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꼬끄의 가벼움

Macaron 마카롱

by 스노리

마카롱은 파사삭 부서지자마자 쫀득한 식감이 입 안을 휘감는 Coque 꼬끄가 버터 향의 크림과 더해져 첫 경험의 기억을 쉽게 지울 수 없는 프랑스 과자이다.

철벽같이 방어하는 매끄러운 얼굴 아래로 열기를 허락하여 숨을 쉬며, 주름진 레이스를 살짝 들고 흐를 듯 흐르지 않는 부드러운 속을 언뜻언뜻 보여주며 왈츠에 가벼운 몸을 맡긴다.


중세 시대 이탈리아에서 아몬드를 갈아 만든 쿠키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마카롱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시집온 신부와 동행한 요리사에 의해 프랑스로 전해지다가 1900년대에 지금과 같이 크림이 필링 된 샌드 형태의 마카롱으로 바뀌게 되었다.


16세기부터 시작되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 들어온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상류사회에서 이미 우아하게 돌고 있는 디저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먹어 본 것은 20여 년 전, 시내에 있는 호텔 베이커리였다.

쫀득한 원형 샌드 쿠키를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머리카락이 움찔거릴 정도의 엄청난 단맛과 가벼운 식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 세트를 사서 부모님께 드렸더니, 아빠가 모나카 냐며 –얇고 바삭하게 구워낸 과자 사이에 팥소를 넣어 먹는 일본의 과자- 아주 맛있게 드셨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초콜릿이 뿌려진 회화적인 얼굴로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다가 뚱카롱이라는 이해하지 못할 뚱녀로 변신해 한국 디저트의 트렌드를 뒤흔들었다. 다행히 과하게 달지는 않았지만,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돌며 파사삭 부서지는 꼬끄를 느낄 참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과한 크림 필링이 납득되지 않아 즐기지 않았다.


마카롱3.jpg
마카롱4.jpg
파리의 Ladurée 라 뒤레

Ladurée 라 뒤레는 1800년대 빵과 브리오슈 –버터가 많이 들어간 프랑스 식빵- 집으로 시작해 1900년대 초에 꼬끄 사이에 필링을 샌드 한 현대적 마카롱을 개발해 지금까지 명성을 얻고 있는 프랑스의 제과점이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절제된 기법으로 초창기와 변함없는 마카롱을 만들고 있다.

라 뒤레의 마카롱은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조 있는 여성처럼 안정적인 모습으로 아름다운 색의 탑을 쌓고 있다. 바사삭한 맛 뒤에 함께 따라 나와야 할 쫀득함이, 음미할 새도 없이 스치고 지나는 정도라 처음 베어 물면 ‘뭐지?’ 하고 실망할 수 있지만 과하지 않은 Pied 피에가 만들어 낸 얇은 꼬끄가 연약하게 부서져 버리며 필링의 향이 긴 여운을 남겨 하나 더 입에 넣게 된다.


샹젤리제 거리의 라 뒤레에서 마카롱을 한 입 베어 문 아들이 말한다.


“엄마가 이겼는데?”


마카롱보다 스윗한 아들이다.


너무 기대했던 것인지 우리가 정의했던 식감이 아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진하지 않은 필링과 날아갈 듯한 식감에 그 자리에서 서너 개를 집어삼킨다.

마카롱의 기준을 확고히 하고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 라 뒤레의 고집이 현대의 SNS가 원하는 화려한 트렌드와는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유행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모습을 바꾸다가 쉽게 질려 버리는 다른 마카롱과는 다르게 한결같은 맛으로 같은 자리에서 마카롱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마카롱은 디저트의 최고답게 환경에 예민하고 쉽지 않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숙련자들의 제과이지만 한 번 성공해서 만들면 필링을 바꿔가며 앙글레이즈, 말차, 초콜릿 등 수십 가지 종류의 마카롱을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디저트이다.


마카롱6.jpg
마카롱7.jpg
마카롱8.jpg
요거트 앙글레이즈, 말차, 블루베리 마카롱


마카롱은 습기에 민감해 비 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에는 얼굴에 쭈글쭈글 주름을 가득 담고 인상을 쓴다. 마카롱 꼬끄의 아랫부분에 생기는 피에는 완전히 건조된 표면을 뚫고 나오지 못한 열기가 아래로 쏠려 부풀며 레이스처럼 만들어지는 주름진 띠이다. 수분이 충분히 날아가지 않고 습도가 높으면 오븐의 열기가 마르지 않은 표면을 뚫고 올라와 솟아오른 산맥을 만든다.

화창하게 맑은 날 잘 말려주고 구우면 기지개를 켜며 반질반질한 얼굴을 내밀고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한다.


마카롱35.jpg
마카롱28.jpg
마카롱30.jpg


달걀흰자를 휘핑해 머랭을 만들 때, 주걱으로 공기를 빼는 작업을 게을리하면 납작하게 퍼져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Macaronage 마카로나주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마카롱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주걱으로 반죽을 그릇 옆에 바르면서 공기를 빼고 다시 합치고 다시 공기를 빼는 이 작업을 게을리하거나 과도하게 해도 문제가 생겨 버린다. 주걱으로 윤기가 날 때까지 마카로나주를 한 후, 반죽을 떨어뜨려 용암이 흐르듯 끊어지지 않고 계단을 만들며 떨어질 때까지 해야 한다. 마카로나주를 게을리하거나 과도하게 하면 녹은 찰떡같이 퍼져 일어나지 않는다.


마카롱을 첫 번째 성공하려고 애쓰지 말자. 첫 번째 성공한다고 해도 무엇인가 맘에 안 들면 쭈글쭈글한 얼굴로 인상을 쓰거나 바닥에 얼굴을 처박아 버린다. 까다롭게 굴며 애를 태워도, 화창한 날에 살살 달래 가며 정성스럽게 대해 주면 멋진 레이스를 추켜세우고 반들반들한 얼굴로 사뿐사뿐 춤을 춘다.



커피 마카롱 만들기


마카롱 꼬끄 만들기

80g 달걀흰자, 80g 설탕, 100g 아몬드 가루, 100g 분당, 2g 커피 가루

커피 크림 필링 만들기

60g 무염 버터, 60g 분당, 1 tsp 인스턴트커피가루, 1 tsp 뜨거운 물, 1/2 tsp 바닐라 페이스트


마카롱 꼬끄 만들기

1. 아몬드 가루와 분당, 커피 가루를 두 번 체 쳐 둔다.

2. 달걀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80g의 흰자를 볼에 담고 핸드 믹서의 강속으로 휘핑한다. (노른자는 두었다가 앙글레이즈 크림을 만들거나 커스터드를 만들어 먹어요)

3.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설탕을 세 번에 나눠 넣어가며 중간 뿔이 만들어질 때까지 휘핑한다. (믹서를 들어 올렸을 때 머랭 뿔이 살짝 휘는 정도)

마카롱11.jpg
마카롱9.jpg
마카롱10.jpg

4. 체 쳐둔 1의 가루를 반 만 넣고 주걱으로 가볍게 섞고 나머지 가루를 넣고 섞는다

5. 가루가 보이지 않으면 반죽의 공기를 빼는 마카로나주를 시작한다.

6. 주걱으로 반죽을 그릇의 옆면에 발라 주고 다시 합쳐 섞는다. (그릇을 돌려가며 옆면에 발라 펴주세요)

7. 반죽에 윤기가 흐르고 반죽을 떨어뜨렸을 때 끊어짐 없이 계단처럼 떨어질 때까지만 마카로나주를 반복한다. (반죽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5~7번 정도)

마카롱12.jpg
마카롱13.jpg
마카롱15.jpg

8. 원형 깍지를 낀, 짜는 주머니에 반죽을 담고 유산지 깐 오븐 팬 위에 똑바로 세워 짜고 빠르게 들어 올린다. (마카롱 템플릿을 사용하면 일정한 원으로 짤 수 있어요)

9. 팬의 바닥을 두드려 공기를 빼고 바닥에 몇 번 쳐 모양을 일정하게 펴준다.

10. 이쑤시개로 작은 기포를 터뜨려 매끈하게 만든다.

마카롱16.jpg
마카롱17.jpg
마카롱19.jpg

11. 커피 가루를 체에 쳐 위에 살살 뿌려 준다.

12. 30-40분 정도 표면을 만졌을 때 손에 묻어나는 게 없을 때까지 실온에서 말린다.

13. 150도 예열된 오븐에서 14분 굽고 완전히 식힌 후 유산지에서 떨어뜨려 준다.

마카롱22.jpg
마카롱23.jpg
마카롱24.jpg

크림 필링 만들기

14. 인스턴트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고 완전히 녹인 후 식힌다.

15. 실온에 둔 버터를 핸드믹서의 강속으로 색이 뽀얗게 되고 풍성해질 때까지 휘핑한다.

16. 분당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휘핑한다.

17. 에스프레소 만들어 둔 것과 바닐라 페이스트를 넣고 잘 섞일 때까지 휘핑한다.

마카롱25.jpg
마카롱26.jpg
마카롱27.jpg

18. 냉장고에 15분 정도 넣어 둔다.

19. 마카롱 꼬끄를 비슷한 사이즈로 짝을 맞춘다.

20. 한쪽을 뒤집어 주고 가운데에 필링을 짜고 다른 한쪽을 부드럽게 위에 올린다.

마카롱37.jpg
마카롱38.jpg
마카롱36.jpg


이전 06화케이크 메이커 The Cakem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