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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Sep 28. 2021

뿌염

20210926. 일요일의 캘리그래피 일기 006th Day.

2-3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미용실에 도장을 찍는다. 그다지 친하지 아니한 장소인데, 뿌염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달 간다.

사실 반년 전 정도만 해도 한 달이 조금 지나도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눈여겨보면 보이곤 했다. 누가 내 정수리를 그리 애정 있게 바라보겠는가? 흰머리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올여름을 지나며 거짓말 조금 보태 반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확 늘었다. 맘고생이 원인인가? 그저 시간이 흘러 늘어난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울적해지지만 뿌염의 도움을 받으면 어느 정도는 숨길 수 있으니 다행이라 여긴다.

아이들 학기가 시작하고 무엇이 그리도 분주했는지. 뿌염을 할 시점을 지나버렸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이리도 낯설다니. 이젠 정수리뿐 아니라 머리칼을 들쳐내면 하얀 뿌리들이 그득하다.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 인정하지만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웬만해선 주말에 내 개인적 일을 안 하지만 오늘을 지나면 왠지 십 년은 훅 가버리는 듯한 울적함이 들지 몰라 그냥 갔다. 마침 아이의 학원 때문에 근처에 가야 하기도 했고...

채 2시간이 안되는 시간에 나는 최소 5년 이상은 젊어진듯하다. 기분 탓인가? 좀 더 쓰면 7-8년까지도 커버될 그런 놀라운 효과를 낸다. 뿌리 염색. 나는 이것으로 무엇을 가리고 싶은 걸까? 단지 흰머리를 숨기려는 것은 아니다. 세월을 부인하려는 것 또한 아닌데. 대체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다음 달 미용실로 향할 때 즈음엔 알게 될까?



화몽과 같이하는 온라인 캘리그라피 모임, '  '의 문은 항상 열려있어요. 아래의 링크로 '마음을 새기는 시간'과 만나요. ☺ ☺ ☺

https://brunch.co.kr/@snowysom/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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