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버터 초콜릿 쿠키
베이커리를 지날 때 나는 빵 굽는 냄새의 정체는 버터의 향이다. 버터가 열을 만나면 고소한 견과류와 토스트 향이 도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빵 굽는 냄새는 고소하고 달콤한 버터의 향이 촉촉하게 구워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의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세뇌한 뇌의 기억이다.
버터를 가열할수록 나는 짙은 견과류와 태운 듯한 캐러멜 향이 나는 빵집 앞에서 한 번쯤 경험했던 맛있는 기억이 거부할 수 없는 향으로 우리의 뇌를 강하게 자극한다.
옛 프랑스 해안가의 한 가정에서 저녁 준비가 한창이다. 거친 빵을 자르고 생선을 다듬어 철판 위에 올린다. 창문 밖으로 바닷바람이 뱃사람의 향기를 전해주자 요리하던 부인은 잠시 추억에 잠긴다.
버터가 지글거리며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후다닥 정신을 차린 부인은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버터를 넣었는데 태워버렸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비싼 버터를 버릴 수는 없다. 갈색으로 변한 버터를 생선 위에 끼얹어가며 베이스팅을 한다.
저녁을 위해 식탁에 앉은 남편이 생선을 입에 넣으며 말한다.
“이 생선 이름이 뭐야?”
“뭐긴, 당신이 잡아 온 대구지?”
“그럴 리가. 대구가 이렇게 부드럽고 고소하다고?”
버터의 지방이 생선의 표면을 코팅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만들고 버터의 단백질이 타면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헤이즐넛 향을 듬뿍 머금은 생선구이가 만들어졌다.
거친 남편의 얼굴에 흔하지 않은 미소가 퍼지고 흔들리는 불빛이 부드럽게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스쳐 간 인연이 바람을 타고 와 고소함을 선사하고 날아가 버렸다.
버터를 오래 가열하여 브라운 버터를 만들면 우유의 단백질이 당과 만나 타면서 견과류의 향이 만들어지는데 후각에 진심인 프랑스인들이 이 고소한 향을 놓칠 리가 없다. 고기와 생선, 파스타와 야채 위에 요리의 소스로 뿌리다가 제빵에도 넣어 본다.
버터를 크림화시키고 단순히 녹여서 사용하던 파티시에들이, 브라운 버터가 달콤한 맛에 깊이와 매혹적인 향을 더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커피를 볶듯 버터를 태우기 시작한다. 단백질이 응고하며 만드는 짙은 찌꺼기에서 마법의 향을 발견한 요리사가 휘낭시에를 탄생시키고 마들렌과 쿠키에 넣으며 제과의 향과 맛을 끌어올렸다.
브라운 버터는 달기만 한 디저트를 미묘하게 고급스러운 달콤함으로 끌어올린다. 버터가 타면서 나는 쓴맛 전의 고소함이 달콤한 향과 하나가 되어 감싸 안으며 긴 여운을 남긴다.
아몬드 가루가 기본이 되는 휘낭시에를 만들 때 브라운 버터는 필수이다. 고소한 아몬드가 헤이즐넛 향의 브라운 버터를 만나 견과류의 향이 폭발해 버린다. 응축된 단백질의 찌꺼기가 휘낭시에의 핵심이 되어 브라운 버터케이크라고 불리며 고급스러운 맛을 지닌 프랑스의 대표 디저트가 되었다.
초콜릿을 사랑한다. 카카오의 향과 초콜릿의 쌉쌀한 맛이 없었다면 단맛 나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단맛이 과한 디저트와 일반 음식의 단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설탕을 많이 사용한 음식에서는 장난감 공장처럼 일률적으로 조립해 버린 것 같은 가공의 맛이 난다.
사실 뇌가 얼어 버릴 것 같은 단맛 나는 제과점의 디저트에 질려서 베이킹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콜릿 쿠키에 브라운 버터를 넣으면 단맛 나는 디저트를 오랫동안 로스팅한 시간의 맛으로 업그레이드해 준다.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한 이유는 브라운 형제가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브라운 슈가와 브라운 버터 형제는 카카오의 쓴맛과 설탕의 단맛을 고소한 향으로 커버해 주고 쫀득한 식감을 선물하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쿠키를 만든다.
초콜릿 쿠키 반죽을 냉장고에 오래 둘수록 퍼지지 않아 촉촉한 쿠키가 만들어진다. 더욱 촉촉한 초코칩 쿠키가 먹고 싶다면 반죽을 랩으로 덮어 냉장고에 두고 하룻밤을 견딜 인내심이 필요하다.
반죽을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동그랗게 떠서 밀봉 팩에 넣어 냉동시키면 달콤한 게 당기는 야심한 시각에 꺼내 언제든지 구워 먹을 수 있다. 얼어붙은 향과 달콤함이 불씨를 만난 마른 장작처럼 부활한다.
버터를 끓여 브라운 버터를 만들면 버터의 수분이 증발해 15~20% 정도 무게가 줄어든다. 일반적인 무염 버터는 25~30g 정도의 손실이 생긴다. 130g의 브라운 버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160g의 버터를 끓여야 한다.
소스 팬에 버터를 넣고 중불에서 끓이면 작은 거품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바닥을 가린다. 주걱으로 바닥을 열심히 헤집어 갈색이 되는 찌꺼기들을 발견하면, 그들이 아주 까맣게 타들어 가지 않도록 속내를 계속 살펴 주어야 한다.
찌꺼기들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서 깨를 볶는 듯한 고소한 향을 내뿜기 시작할 때 바로 다른 그릇에 옮겨 담는다. 열기를 껐다고 팬에 그대로 두면 깨를 볶는 고소함이 싸움으로 번져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브라운 버터의 고소한 향은 견과류와 찰떡같이 어울린다. 초콜릿과 함께 호두나 마카다미아 같은 견과류를 듬뿍 넣어 먹으면 고소함이 폭발해 버리고 촉촉하고 쫀득한 쿠키에 바삭함까지 더해져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맛에 취하게 된다.
브라운 버터 초콜릿 쿠키 만들기
14~16개분
160g 무염 버터 (130g 브라운 버터), 210g 중력분, 120g 흑설탕, 50g 흰 설탕, 1 달걀, 1 달걀노른자, 1 tsp 꿀, 1 tsp 커피 가루, 1 tsp 소금, 150g 다크 초콜릿 칩, 1 tsp 베이킹소다, 1/2 tsp 바닐라 익스트랙
브라운 버터 만들기
1. 소스 팬에 버터 넣고 중불로 끓여 준다.
2. 색이 황금색으로 변하면 주걱으로 저으면서 약한 불로 낮춘다.
3. 잔거품이 일면 주걱으로 바닥의 찌꺼기의 색을 확인하면서 계속 저어 준다.
4.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나면서 바닥의 찌꺼기가 진한 갈색이 되면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 타는 것을 방지한다.
쿠키 만들기
5. 밀가루와 베이킹소다를 체 쳐 둔다.
6. 볼에 흑설탕과 흰 설탕, 꿀, 소금, 커피 가루를 넣고 섞는다.
7. 브라운 버터 만들어 둔 것을 찌꺼기까지 긁어 넣고 섞는다.
8. 달걀과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완전히 섞는다.
9. 밀가루 체 쳐 둔 것을 반 만 넣고 주걱으로 가볍게 섞는다.
10. 주걱으로 자르듯이 11자 섞고 밀가루가 거의 보이지 않으면 나머지 밀가루를 넣고 가볍게 섞는다. (많이 섞지 않도록 해주세요)
11. 밀가루가 어느 정도 남았을 때 초콜릿 칩을 넣고 밀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섞는다.
12. 랩을 덮어 냉장고에 넣고 2시간에서 하룻밤 넣어 준다. (오래 두면 더 퍼지지 않고 촉촉)
13.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한 스푼씩 떠서 유산지 위에 올리고 살짝만 눌러 준다.
14. 190°C 예열된 오븐에서 12분 굽는다.
15. 남은 반죽은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떠서 동그랗게 만든 후 지퍼백에 넣고 냉동실에 보관하고 먹고 싶을 때 꺼내 구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