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4, 금요일_ 캘리그래피 일기 004th Day.
밤의 어스름이 거치자 구름이 무거워지며 하늘은 빗방울로 가득 차오른다. 올해의 북경은 이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습기가 필수인 북경에 오히려 제습기를 찾아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하루 걸러 비가 내리는 느낌이다.
오늘은 째의 학년 모임이 있는 날이다. 한국 사람들은 왕징이라는 곳에 많이 모여 산다. 9월 중순부터 시작된 학교 모임의 끝물이라. 탈 왕징을 표방해 우리 집 근처의 식당에 예약을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이리도 내린다. 오는 길이 불편들 할까 걱정이 조금은 된다. 그런데 다행히 모일 시간이 되어가니 빗방울이 잦아든다.
오늘은 내가 맞이하는 날이기에 서둘러 식당으로 출발했다. 화장을 하고 옷장을 휘리릭 살피고 알맞은 옷을 집어 있었다. 이제 나는 좀 전의 내가 아니다. 째의 엄마이자 학년 엄마들의 도우미인 학년 대표의 가면을 집어 썼다.
궂은 날씨임에도 한두 분을 제외하고 약속시간 이전에 도착을 했다. 미리 주문한 음식들이 상위로 올라오자 그녀들의 경쾌한 목소리들이 식당을 채우기 시작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만나는 순간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오늘 선택한 나의 가면이 모인 분들의 시간에 어울리기를 바라며 평소보다 좀 더 과장된 목소리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나갔다. 다행히 오늘 쓴 가면은 모임에 안성맞춤인듯하다.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도 평소와 또 다른 가면을 장착한 채 앉아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민낯으로 세상을 마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많은 가면을 소유한 채 최대한 알맞은 모습으로 변하며 매 순간을 맞이한다.
가족들도 모두 나간 집에 홀로 있는 나야말로 민낯의 나이다. 모르지. 그 또한 내가 아닐지도... 그런 맨 얼굴 위에 몇 개의 가면들이 올라가게 될까? 얼마나 빠르게 다른 가면들로 바뀌어가며 삶을 살아내고 있을까? 지금 내 얼굴은 어떤 나일까? 모든 순간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물음표는 끝없이 이어져간다.
가족들도 모두 나간 집에 홀로 있는 나야말로 민낯의 나이다.
모르지. 그 또한 내가 아닐지도.
그런 맨 얼굴 위에 몇 개의 가면들이 올라가게 될까?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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