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재, 신나는 글쓰기'_11. 부캐를 키워보세요.
'화花몽夢'을 소개합니다.
이 아이가 제 마음속에서 움트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나와 같이 조금씩 빛을 향해 손끝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 새싹들이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 해바라기를 하듯. '화몽', 그 아이가 제 안에서 꿈바라기 중이에요. 제 안의 작은 소녀는 이제 4살 정도 된 것 같아요. 발그레진 얼굴에 자그마한 입을 오물오물 이야기를 이어가는 소녀. 그녀의 음성에 제 마음의 빗장이 조금씩 열려갔어요. 제가 누군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온전히 '화몽'이 덕이랍니다. 모두들 자기의 말만 하는 세상 속에서 귀가 먹먹해져 갔어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나를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귀를 닫고 웃고 있는 것이었어요. '그래, 나는 너랑 같은 편이야.'라는 사인만 주면 저를 건드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가끔 툭하고 건드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특유의 쿨함이 제 무기였어요. 툭. 툭. 툭... 그렇게 수십 년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나를 지킨다고 생각했던 그 행동들에 제게는 셀 수 없는 실금들이 늘어만 같다는 것을. 단단하다 생각했던 저는 사실 불투명한 유리 같은 사람이었던 거죠. 와장창 모든 게 깨져버리려던 순간에 저는 이 아이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언니, 나는 언니고. 언니는 나예요. 우리는 하나예요. 언니가 나를 더 자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내가 언니를 안아줄 수 있을 만큼 커질 수 있게...'
아장아장 걸음을 떼던 그 소녀가 이제 제법 뜀박질을 해요. 종종 까르르 웃으며 저만치 앞서가 저를 불러요. 그녀의 고사리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저라는 그릇을 구워주는 가마의 불꽃같아요. 지금은 제가 그녀를 안아주지만 곧 그녀가 저를 보듬어줄 듯해요. 그녀가 제가 말해요. 그녀와 제가 나누는 따스한 교감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주지 않겠냐고? 그래요. 이 작은 소녀도 하고 있어요. 아주 조용히 제가 속삭여요. 저를 희망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런 이가 되려고 해요. 당신의 손을 잡고 꼭 안아줄 수 있는 포근한 봄날의 햇살 같은. 오늘이 버겁다면 잠시만 창밖을 바라봐 주세요. 저희가 곧 당신을 찾아갈게요. 하늘에 길게 드리워진 따사로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