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몽과 떠나는 상하이 구석구석_ 베이글 맛집, ‘翠贝果’
상해에 오기 전 내가 레이더망으로 수집한 정보들은 아이들 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집주변의 상권도 이런저런 정보들도 아닌 푸서의 맛집이었다. 정신 줄 놓은 아줌마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맛있는 것들이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현실적으로 이사 가면 거리도 멀고 시간도 없을 터 그래도 하루의 마무리는 따종디엔핑(大众点评)을 열어 이런저런 식당들을 검색해 보는 것 자체가 낙이었다. 후기들의 사진들과 식당에 붙어 있는 별들로 하나하나 자체 점수를 매겨 리스트를 만들어가는 행복감이란! 소소한 힐링 시간이었다. 암암, 그럼 그럼.
이사 갈 집을 알아보며 고려한 절대조건은 아이들이 도보 통학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한국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 멀어질 수밖에 없어 몇 가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30분 이상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그 시간에 좀 더 자고 사과라도 한쪽 더 먹고 등교하기를 바라며 말이다.그렇게 쑝하고 상해로 날아가고 한두 달 지나 이사 정리도 어느 정도 끝나고 아이들은 아침이면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시작했다. 으슬으슬 춥던 상해의 겨울이 끝나가고 이미 푸른 나뭇잎들이 새 기운으로 더 변해갔다. 그래 때가 온 것이다. 위챗에 메모해둔 맛 천지들을 하나씩 섭렵할 시간이 온 것이다. ‘히히히. 신나라.’ 급 북경을 떠나게 됨이 결정되자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못 했던 것이 어찌나 후회되었던지. 두어 달 남은 시간 홀로 빵 커 로드를 만들어본다며 자전거 바퀴를 열심히 밟았다. 여기서 못다 한 것들은 상해에서 이어가리라 다짐하면서. 다행히 상해의 공용자전거도 쓸만해 보였고 자전거 도로도 다닐만해 보였다. 추리고 추려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을 찜! 꿈에서도 그릴 베이글 맛집으로 고고고!
공용자전거를 고를 때는 몇 가지를 먼저 꼭 살핀다. 안장이 튼튼한지 브레이크가 잘 걸리는지 등등. 한번 나서면 기본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야 하는데 문제가 있는 자전거를 탔다가 고생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적당한 녀석 위에 올라타 가방 속에서 핸드폰 거치대를 꺼내 자전거에 걸었다. 지금부터 갈 곳은 모두가 초행길이라 핸드폰 지도가 없으면 시내에서 미아 되는 것은 둘째치고 시간 내에 가보려는 곳들을 갈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상해는 서울의 약 12배 푸동의 길이 생각보다 안전했고 찾기도 쉬어 다행이다 싶었다. 황푸강만 건너면 금방 도착하니 온 만큼만 가면 되었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라 코끝에 걸리는 바람이 아직 좀 차가웠지만 견딜만했다. 동글동글 베이글이 눈앞에 동동 떠다니니 시린 손에 열기가 후끈 올라왔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룰루랄라 강변에 도착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아뿔싸 지도에 표시되었던 길은 바로 양쪽 선착장 사이를 오가는 뱃길이었다는 것. 설마 자전거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을 줄이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형 배들이 오가기 때문에 다리 자체가 몇 개 없다. 그나마 다리들이 높아서… 어휴… 나 참 순진한 거니? 생각이. 호호호. 이 배를 기다리다 보니 도착 예상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뭐 이 또한 재미지는 경험이라 여기고 서쪽에 내리니 푸동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도로는 좁고 신호는 너무 많아 가다 서다를 수없이 반복하게 되었다. 이미 도착해서 베이글 한입 베어먹고 미소를 띤 채 커피 한 모금 해야 할 시간에 아직도 자전거 안장 위라니 말이다. 게다가 길은 거미줄처럼 엉키고 엉켜 길치인 내게 마지막 치명타를 날렸다.
생각지 못한 걸림돌에 걸려 예상보다 늦게 베이글 집에 도착했다. 곧 집으로 돌아가야 할시간. 서둘러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배꼽시계 알람은 이미 난리도 아니었던 터라 물부터 원샷했다. 잠시 숨 좀 돌리고 있으니 맛난 베이글과 커피가 내 앞에 짠하고 나타났다. 산 넘고 물 건너 왔는데 이것만으로 마무리하기는 아쉬워 촉촉한 레몬케익하나 냠냠. 집에 갈 생각을 하면 뒷목이 지끈거리지만 일단 먹자. 우와~! 맛있다! 아보카도와 계란의 조합은 말해 무엇하랴. 적당한 쫀득함이 일품.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샌드 되어서 그런지 겉바속촉. 한입 베어 물자 계란 노른자가 터져 보들보들한 식감과 그 맛. 고소함과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빵에 무엇인가를 끼어서 먹는 다양한 샌드위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빵이다. 그리고 재료들이 젖어들기 전에 바로 먹으면… 아, 침 고이네. 맘은 베이글을 종류별로 왕창 긁어가 냉동실에 모셔두고 싶지만 곧 전화기에 불이 날 시간이다. 엄마 어디 있냐고. 다음 기회를 노리자! 내일의 태양은 다시 힘차게 떠오를테니.
翠贝果(乌鲁木齐南路店) 大众点评 평점 4.8,¥54/人
贝果, 베이글을 검색하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빵지순례의 1차목적지. 푸동에 몇군데이 있는듯하다. 빵 자체의 맛이 좋고 가게의 분위기도 엄지척! 베이글 종류를 고르면 오븐에 살짝 구워 속재료들을 샌드해서 나온다. 소스나 토핑재료들이 격하게 담백해 입맛에 안맞는 이도 있을수 있지만 자체의 맛이 느껴져 매우 만족. 다만 빵이 약간 작다고 느껴질수도 있지만 내게는 매우 적당했다. 작은 가게에 앉아 넓은 창으로 상해의 거리를 느낄수 있어 이또한 장점. 아래 소개된 주소는 이날 방문한 곳 근처에 있는 다른 지점. 다음에 가봐야지! 헤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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