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의 자리

천리의 반을 얻은 오늘

by 화몽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요이땅! 시작이라는 순간은 참 미묘하다. 마음속에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도 아니다.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발이 땅을 디디고 떨어진 지점도 아니다. 이미 시작되었다. 첫걸음은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는 묘한 찰나이다. 떠나려면 출발선을 나서야 한다. 천리던 만이던 혹은 그 너머 어디가 되었던 말이다. 일단 발가락이래도 꼼지락거려봐야 시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여정을 어느 정도는 그려보고 출발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훌쩍 나서는 것도 꽤 매력적이다. 각자의 성향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시작의 발걸음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작해야 한다는 것.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 행동으로 옮겨야 의미는 분명해진다. 검푸른 하늘에 밝음이 일렁이고 붉게 끓어오르던 뜨거움이 한줌의 재로 변하듯 이내 사그라진다. 순간은 그렇다.


크던 작든 새로움은 양면의 칼날을 가지고 있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지니고 노력이라는 문을 지난다. 결과라는 메달을 목에 걸고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쓰라린 생채기가 생길 수 있음도 잊지말자. 그러니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양가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은 당연하다.그럼에도 우리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빛을 향해 첫걸음을 뗀다.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여긴다. 한걸음이 모여 결국 내가 된다. 오늘 나는 다시, 시작의 자리에 선다. 나를 향해 떠난다.


시작이 반이다.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첫걸음을 떼었다면 반은 이룬 것이다. 움직였다는 것은 열매가 맻힐 씨를 뿌렸다는 것이니까. 우리의 매일은 셀 수 없이 많은 행동들의 연속이다. 이 모든 몸짓은 나라는 존재 안에 수많은 씨를 심고 가꾸어 크고 작은 결실을 거둔다. 온종일 셀 수 없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이 움직임 전부가 길위에 첫 발자국이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을 떠올리면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그렇게 반을 얻었다는 생각으로 문을 나선다.


눈을 뜨면 몸의 여기저기를 늘렸다 구부리기를 반복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이라는 선물이 배송되었다. 감사하며 또 다른 출발선에 선다. 매초 매분 매시 귀하게 생각하며 바삐 걸음을 옮긴다. 수많은 걸음 중 낯선 곳도 만난다. 의도되었던 아니던 나는 그렇게 되고 있다. 그 순간들이 이어진 선위에 의지하며 나는 조금씩 나아지리라. 나라는 존재에 다가가고 있다. 좋은 습관들로 하루를 채워가고 반성하고 돌아보며 의지를 다진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지만 내겐 큰 의미 있는 것들이다. 명상, 운동, 건강한 음식,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 글쓰기와 책, 소소한 취미들로 내 하루를 엮어가려고 노력한다. 지극히 단조롭지만 다채롭게 채워진다. 꽤 오랜 시간 맞춰온 나라는 퍼즐이 그럴싸하게 완성되는 그날을 위해 두 주먹을 불끈쥔다. 새로운 글터인 ‘사각사삭’에 엄지발가락을 쏘옥 들이밀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매일 글 한편을 쓴다는 것에는 사실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매년 미뤄왔던 브런치북 만들기라는 문지방을 넘는 순간이다. 이미 8월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 시작의 순간임을 안다.


내 목소리로 나만의 노래를 부를 그날을 위해 지금 여기에서 “카르페 디엠”이라고 크게 소리친다.


나는 오늘, 천리의 반을 얻었다.

용기내어 또 다른 여정에 첫 흔적을 남겼기에.


나는 오늘, 천리의 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