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삶의 무대를 위한 자기 쓰기.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을 읽고.

by 화몽
자기 역사란 무엇일까?


자기 역사란 무엇일까? 이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기술한 것이다. 또한 개인의 삶이 얽히고설켜 동시대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개인을 넘어 사회, 국가, 인류를 관통하여 지구 지층의 주름 속에 나의 dna를 새겨놓는 일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이 거대한 존재로 ‘뻥이요’하고 부풀어 오르는듯한 으쓱함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진다. 너무 거창하게 말해 부담스럽다면 간단히 생각하자. 일기의 묶음이자 이의 요약본이다. 자기 역사 기록의 목적은 나를 위해 자신의 존재 확인을 하기 위함에 있다. 그리고 자녀와 그 후의 세대가 나를 잘 기억하게 도와줄 수 있다. 엄마, 할머니와의 추억과 공감의 시간을 아련히 그려 봄이 아니라 사진처럼 또렷이 남겨줄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음에도 이뤄지는 자기 역사 기술의 가장 큰 의의는 자신에 대한 성찰에 있다. 과거를 짚어보며 나란 인간에 대한 고민과 치유, 나아가 내일의 모습을 그려보는 청사진이 되어줄 수 있다.

“중간 재출발 지점”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전망해 보는 것”
이 책이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일본인들의 기억을 더듬어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매우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불편한 내용을 다 커버해 줄 수 있는 한 줄이다.


3여 년 전부터 미술을 매체로 한 심리치료를 공부했다. 병원과 초등 돌봄 교실에서 집단 미술치료를 진행해보며 그 치유의 힘에 대한 믿음은 굳어졌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최근 고민을 거듭하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 2차 면접시험을 치르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은 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마치 중간 재출발선 앞에서 운동화 끈을 다시 묶으며 ‘출발’의 총소리를 기다리는 모습 같았다.

미술치료 프로그램 중 ‘인생 곡선’이라는 작업이 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및 미래의 모습을 그래프나 굽은 선으로 표현하게 하는 미술치료기법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자기 역사 연표’의 간단한 버전이라 볼 수도 있다. ‘인생곡선’ 작업은 다양한 표현기법들로 변화가 가능하여 더욱 매력적이다. 이 둘은 비슷한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세상이 아닌 내가 그 표의 중심이다. 먼저 기억에 남는 몇 개의 에피소드를 적는다. ‘자기 역사 연표’는 이를 기술할 때 좀 더 다각적인 사건들로 촘촘히 서술한다. 미술치료의 ‘인생 곡선’은 이 에피소드에 관련된 서사보다 감정이 중심이기에 그래프의 고저나 에너지의 양 색, 질감 매체 등으로 표현한다. 책 속에 소개된 이들이 ‘자기 역사’를 서술하며 느낀 다양한 감정과 자신에 대한 깨달음, 자기 치유와 이후의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 등은 ‘인생 곡선’ 작업의 치유의 효과와 유사하다. 다만 글이 가진 한계를 미술이라는 매체가 뛰어넘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방어가 줄어들어 깊이 있는 치유가 가능하며 초중고생부터 글 쓰기를 어려워하는 대상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씀만이 가지는 정확한 기술의 힘의 차이가 있기에 이 둘을 비교함은 어리석은 일일지 모른다.

< 미술치료 공부중 작업한 나의 인생목도리 뜨기 & 인생곡선 >

"세컨드 스테이지, 즉 두 번째 삶의 무대를 다시 디자인하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퍼스트 스테이지, 즉 첫 번째 삶의 무대를 면밀하게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자기 역사를 써보는 것이다."


내 삶. 그 길의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떠난 날. 운명의 끈이 잡아끌듯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초록 초록한 6월 말의 토요일 늦은 오후. 동대구발 무궁화 열차 6호 차 13번 좌석에 앉아 책장을 넘겨나갔다. 햇살이 빠르게 서쪽으로 넘어가듯. 나의 세컨드 스테이지에 대한 생각에 빠진 채. 44년을 살며 ‘자기 역사’라 책으로 남길만한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남겨진 지난 나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되새김질해볼 수 있나? 나라는 존재가 오감으로 경험해온 시간. 꼬여있는 온갖 감정의 씨실과 날실들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단정한 한 장의 손수건으로 매듭지어 볼 수 있을까? 다 잘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오늘. 난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질문만 끝없이 계속되는 시간에 책 속에 빠져들었다.

자기의 역시는 매일 변하고 지난 순간은 매번 다루게 읽힐 것이다. 난 어디로 가야 하나? 난 어쩌면 좋을까? 무엇이 최선일까? 무수한 질문에 답이란 없을지 모른다. ‘자기 역사’에 대한 고민과 기술은 적당한 때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나에 대한 고민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 늘고 길어진다면 작은 종이에 내 삶의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짧게 나의 인생그래프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나의 내일에 대한 다짐을 다시 해보았다.

책을 덮으며 소용돌이처럼 내 마음을 뒤흔드는 감동을 느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내가 글을 쓴다는 것. 나를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것 또 나를 위해 나를 찾으려 내역사를 쓴다는 것. 그의 수업을 찾아간 이들은 대부분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자기 역사는 자기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자 사유와 성찰이었다. 그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에 눈물샘은 마구 터져 나왔다. 너무 아픈 여럿 단편소설을 읽은 것 같았다.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자신의 역사. 오랜 시간 감추어져 꺼낼 수 없었던 차마 그런 이야기. 자신에 대한 용기 있는 두드림에 나는. ‘아, 눈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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