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악기 가야금
가야금을 시작한 지 일 년 반 째. 사람들이 취미를 물어보면 '내 취미는 가야금'이라고 얘기한 지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는 말이다. 사실 전공자가 아닌 이상 가야금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내 주변에서도 나 밖에 없다. (학원에 가면 나 말고도 많긴 하다. 그건 국악학원이니까 차치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항상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나조차도 가야금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특이해서'였다. 어릴 때, 나는 사돈의 팔촌까지 다 한다는 피아노와 플루트를 배웠었다. 그중 플루트는 특출 나게 잘해서 전공을 권유받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어도 어릴 때 합주회에서 솔로도 몇 번 할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루트는 주변 많은 친구들이 다룰 수 있는 악기였다 (내가 학교를 다닐 시절엔 더더욱 유행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비교를 당할 일도 많았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오케스트라에서 필요한 플루트 연주자는 극히 적었기에 나이가 들수록 합주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일도 생겼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남들이 하지 않는 '특이한' 악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마침 유튜브의 신묘한 알고리즘을 통해 가야금 연주곡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양악기가 내지 못하는, '한국인들만 느낄 수 있는 그 절절한' 소리를 내는 가야금에 빠졌고, 내 손으로 연주하고 싶어졌다.
'신기한' 악기 가야금을 배우고자 학원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악기를 너무 신기한 악기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악기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봐야 할 사람들은 외국인들이지 우리가 아니다."
순간 머리가 딩- 했다. 가야금은 우리나라 고유의 악기이기에, 나에게 신기할 이유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듣고 자란 우리의 음악이었다. 그럼에도 평소에 우리는 피아노나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보다 가야금을 훨씬 더 낯설게 여기고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가야금 선율을 들을 때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데도, 악기 자체는 너무나 낯설었다. 그 낯섦이 신비감을 만들었고, 그 신비감이 나로 하여금 가야금을 배우게 만든 원인이었지만, 사실 그 낯섦은 없었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었다.
국악학원들을 봐도 그렇다. 사실 피아노 학원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플루트나 바이올린 등은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로도 배울 수 있는 악기들이다. 하지만 가야금을 배울 생각만 하면 어딘가 막막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공급은 수요량을 반영하는데, 주변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말은 그만큼 대중들에게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규모 자체도 다른 악기 학원들보다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주변에 가야금을 가르치는 학원이 어디 있는지 이전보다 찾기 쉬운 때가 된 데다가, 체감 상일진 모르겠으나 가야금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국악학원들은 소규모이고 주변에서 찾기 어려우며 좋은 선생님을 찾는 것도 힘들다.
가야금은 명인들만 하는 특별한 악기가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하는 낡은 악기도 아니고, 유튜브에 나오는 것처럼 예쁜 한복 입고 가야금으로 캐논을 연주하는, 엄청난 실력자들만 할 수 있는 악기도 아니다. 어릴 적 학교 끝나고 떡볶이를 먹은 뒤 친구들과 함께 향하던 피아노 학원처럼, 퇴근 후 가볍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향할 수 있는 곳이다. 서툰 손짓으로 둥당대고 틀려도 괜찮은 악기이고, 몇 번이나 기초곡을 여러 번 연주해도 괜찮은 악기이다. 가야금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우리 악기 가야금이 너무 어려운 악기, 신비한 악기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