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pe Cake 크레이프 케이크
대서양을 향해 손을 뻗은 Bretagne 브르타뉴는 척박하고 메마른 땅을 가진 프랑스 서쪽 끝에 있는 도시이다. 여리여리한 과일나무와 고운 밀을 허락하지 않는 거센 바닷바람이 거친 땅을 웅웅 울리고 지나가며 연약한 자들을 몰아낸다.
켈트족의 후손인 브르타뉴 사람들은 부드럽게 다진 땅도 필요 없이 어디서든 뿌리를 뻗고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메밀을 키우게 된다. 그렇게 메밀은 Breton 브레튼에게 –자신들을 프랑스인이 아닌 브르타뉴 사람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뿌리이고 생활이고 고향이 되었다.
거칠고 투박한 메밀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고 반죽해 철판 위에 얇게 펴 달걀이나 햄을 올려 먹는 Galette 갈레트는 디저트가 아닌 그들의 주식이었다. 오븐이나 팬은 없지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Billig 빌릭 –크레이프를 만드는 원형 철판- 위에 갈레트 반죽을 한 스푼 올린 후 T모양의 도구로 아주 얇게 펴, 바로 지금이야 하는 순간에 찢어지지 않게 뒤집어 만든다.
브르타뉴 사람들이 파리와 프랑스의 곳곳에 흘러 들어가며 어둡고 투박한 메밀 대신 하얗고 부드러운 밀을 사용해 버터와 시럽, 과일 같은 도시의 달콤함으로 가득 채운 갈레트를 만들게 된 것이 현재의 크레이프라고 불리는 달콤한 디저트가 되었다. 살기 위해 주식으로 먹었던 짭짤한 갈레트가 즐기기 위해 먹는 화려한 크레이프로 변해 간 것이다.
프랑스의 갈레트로 시작된 크레이프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다른 모습을 하고, 브런치로 디저트로 주식으로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봉평의 벌판에는 싱그러운 초록이 살아 숨 쉬는 여름의 끝자락에 흩날리는 눈송이가 하나둘 매달린다. 초록을 시기한 눈의 여왕이 산과 벌판을 눈으로 덮어 버리려다 달빛에 빛나는 메밀밭의 아름다움에 취해 얼음의 결정을 꽃송이마다 사뿐히 매달아 놓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매혹적인 향기를 품고 있지 않아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찬란하게 들판을 장식한다.
가을바람이 피부에 닿기 시작하면 하얀 꽃에 달린 여왕의 선물은 가루가 되어 얇은 크레이프처럼 밀어낸 전병이 되고 만두피가 되어 알차게 속을 채운다.
크레이프의 본고장인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답게 진한 시럽이 얇은 크레이프를 도화지 삼아 멋대로 그림을 그린다. 초콜릿 가나슈, 홈메이드 캐러멜, 리큐르의 반짝거리는 소스가 평범한 크레이프를 화려한 디저트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cidre 시드르나 –사과주- 달지 않은 산뜻한 과일주를 함께 하면, 달콤함에 향을 입히고 다음 한 입을 처음 한 입으로 만들어 질릴 틈 없이 계속 먹게 된다.
밀을 재배하는 선두에 서서 거대한 농장에서 쏟아지는 풍족한 재료가 넘치는 미국은 헤비 한 음식이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다.
찢어질까 부들부들 뒤집어야 하는 종잇장 같은 크레이프를 살찌워 뒤집개로 거칠게 취급해도 퍽하고 모양을 잡아 착지하는 두꺼운 팬케이크로 만들었다. 이 위에 줄줄이 흐르는 메이플 시럽을 뿌리거나 버터를 올리고 좋아하는 토핑을 알아서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의 기회를 주는 팬케이크는 미국인들 최고의 아침 식사가 되었다.
모방의 단계를 넘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디저트의 천국인 일본의 크레이프는 모양도 다채롭고, 속에 넣는 재료는 프랑스 사람들이 봤으면 크레이프를 모욕했다고 할 수준이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와 데리야키, 후리카케 뿌려진 밥과 명란, 그리고 스파게티를 넣은 크레이프도 있다. 각기 다른 속들로 층층이 쌓아 한입에 넣지도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콘처럼 손에 들고 다니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삼각김밥의 김 대신 크레이프로 속을 싸고 크레이프 집이라는 간판을 걸어 놓는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속이 크레이프와 묘하게 맛을 내어 체면 차릴 새 없이 길거리에서 소스를 흘리며 먹는다.
중국에는 갈레트와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煎饼 젠빙이 있다. 아침을 밖에서 먹는 이들이 많은 중국의 길거리에 제일 많이 파는 음식이다.
평평한 철판 위에 반죽을 한 스푼 얹어 T모양의 기구로 원을 그려 아주 얇게 만든 후 손님이 원하는 속을 채워 송송 썬 파를 뿌려 준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 배탈 난다며 질색하는 남편 때문에 사 먹지는 않았지만 얇은 피를 더 얇게 펴내 동그랗게 만들고 예술적으로 뒤집는 것은 몇 번을 구경해도 질리지 않는다.
멕시코의 Burrito 부리또, 러시아의 Blini 블리니, 베트남의 Bánh xèo 반쎄오, 대만의 땅콩 크레이프 모두 저마다 개성 있는 자태로 하얀 테이블 러너가 깔린 빛나는 접시 위에 고상하게 올라 있기도 하고,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애태우며 복잡하고 지저분한 길거리 한편에 자리하기도 한다.
크레이프를 여러 장 올려 먹는 크레이프 케이크는 상큼한 과일이나 진한 초콜릿과 같은 자극적인 펀치와 어울린다. 쫄깃한 식감이 층을 이뤄 자칫 밍밍한 케이크가 될 수 있어 중간에 넣는 크림에 과일을 넣어 상큼함을 터지게 한다든지 달콤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크림을 잔뜩 넣어 준다.
여름에는 입 안에서 터지는 블루베리나 포도, 샤인 머스캣을 넣어 부드러운 크레이프 안에 반전을 숨기고 겨울에는 카카오 향이 물씬 나는 초콜릿을 잔뜩 발라 하얀 겨울에 반기를 들어 본다.
초콜릿 크레이프 한 조각이 담긴 접시가 서빙된다. 카카오 가루가 불면 날아갈 듯이 푹신하게 덮여있는 제일 윗 장부터 공략한다. 다른 케이크처럼 눕히지도 단번에 자르지도 않는다. 포크로 한 장씩 돌돌 말아 연약한 크레이프가 찢어지지 않게 감싸 하나하나 벗겨 먹는다.
얇은 크레이프가 쫄깃하게 혀를 휘감고, 뒤이어 들어오는 초콜릿 프로스팅이 감싼 혀를 부드럽게 풀어 하나가 되어 넘어간다.
카카오 향을 넣은 크레이프를 얇게 부치고 초콜릿을 녹인 프로스팅 크림을 듬뿍 넣어 초콜릿 크레이프를 만든다. 초콜릿 가나슈를 부어 케이크를 감싸면 초콜릿의 단맛에 뇌가 정지하지는 않을까 생각하지만, 카카오의 쓴맛과 쌉싸름한 맛이 단맛을 중화하고 달콤함이라는 가장 오래 남는 맛과 향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크레이프 케이크는 여러 장의 크레이프가 올라가는 만큼 얇을수록 맛있다. 프라이팬 바닥에 비칠 만큼 얇게 펴고 작은 기포가 몽글몽글 올라오면 바로 뒤집어 부드러움을 최대한 지켜준다.
크림은 아끼지 말고 처바르자. 크레이프 사이에 가득 한 크림은 말없이 구석에 쌓여 있는 소박한 크레이프를 스팟라이트가 비추는 무대의 중앙으로 끌어낸다.
초콜릿 크레이프 케이크 만들기
15cm 프라이팬
크레이프 만들기
70g 녹인 버터, 70g 설탕, 400g 우유, 4 달걀, 150g 중력분, 50g 코코아파우더, 1/2 tsp 바닐라 익스트랙, 소금 한 자밤
프로스팅 크림 만들기
400g 생크림 A, 80g 설탕, 50g 다크 초콜릿, 60g 생크림 B
초콜릿 가나슈 만들기
150g 생크림, 100g 다크 커버처 초콜릿, 10g 무염 버터
1. 달걀에 설탕 넣고 거품기로 섞는다.
2. 소금 한 자밤과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섞는다.
3. 밀가루와 코코아파우더를 체 쳐서 넣고 반죽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는다.
4. 우유와 녹인 버터 반씩 넣고 거품기로 잘 섞는다.
5. 나머지 우유와 녹인 버터를 넣고 반죽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잘 섞는다.
6. 팬에 식용유를 조금만 두르고 팬이 데워지면 식용유를 닦아낸다.
7. 약한 불에 반죽 한 스푼 (22g 정도)을 팬에 넣고 팬을 기울여 가며 반죽을 얇게 편다.
8. 반죽에 작은 기포가 올라오면 (20~30초) 뒤집어 20초 익히고 식힘망 위에 올린다.
9. 크레이프를 겹치지 않게 두고 식힌다. (15cm 프라이팬 사용 시 총 25~28장 정도 나와요)
10. 15cm 원형 링으로 찍어 가장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11. 60g 생크림에 다크 초콜릿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30초씩 두 번 돌려 녹인다.
12. 주걱으로 윤기가 흐를 때까지 저어 준다.
13. 차가운 400g 생크림에 설탕을 넣어가며 핸드믹서의 고속으로 단단한 뿔이 설 때까지 휘핑한다. (믹서를 들어 올렸을 때 생크림이 살짝 휘는 뿔이 만들어질 때까지)
14. 다크 초콜릿 녹인 것을 넣고 휘핑해 잘 섞는다.
15. 돌림판 위에 크레이프 한 장을 올리고 크림 프로스팅을 잔뜩 발라 준다.
16. 다음 크레이프를 올리고 프로스팅을 잔뜩 올리며 크레이프 층을 쌓는다.
17. 마지막 크레이프를 올리고 옆면을 스크래퍼로 고르게 정리한 후 냉장고에 2시간 넣어 둔다.
18. 생크림에 커버처 초콜릿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30초씩 두 번 돌려 녹인다.
19. 주걱으로 윤기가 흐를 때까지 저어 주고 버터 넣고 섞는다.
20. 크레이프 케이크 위에 부어주고 옆면을 스크래퍼로 고르게 펴준다.
21. 냉장고에 최소 4시간에서 하룻밤 넣어 둔다.
22. 케이크 위에 코코아파우더를 뿌리고 원하면 초콜릿이나 블루베리 등으로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