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랑의 기술, 프렌치 수프

Lemon Meringue Pie 레몬 머랭 파이

by 스노리

장작불이 타고 있는 프랑스의 오래된 저택에서 저녁을 위한 만찬이 준비 중이다. 밭에서 캔 채소를 볶고 해산물을 넣은 육수를 우려 생선을 재우고 고기를 굽는다.

영화 The Taste of Things ‘프렌치 수프’의 외제니는 사랑을 고백하는 언어 대신 하나씩 완성하여 내보내는 그녀의 요리로 사랑의 감정을 내뱉는다. 결혼이라는 완성된 틀을 거부하고 계속 끓고 있는 프렌치 수프처럼 잔잔하지만 농축된 사랑을 보여준다.


머랭케이크2.png


만찬에 모인 젠틀한 신사들은 맑고 투명한 콩소메로 입을 열고 해산물 버섯 크림으로 속을 채운 Vol-au-vent 볼로방으로 앙트레를 시작한다.


“볼로방을 만든 카렘 –프랑스 제빵의 아버지- 에게 우리 모두 빚을 진 거야. 망친 페이스트리를 화덕에서 꺼내다가 속이 비어버린 페이스트리를 발견해 버렸으니까”


만찬을 즐기던 사람들은 어설픈 실수에 관련된 요리의 우연한 발견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는 언제나 입맛을 돋우는 특별한 재료가 된다.


볼로방은 가득 채우기 위해 비워내는 페이스트리의 미학이다. 속이 비어 바람에 날아갈 듯이 가벼운 페이스트리가 닭고기와 해산물 크림으로 채워지기 위해 말없이 믿음을 가지고 기다린다.

주방에서 나가지 않고 묵묵하게 음식을 만드는 여주인공 외제니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들을 담아 지키는 볼로방 같은 여성이다. 만찬에 초대된 미식가들은 외제니와 함께 식사를 즐기기를 바라지만 ‘여러분이 먹은 음식을 같이 즐기고 먹고 있다’라고 웃으며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머랭케이크3.png
머랭케이크4.png


녹인 버터를 베이스팅 하며 구워 향을 살린 송아지 고기와 산뜻한 육수와 버터밀크에 재워 비린 맛을 가두고 부드러운 속살만을 남겨놓은 가자미 요리가 메인으로 서빙되며 만찬은 무르익어간다.

각각의 요리와 페어링 된 와인으로 입을 헹구며 마지막 디저트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머랭 케이크가 서빙된다. 달걀흰자가 단단하게 휘핑되어 속 깊이 감춰진 아이스크림을 지켜내는 머랭 케이크를 마지막으로 족히 4시간은 걸렸을 만찬이 끝난다.


머랭케이크5.png
머랭케이크6.png
스크린샷 2026-02-03 112843.png


만찬에 모인 이들은 토치로 불을 붙인 머랭 케이크 안에 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뜨거움 속에서도 살아 있는 아이스크림을 두고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아이스크림 머랭 케이크는 타이밍과 온도가 한 치의 어긋남도 있어서는 안 되는 외제니의 완벽한 사랑의 기술이 만든 피날레이다.


주방에서 머랭 케이크를 맛보는 소녀가 외제니에게 물어본다.


“이게 뭐예요?”


“Omelette Norvégienne 노르웨이 오믈렛 ”


“왜 노르웨이죠?”


“나도 몰라 ㅎㅎ”


얼음이 들어간 투박한 제빙기를 돌리며 만든 아이스크림을 케이크 안에 가두고 단단하게 휘핑한 머랭으로 감싸 안아 뜨거운 열기를 견디게 만든다. 영어로 Baked Alaska ‘구운 알래스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노르웨이의 차가운 설빙을 닮아 이름 지어진 듯하다.


머랭케이크7.png
머랭케이크9.png


달걀을 쳐 대면서 생기는 공기층이 강력한 단열재가 되어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머랭은 열을 막아주는 갑옷이 된다. 달걀흰자가 열을 받으면 단백질의 층을 만들어 표면을 코팅해 주는데 타르트를 굽고 안을 채우기 전 달걀흰자를 발라 살짝 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촉촉한 필링이 타르트를 눅눅하게 만드는 것을 막아주어 시간이 지나도 바삭한 타르트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크림과 같이 유약해 보이는 머랭은 심지가 굳은 강력한 힘을 지닌 영화 속 외제니를 대변해 준다. 조금만 과하게 휘핑해도 무너지고 높은 온도가 길게 이어지면 윤기를 잃고 파삭하게 시들어 버리는 머랭처럼 그녀의 사랑은 강렬하게 타오르지도, 과하게 갈구하지도 않는다.

결국에는 쓰러지고 말지만, 그녀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맛을 전해주는 꺼지지 않는 주방의 불꽃으로 기억될 것이다.


머랭케이크10.png
머랭케이크11.png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그 자리에서 끝장내버려야 한다. 냉동실에 들어가면 아이스크림은 숨을 쉬겠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빵과 머랭은 식감을 잃어버린다.

아이스크림 대신 상큼한 레몬 커드를 만들어 타르트를 만들고 -사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게 할 자신이 없다- 머랭을 올려 레몬의 맛과 향을 차갑게 즐기는 레몬 머랭 타르트를 만든다.

바삭하게 구운 타르트 안에 레몬 제스트를 잔뜩 넣어 새콤함이 뇌를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레몬 커드를 채워 넣고 단단하게 휘핑한 머랭을 올려 차갑고 상큼한 속을 지켜낸다.


부드러움을 감추고 단단한 뿔을 세우고 있는 머랭을 토치로 살짝 그을려 주면 눈 쌓인 봉우리에 일몰이 시작된다. 토치가 없다면 오븐의 그릴로 짧게 굽는다. 입안에서 유리처럼 부서지다가 레몬 커드와 함께 스르르 녹아 버린다.



레몬 머랭 타르트 만들기


타르트 만들기

80g 무염 버터, 120g 박력분, 20g 아몬드 가루, 40g 분당, 1 달걀노른자, 1/2 tsp 바닐라 익스트랙

레몬 커드 만들기

2 레몬 제스트, 50g 레몬즙, 50g 설탕, 70g 무염 버터, 2 달걀, 2 달걀노른자

이탈리안 머랭 만들기

3 달걀흰자, 30g 설탕 A, 40ml 물, 120g 설탕 B


레몬 커드 필링

1. 레몬을 베이킹 소다와 소금으로 깨끗이 씻어 말린 후 레몬 제스트와 레몬즙을 짜둔다.

2. 소스 팬에 달걀노른자와 달걀, 설탕, 레몬즙과 제스트 넣고 중간 불에서 계속 저으면서 3~4분 정도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

머랭케이크15.jpg
머랭케이크16.jpg
머랭케이크17.jpg

3. 불에서 내리고 버터를 넣은 후 거품기로 잘 섞는다.

4. 체에 내려 부드럽게 만든 후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랩을 씌워 타이트하게 손으로 눌러 주고 냉장고에 1시간 둔다.

머랭케이크18.jpg
머랭케이크19.jpg
머랭케이크19-1.jpg

타르트 만들기

5. 실온에 둔 버터를 거품기로 크림화시키고 분당 넣고 섞는다.

6. 달걀노른자와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섞는다.

7. 밀가루와 아몬드 가루를 체 쳐서 넣고 주걱으로 가르듯이 11자 섞는다.

8.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휴지 시킨다.

9. 밀대로 0.3cm 정도로 밀어 얇게 만든 후 틀에 잘 맞춰 넣고 부풀지 않게 포크로 찍어 준다.

10. 누름돌 넣고 180°C에서 15분 굽고 누름돌을 빼고 달걀흰자를 발라 5분 더 굽는다.

머랭케이크12.jpg
머랭케이크13.jpg
머랭케이크14.jpg

이탈리안 머랭 만들기

11. 달걀흰자를 핸드믹서 고속으로 휘핑한다.

12. 잔거품이 일면 설탕 A를 세 번에 걸쳐 넣어 주며 뾰족한 뿔이 설 때까지 단단하게 휘핑한다.

13. 물에 설탕 B 넣고 젓지 말고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까지 약불로 끓인다. (색이 변하기 전 118°C 도 될 때까지 끓여 주세요)

14. 12의 뜨거운 설탕 시럽을 달걀흰자에 조금씩 흘려 넣으며 고속으로 휘핑한다.

15. 핸드믹서를 고속에서 중속으로 낮추어 2분 정도 더 휘핑한다.

머랭케이크21.jpg
머랭케이크22.jpg
머랭케이크23.jpg

16. 타르트에 차가운 레몬 커드를 넣어 평평하게 펴준다.

17. 원형 깍지 낀 짜는 주머니에 머랭을 넣고 레몬 커드 위에 수직으로 살짝 올리면서 뿔을 만들며 짜준다.

18. 180도 예열된 오븐에서 5분 굽는다.

19. 토치가 있으면 윗면을 그을려 주고 레몬 제스트와 다진 피스타치오를 뿌린다.

머랭케이크24.jpg
머랭케이크25.jpg
머랭케이크28.jpg


이전 10화유니콘이 다녀간 마법 디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