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밤보다 더 밝은 기다림
빵냄새가 자욱하게 채워진 뒷 공간에서 빵집 주인은 천천이 말들을 흘렸다. “ 두분 뭘 먹은게 있소? 내가 롤빵은 좀 잘 합니다. 우선 뭘 좀 먹고 힘을 내봅시다.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숨을 조금씩 나눠 넘기며 그가 다가왔다.
그가 어스름하게 달아오른 주황색 빛이 잦아진 오븐을 열어 케이크롤을 가지고 왔다. 케이크롤은 여전히 따스했다. 창너머엔 깊은 푸름이 내려앉았지만, 케이크롤위로 내일의 햇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케이크롤위의 아이싱도 빛을따라가며 조용히 웃고있었다. 덜컹거리는 선반을 여기저기 드나든 그의 손에는 버터가 들려있었다. 적당히 바를 칼을 함께 쥐고 어둑한 바닥을 더듬거리며 다가와 앤과 하워드 사이에 파고들었다. 의자에 앉은 빵집주인은 두툼한 두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떨리는 두입술을 끌어당겼다. 그는 무심하게 버터칼을 한번, 그리고 툭툭 건드리며 고개를 올려들었다. 고개가 아래로 쓰러져있던 둘은 어깨를 들썩이며 한 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움추러든 둘의 손에는 뭔가 쥐어져 있었다. 말을 잊은 둘의 입은 자그맣게 트여갔다. 새벽의 넘어 들어올 아침의 선이 좌우로 그려진 테이블위에 놓은 하얀 접시위에 놓인 빵의 조각조각 삼켜갔다. 사라져가는 조각조각들로 둘의 눈빛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조각조각났던 둘의 목소리가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가라앉은 그림자 틈새에서 시작된 둘의 여기를 기다렸던 그의 입이 나즈막하게 시작했다. “여기 당신들을 위한 롤빵들이 많소. 보시오. 못보던, 그리고 맛도 다양하오. 자자. 따뜻합니다. 지금이 제일 맛있을때요. 다 드셔도 됩니다. 맘껏 양껏 드시오.”
주인이 스윽 밀어주는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흐르듯 마주한 순간에 앤은 멈췄다. 그녀 앞에 떨어진 허기를 주워 씹어삼켰다. 차가운 밤을 구워낸 롤빵은 한낮의 바람같았다. 어머니가 내주던 분홍색 솜사탕같았다. 기억의 가장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그녀는 빵집주인의 눈빛을 하나, 손길을 하나, 그리고 가슴이 담긴 롤빵까지 맛봤다. 잔잔한 눈으로 바라보던 빵집주인의 두손은 겹치듯 모였다. 잠겨있던 그의 두 입술이 빼꼼히 열리며 그의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던 나날들이 올라왔다. 그들은 그런 그의 지난 시간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처절한 겨울의 밑바닥에 쓰려저 얼음에 긁히고 미끄러져 서로를 마주할 숨조차 남아있지 않았음에도, 빵집 주인의 시간들의 이야기의 끝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나는 가진게 없는 사람이었소. 가진게 없는정도가 아니라 가질수가 없는 사람이었소. 웃음소리는 내 집에서 새어나오는 법이 없었소. 한낮에도 거대한 그림자속에서 살아가는 나였소. 내가 잡으면 숨을 잃었고 내가 말하면 산산 조각나버렸소. 누구나 태어난 순간부터 죽어가지만 나는 죽음의 잉크를 뒤집어쓰고 죽어가는것 같았소. 사랑이란 애초에 남의것이라 여겼소. 그게 나란 인간의 시간이었소. 죽어가지만 살고싶었소. 죽어가지만 의미를 남기고 싶었소. 뭐라도… 내가 해 낼 것을, 말이오. 그래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소. 상상을 해보시오. 내 손길이 얼마나 많은 생일파티에 닿아있었으며, 결혼식과 즐거운 만남에… 고작 내가 한것을 밀가루를 반죽하고 뜯고 쌓고 설탕들을 졸이고 크림들을 휘이 저어가며 내것으로 할수 없는 그런것들을 다른이들의 것으로 내어주었을 뿐인데. 여전히 가진건 없었지만 이전과 다르게 죽어가고 있었단 말이오.
우리는 귀를 열고 서성였다. 우리는 밤하늘 아래에서 서로의 내밀한 곳을 어루만지며 밤하늘보다 더 밝은 검정색 빵을 뱃속으로 넘겼다. 우걱우겅 씹히는 빵의 치밀한 식감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너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를 끌어안으며 지나갔다. 다시 돌아오고 또 스쳐가며 머리를 쓰다듬고 그렇게 두뺨에 흘러내렸다. 떠오를 해는 여전히 잠들어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낮의 빛을 보았다. 죽어가고 죽었지만, 살아가고 그럴 이유는 이곳에 있었다. 잠들어있는 바다를 깨워 배를 띄어야 할 우리는 어깨를 기대고 먹고 있었다. 떠오를 해를 기다리며 마주하며,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그가 말했다.
그는 오븐에서 따뜻한 케이크롤빵을 가져왔는데, 겉에 입힌 아이싱이 아직 굳지도 않았다. 그는 탁자 위에 버터를 놓고, 버터를 바를 칼을 가져왔다. 그리고 나서 빵집 주인은 그들과 함께 탁자에 앉았다. 그는 기다렸다. 그들이 각자 접시에 놓인 롤빵을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그들은 롤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앤은 잘자기 허기를 느꼈는데, 그 롤빵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녀는 롤빵을 세 개나 먹어 빵집 주인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경써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지치고 비통했으나, 빵집 주인이 하고 싶어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오븐에서 따뜻한 케이크롤빵을 가져왔는데, 겉에 입힌 아이싱이 아직 굳지도 않았다. 그는 탁자 위에 버터를 놓고, 버터를 바를 칼을 가져왔다. 그리고 나서 빵집 주인은 그들과 함께 탁자에 앉았다. 그는 기다렸다. 그들이 각자 접시에 놓인 롤빵을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그들은 롤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앤은 갑자기 허기를 느꼈는데, 그 롤빵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녀는 롤빵을 세 개나 먹어 빵집 주인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경써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지치고 비통했으나, 빵집 주인이 하고 싶어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 이 글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A Small, Good Thing"(작고 좋은 일) 중 일부를 화몽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그 뒤를 이어 쓴 것입니다. <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 중심문장으로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