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몽 Jun 17. 2020

글감을 낚고 엮는 극평범 노하우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_ 창의적 창작물을 위한 4가지 법칙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여든 날 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노인은 멕시코 만류가 가져다주는 풍족함에도 물고기 코빼기도 못 본 채 그저 자신의 삶과 바꿀 황새치를 기다린다. 평생 바다에서 보낸 그도 한순간을 위해 숨죽이고 낚싯대 끝만 바라본다. 나는 손바닥만 한 쪽배에 몸을 싣고 그처럼 기다린다. 이제 막 글쓰기의 바다로 나선 나. 펜 끝을 눌러내기는 고사하고 쓸거리를 찾아 헤매다 지쳐간다. 목마름에 마른침만 꿀꺽 삼킨다. 재능을 탓하랴! 여건을 원망할까? 잠잠했던 바다는 작은 배와 나를 한입에 집어삼키려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집채만큼 높은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 이제 그만 뱃머리를 해안으로 돌려야 하나? 고민의 벽에 맞닿아 한숨이 절로 난다.

"읽는 이의 마음에 똑똑 노크할 신박한 글감아, 너 도대체 어디에 꼭꼭 숨었니?”


아이디어 하면 불빛이 들어오는 전구가 '반짝'하며 떠오른다. 찌릿 번개가 내리치며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 인류 역사 속 한 획을 그은 이들은 창의성을 지녔고, 그들을 천재라 칭송한다. 중세 르네상스의 완성자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술의 영역을 넘어 과학과 의학의 분야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진정한 천재다. 넘을 수 없는 산, 그와 우리는 태생이 다르다며 낙담한다. 그러나 창의성이 특별한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이가 나타났다. 그렇다. 나도 독창적 아이디어를 '펑' 하고 마술 모자에서 꺼내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책에서 읽었다. 엘란 가넷의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은 크리에이티브 커브와 스위트 스폿이라는 그래프로 빈 모자 속에서 비둘기가 '짠'하고 날아오르는 순간을 간단명료하게 그려낸다.


'너무' 색다른 것들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든다는 게 문제이지만.
'너무' 친숙한 것들은 애초에 아무런 흥미도 자아내지 못한다.
< 크리에이티브 커브와 스위트 스폿 >

'크리에이티브 커브'는 친숙성에 의해 점점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정점에 이르면 호감도가 떨어지는 종형 곡선이다. 이 곡선의 정점인 '진부점'의 코앞에 대중의 혼을 앗아가는 달콤한 순간이 존재한다. 이가 바로 '스위트 스폿'이다. 이 크리에이티브 곡선이 멕시코 만류의 파도처럼 끊임없이 다가온다면 나, 너, 우리는 소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이 얼마나 달콤한 달고나 같은 말인가! 누구나! 창의성으로 중무장한 천재가 될 수 있다니! 엘란 가넷은 여기에 플러스 원 아이템으로 천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4가지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소비, 모방, 창의적 공동체, 반복' 딱 4가지의 법칙만 따르라. 간단, 간단 초간단하다.


# 소비 : 창작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소비해야 한다. 작가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처럼 영화감독들은 영화를 많이 보며 음악가들은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 어떤 특정 분야의 콘텐츠를 꾸준히 읽는 것은 대중을 이해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된다. 가넷은 '20% 법칙', 깨어 있는 시간의 20% 이상을 소비하기를 권한다.  

# 모방 : 이는 다른 사람이 만든 창작물에서 배우는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낸 콘텐츠가 어떻게 성공한 것인지를 연구하며 그 속에 숨어있는 패턴을 읽어내야 한다. 가넷은 '프랭클린 메서드'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는 창의적 작품의 구조를 관찰하고 다시 창조. 이를 통해 성공한 창작물의 패턴이나 공식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 창의적 공동체 : 창의적 작품은 공동체 속의 여러 사람들과의 연계 속에서 작품이 만들어진다. 가넷은 그런 공동체 속에 서로 다른 네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말한다. 마스터 티쳐 (Master Teacher), 상충하는 협력자 (Conflicting Collaborator), 모던 뮤즈 (modern Muse), 유명 프로모터 ( Prominent Promoter) 위의 네 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두고 가넷은 '창의적 공동체'라고 명명하였다.

# 반복 : 개념화, 압축, 큐레이션, 피드백의 단계를 반복하며 창작을 해나간다. 개념화는 다양한 아이디어의 확보이다. 두 번째 압축 단계에서는 사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선호도와 친숙성의 곡선에 대입하여 걸러낸다. 주변의 예상 반응을 테스트를 걸쳐 살피는 큐레이션 단계를 지나 최종적으로 나온 창작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오늘도 나는 달콤한 글감을 찾지 못했다. 글쓰기의 바다에서 좌초 직전이다. 종형 곡선을 따라 친숙하며 새로워 읽는 이의 눈길을 글의 끝까지 따라가게 해 줄 글감. 이를 위해 사방팔방을 헤집고 이리저리 뛰고 있다. 창조적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한 4가지 법칙을 나의 황새치를 위한 미끼로 낚싯대에 끼어 너른 바다에 던져본다.

# 소비 

나의 글감 창고에 저장하는 것은 메모와 사진 두 가지이다. 평범하나 모든 것의 기본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글쓰기를 고민하는 책들을 읽어본다. 고전이라 칭해지는 책장을 펼친다. 감각을 사로잡는 어휘나 문구들은 그 향이 날아가기 전에 메모로 남긴다. 단순히 사실만을 적는 것으로 끝내면 섭섭함이 맴돈다. 순간에 대한 감성을 아로새긴다. 조용히 눈을 감고, 낯익은 것들에 나만의 고유색으로 신선함을 입힌다. 보이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귀를 한껏 열어젖힌다. 소리를 곱씹으며 상상 속에서 영사기를 돌린다. 손끝으로 만지며 촉감의 기억도 남긴다. 해마의 서랍 속에서 기억을 꺼내와 달콤 새콤한 양념을 더 하기도 하며. 비슷한 일상에서 한걸음 나와 새로움으로 적어본다. 오감으로 느끼며 나만의 메모 법을 연습 중이다. 이미지를 연상하며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는 내게 사진을 오감 창고의 중요한 조력자이다. 글로 남기는 메모가 담지 못하는 빠진 이를 꼭꼭 채워 주는 것이 핸드폰 속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 모방

책을 읽고, 글감에 대한 조언을 찾는다. 닮고 싶은 작가의 책을 필사해본다. 영롱한 문체, 간결하며 힘이 글자 끝에 전해져 마음이 찌릿해지는 문장을 옮긴다. 여러 글쓰기 수업 커리큘럼을 뒤지며 참고한다. 사전을 넘겨보며 문장들을 읽고 내 글 속에 담아본다. 단어들을 적으며 글감의 우물을 파본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일단 닥치는 대로 따라가고 있다. 따라가는 중 발자국이 겹쳐지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빼꼼히 열린 문틈으로 작은 빛이 보인다. 이제는 닥치고 따르는 수순에서 조금 벗어나 나에게 필요한 것을 현명하게 밟아나가야 할 차례이다.


# 창의적 공동체

혼자 글감을 찾기 어려울 때는 과감히 '도와주세요'를 외친다. 방안에 콕 박혀 손만 들고 있으면 그 누구도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방문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두드린다. ‘똑똑, 거기 누구 없나요?’ 문이 열리고 생각의 결이 비슷한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들의 말과 글, 표정을 읽는다. 같으면서 다름이 보이면 스승이 되고 동료로 변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내 피와 살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진심 어린 꼬집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쓴 약이 몸에도 좋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나는 성장기 소녀이기에. 걸음마를 배울 때 넘어진다고 혼난 적이 있는가? 넘어지며 배운다. 그리고 누구나 넘어진다. 나는 배우는 중이며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 반복

따라 본뜬 것에 새로운 연결 매듭을 만든다. 솔직함과 개성을 가진 고유색의 글감을 은밀한 창고에 차곡차곡 쌓는다. 읽고, 쓰고, 찍고, 퇴고하며 의견을 나눈 것들은 머리와 마음속에 오롯이 새기고 다시 글감을 찾아본다. 나를 표현해 낼 수 있는 글감, 그리고 나의 색채로 써 내려갈 수 있는 어휘와 글의 표정들을 생가하며 다시 써 내려간다.

손가락 끝에 온 세상을 연결한 스티브 잡스, 그의 천재성과 놀라운 아이디어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정작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연결하는 것(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이라 말했다. 완전한 새로움이 아닌 모방, 즉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연결하는 능력이 창의성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다양한 경험을 뜨거운 용광로 속에 적절히 녹여내면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잭 팟을 터트릴 수 있다.


글쓰기는 자신을 기록하는 일기와는 분명히 다르다. 누군가와 나의 찰나를 나누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비슷함을 느끼며 서로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모두의 기억 속에 남지 못할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을 글을 꿈꾼다면? 너무 큰 바람인가? 큰 꿈을 엮어 나눌 수 있는 나만의 글감을 찾아 끊임없이 두리번 거려본다. 모두가  나눌 수 있는 황새치를 잡아 올리는 그 날까지. 무릎을 딱 치며 ‘아하’하는 연결의 고리를 찾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