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를 들으며...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에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라에 흩어져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온라인 대화창들이 오늘의 비처럼 온종일 젖어있다.
이미 눈물이 잔뜩 스민 땅 위로 덧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늦은 저녁,
어딘가 한 대화방에서 노래 한 곡을 전해주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커버한 스페인 가수.
우리말과 스페인어로 이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노래 실력은 단연 모국어로 부르는 뒷부분에 빛을 발한다.
그러나 내게는 가사 전달력이 있는 우리말로 노래한 부분이 우선이다.
그 시간 후 1시간이 훌쩍 넘게 되감기로 듣고 있다.
처음 이 노래를 접했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 있는 걸까.
노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갈비뼈 아래가 시큰해 온다.
나만 혼자 달라져 있는 게 아니기를.
이보다 아프게, 이보다 아름답게, 이보다...
바람과 눈물, 사랑과 이별, 기억과 추억을 읊조릴 수 있을까?
가사 그대로 참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