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5. 토요일의 캘리그래피 일기 005th Day.
며칠 전 창고형 마트인 샘스클럽을 다녀와 냉장고가 빵빵하다. 생활비 지급일 띵똥 하고 계좌의 알림이 오자마다 장바구니를 한큐에 비워냈지만. 마트의 선반 위에 누워 손짓하는 먹거리들은 모른 체할 수 없었다. 여름휴가 떠나는 날 자동차 트렁크 눌러 닫듯 겨우 닫힌 냉장고의 커다란 문. 이번 주말은 냉털 하며 끼니를 채워보자 다짐을 한다. 우리 집 3남이 냉장고에 그득한 재고들을 보며 고민이 깊어지기 전에 털털털!
오늘의 주인공은 아이들의 베스트 메뉴이자 나의 18번인 스테이크다. 덩어리 고기를 시즈닝 하여 실온에 준비한다. 뜨겁게 달 거진 펜에 오일이 지글지글 끓기 시작하면 마늘 편을 던져 넣어 불향을 낸다. 치지직 하며 마늘의 매콤함이 고소한 냄새로 변해갈 때 고기를 올린다. 앞뒤로 구워 육즙을 잠그고 버터를 살짝 녹여 코팅을 해 풍미를 더한다. 이제 마지막 단계 접시에 올리기 전에 잠시 숨을 쉬게 하며 구운 야채와 주먹밥을 준비한다. 고기를 구운 펜에 양파와 양송이 구워놓은 마늘까지 함께해 소스를 끓여내면 준비 끝. 먹기 좋게 고기를 자르고 색색 야채와 밥을 플레이팅 한 후 소스를 살짝 올리고 아이들에게 식사시간임을 알린다.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해 이미 째는 코를 킁킁거리며 식탁 의자에 달려 나와 앉아있다. 양손의 접시를 아이들 앞에 내려놓고 반응을 기다린다. 워낙 좋아하는 메뉴라 자주 준비해 실패하는 법은 거의 없지만 매번 큰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다. 포크와 접시가 만나 딸그락 고리는 소리만 바쁘다. 이내 소스와 밥을 추가로 달라며 나를 부른다. 사내 녀석들이라 숫기는 없어 조용히 그러나 무섭게 먹어치운다. 그렇게 맛있다는 표현을 한다. 싹 비워진 접시를 보니 마냥 흥겹다. 모레 또 구워준다니 두 아이가 약속이나 한 듯 한입으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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