힘 망 위에 올려 완전히 식힌다.

10. 화이트 커버처 초콜릿을 뜨거운 물 위에 올려 중탕으로 녹인다.

11. 덩어리 없이 녹으면 물 위에서 내리고 주걱으로 35°C 될 때까지 부드럽게 저어준다. (스패출러를 넣다 빼었을 때 스패출러에 얇게 굳을 정도)

12. 스텐실에 초콜릿을 붓고 스크래퍼로 윗면을 반듯하게 밀어준다.

13. 냉장고에 15분 넣어 굳힌 후 스텐실에서 빼준다.

14. 쿠키 가운데에 녹인 화이트초콜릿을 살짝 바르고 초콜릿을 하나씩 넣고 다른 면에도 화이트초콜릿을 바른 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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