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그리워할 떡볶이 맛있게 만들기
거실 벽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킨다. 이 시간 이후 나는 물과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차를 제하고 입도 대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로 먹는 시간을 한정시킨다. 그래서인지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은 먹는 것,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쉽게 단정 짓는다. 그러나 단식 시간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잘 그리고 즐겁게 먹기 위해서이다. 먹는 것뿐 아니라 준비와 요리하는 과정, 먹으며 같이하는 시간아 사는 이유라 감히 말한다. 매일 새벽 1시 즈음에 잠을 청하는 내게 9시간 정도의 공복 시간이 있다. '힘들지? 일찍 자는 것도 아닌데 배고픔을 어떻게 참아? 속이 쓰려 잠이 와? 등등 수많은 질문을 먼 타인부터 가족들까지 거의 매일 던지곤 한다. 물론 3여 연간의 익숙해지는 기간이 있었다. 내 몸과 머리를 이 시간에 맞춰 돌아가게 만드는 일종의 루틴을 만든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행복한 상상으로 내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침에 나를 맞이해줄 갖가지 야채와 과일들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보다 나 자신을 위해 견디어준 오감에 맛있는 점심을 선물할 그 가슴 터질 만큼 햄볶는 순간을 떠올린다. 극렬히 유치해 보일지 모르는 이 침이 고이는 미리 보기 영상은 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냉장고 속을 떠올리며 재료를 찾아 손질하고 조리의 순서를 그린다. 적당한 그릇을 찾아 음식의 온도를 유지해 담아 햇빛이 고이 비치는 식탁 위에 올린다. 보기만, 생각만 해도 벅차오르는 이 순간을 '찰칵' 찍어 사진으로 남긴다. 이제 온몸에 그 맛과 향, 느낌과 경험을 옮길 차례이다. '아함~.' 스르르 감긴 눈에 힘이 풀린다. 알파와 오메가를 오가며 나는 잠이 든다. 꿈으로 찾아간다. 영상을 무한 반복해줄 시간. 맛과 향이 가득한 꿈나라로 나는 간다.
이런 내 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은 떡볶이이다. 15년이 넘어선 나의 주부 생활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드는 유일한 음식이기도 하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최고최애의 한접시라 부를수 있다. 분식의 여왕, 내겐 그 어떤 음식보다 품위가 있으나 때로는 수수한 어머니 같은 음식이다. 실제 떡볶이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차돌박이나 오징어 튀김이 통으로 들어간 떡볶이는 한 그릇에 수 만원을 내어야 대접받을 수 있다. 흡사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석과 향수로 치장한 경복궁의 안주인 같다고 할까? 그러나 내겐 시장 어귀 커다란 네모 프라이팬 속에서 한두 시간 졸이고 졸여진 그 맛. 할머니의 조금 저렴하지만 손끝에 쪼물 딱 거려진 떡볶이가 더 맛있다. 수십 년을 이어온 그녀, 할머니이자 어머니의 가슴이 내어준 따스한 맛.
밀떡이던 쌀떡이든, 떡볶이떡 또는 떡국떡으로 만들던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갖은 재료로 육수를 내거나 간단하게 MSG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국물이 자작해 바삭한 튀김을 찍어 먹어도 좋다. 반숙 달걀을 매콤 달콤한 국물에 숟가락으로 비벼서 한입 넣는 그림을 그려보라. 열이면 열 이 글을 읽는 이들의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일 것이다. 어쩌며 다음 식사의 메뉴로 떡볶이를 찜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떡볶이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튀김, 순대, 김밥, 달걀, 심지어 빵들과도 은근히 어울리는 변신술에 능한 여인 같은 음식이다. 수 가지의 도움 재료들이 들어갔던 떡 그 하나만으로 한 접시를 내던 말이다. 그 변신의 스펙트럼은 하늘과 땅끝만 같다. 하늘의 맛은 눈 부시게 고귀하고 땅이 주는 맛은 오래도록 구수하게 남는다. 그래서 나는 떡볶이를 진정 사랑한다.
# 나만의 BEST 레시피
떡볶이는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다. 그중 나의 개인적 취향에 가장 알맞은 레시피임을 미리 밝힌다. 순전히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조리법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러나 먹어보고 맛없다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재료: 떡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난 푹 퍼지는 맛을 좋아하기에 집에서 만들 때는 떡국떡을 자주 쓴다.)
육수 ( 기분에 따라 변하지만, 기본은 멸치 맛국물 육수를 낸다. 여기게 양파 반개쯤 넣어 끓이기도 한다. 시장의 맛이 그리울 땐 고민 없이 MSG 투척!)
레시피지만 나의 손맛에 좌우한다. 고추장:간장(굴소스 조금):고춧가루:설탕 비율은 2:1:1:3정도, 손맛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그러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 질척한 게 땅기면 고추장이 많아지고 개운한 맛이 끌리면 고춧가루로 더 매콤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있다면 카레 가루를 약간 넣어주면 향긋하니 좋다. 설탕은 개인적 취향에 추가 ^^. 부수적인 것들로는 어묵, 계란, 튀김 등등이 있다.
떡볶이에 들어간 파를 너무 좋아하기에 격하게 먹고 싶은 날은 대파 한뿌리 이상을 넣기도 한다. 아주 굵고 성글게 썰어서.
1. 재료와 육수 준비
2.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늘을 튀기듯 향을 낸다. 준비한 양념과 육수를 적당히, 개인적 취향에 따라 넣고 끓인다.
3. 끓어오르면 떡과 어묵, 파를 넣고 본인이 원하는 정도 끓인다. 나는 아주 푹 끓인다. 육수가 졸아들면 그릇에 옮겨 담는다.
4. 준비 끝!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