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_흰, 아이스크림
차가운 격정, 너머의 너머,
하얀 커튼 자락이 휘날리는 초록의 하늘.
아, 정말이지. 이건 말이 안 되게 춥다.
혼자라 더하다.
옛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금의 목마름에 눈이 내린다.
땅거미가 질척거리며 종아리를 깨물고 올라오는
그런 날.
무더위가 찐득거리며 어깨 위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그런 날.
한낮의 뜨거움보다 한밤의 모기소리가 더 끈적거리는
그런 날.
날,
그런 날,
그러한 날,
그러한 날들이면 엄마의 자장가보다 더 그리워지는 것이 있었다.
와그작 와그작 깨어먹다 이가 같이 깨어져나가도 모를 그런 얼음을 혀로 돌돌 녹여 먹으면 그와 자주 하던 것들도 스리슬쩍 녹아내려,
선선한 바람이 내 볼을 스치고 차가워진다.
뜨거운 마음이 내 어깨를 안아내고 얼어붙는다.
너에게로 와 녹아들고 내게로 와 삐뚤어지고 희미해져 가는 창가의 서리에 너를 그려본다.
너는 내게 가득하고 나는 너에게 남겨지고. 눈에 선한 너는 하얗게 내려앉는다.
뒤척이는 마음이 쌓여 내린 세상은 그저 새하얀 비듬으로,
어깨 아래에.
떠나가는 나는 멀어져 가는 겨울이다. 버려진 나는 다가오는 봄이고 싶고, 그런 마음에 나는 다시 한입 물어본다. 어금니가 빠자작하고 시려오는 얼음사탕은 여름이었다.
떠나가는 나는 지워져 가는 일기다. 나약해진 나는 시간만 보며 발을 구르고, 그런 몸짓에 나는 또 두 입 물어본다.
입술에 들러붙은 아이스크림 조각들에 입은 굳게 닫힌다.
눈사람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눈망울이 데굴데굴 구른다. 구르다 눈밭 위에 폭 묻힌다. 동짓날 밤의 그는 뜨거워진 눈사람이다. 무엇이 그의 눈에 선한 건지… 하얗게 뜨거워지는 그의 눈물만 얼어붙어 눈꽃이 된다. 그는 그렇게 눈더미 너머로 내려앉은 눈길이 눈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면 나는 눈사람의 눈을 피해 한발 한발 따라 걷는다. 그는 눈을 감고 나는 눈물을 짓는데 희미한 흔적들이 선명 해져가는 건 밤이 오려나보다 한다. 한 움큼 잡아 올려 입안에 털어 넣는다. 그가 남긴 것들 하얀 가루들, 살방살방 손을 흔들며 내게 겹쳐 내리던 가루들은 그가 되고 그는 내가 되기 위해 녹아든다. 차갑고 차갑고 다시 차가운 그의 눈물을 한 입 베어 물면 이내 녹아 내가 된다.
사랑이란 하나가 되는 거라고,
어른들이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더라.
어디론가 되어가는 중인 나는 지갑 속에 들러붙은 주민등록증을 만지작거린다. 밖이 내게 이미 어른이라 했지만 나는 아직은 닿을 수 없고. 다만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의심치 않는다. 그리 멀지 않아.
발끝을 들고 손을 작게 뻗어내면 닿을 수 있을 듯,
내놓은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은 동그랗게 돌아가며 내게 다가온다. 그리던 날에는 항상 먹는 너도 먹고 나도 먹는 아이스크림.
차가운 눈동자는 가볍게 감기고 달아오르는 말들은 조용한 단어가 되어 네게 남기는 일기가 된다.
저리는 혀끝,
온통 입안에 품고,
담담하게 입술로 문다.
까끌한 얼음과자를 한 손에 다른 한 손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녹아 손끝을 타고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던 나는 그만 엄마를 놓친다.
말라버린 아이스크림 막대만 뒹구르며 남고,
넘쳐 흐르던 눈물이 말라 소금이 되고
혼자인 나는 눈사람이 된다.
2월의 싸라기눈이 겨우 뭉쳐 동그랗게 된 나는 이제 어른으로 가까워진다.
흰 별이 눈부신 하얀 밤을 지새운 나는 검은 하늘을 열고 밖으로 간다.
부 욱하고 찢긴 새벽사이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따라 걷는다.
덕지덕지 엉겨 붙은 아이스크림자국을 새끼손가락으로 긁어서 입으로 가져온다.
여전히 달콤하고 보드랍고 뭉클하지만 이제는 뜨거워진,
그 맛을 삼키며 전철 개찰구를 지난다.
하얗고 더 새하얗게 부서지는 눈송이들의 깜박임을 향해
나서던 나는 간다.
7C1501.
가장 먼저 열리는 하늘로 나는,
앞니 빠진 사이로 들이치는 눈보라를 두 팔로 끌어안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올려다본 하늘은 하얀 손을 흔들면 나를 부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