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죽거나 병들지 않고 일할 권리, 황유미의 죽음이 남긴 씨앗
노동자가 위험을 알고 예방할 수 있도록
✍ 반도체 직업병 산재 인정은 누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을까.
* 반도체 직업병 산재 인정의 시작: 故황유미 씨는 삼성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원판 재료인 웨이퍼를 화학약품에 담갔다 빼는 작업을 진행하다, 백혈병을 얻게 됐어요.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백혈병이 재발했고 5000만 원의 산재처리를 요청했으나 끝끝내 500만 원 밖에 받지 못했어요. 이후 황유미 씨는 2007년 3월 6일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아버지의 택시 뒷좌석에서 숨을 거두게 되었죠. 2인 1조로 함께 일했던 故이숙영 씨도 같은 병으로 유명을 달리하셨어요. 2007년 11월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려 백방으로 뛰어다닌 황상기 아버님의 노력으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이 결성되었어요.
*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직업병을 인정받는 건 쉽지 않았어요. 반도체 전자산업의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고, 현 제도에서는 직업병 인과 관계를 피해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기업과 정부는 '영업 비밀'을 핑계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죠. 반올림을 비롯해 산재 인정을 요구하는 연대 단체의 부단한 요구로 첫 산재신청 후 7년 뒤인 2014년 여름, 故황유미 씨는 직업병으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게 되었어요.
✍ 모든 변화에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이들의 품이 있다.
* 본격적인 운동의 시작: 직업병 인정을 위해 학자, 의사,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 노력과 활동가 및 시민들의 연대가 시작되었어요. 故황유미 씨의 죽음을 진상 규명하기 위한 대책위로 출발한 반올림은 2008년 첫 집단산재신청을 시작으로 2020년 10월 7일까지 150명에 대한 신재를 신청하게 되었죠. 2017년 12월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받은 질병은 10가지에 이르러요. 백혈병 외에도 재생불량성 빈혈, 바호지킨림프종, 유방암, 뇌종양, 폐암, 난소암, 불임, 다발성 신경병증, 다발성 경화증 같은 질병들이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받게 되었어요.
* 어떤 변화를 만들어갔을까: 2017년 대법원은 직업병을 인정하며, 노동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했어요. 희귀 질환이라서 혹은 첨단산업의 특성 때문에 연구가 충분치 않아 질병과 작업환경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곤란할 때, 이를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한 것이죠. 특정 사업장이나 특정 산업에서 발병률이 높다면 노동자에게 유리한 사실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고, 노출 기준 이하에서도 건강장애를 일으킬 가능성과 복합 노출에 의한 상승작용의 가능성도 인정했죠.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가 독립적인 보상 체계를 갖추고 피해 노동자들을 지원하게끔 하는 변화도 이끌어냈어요.
✍ 이 운동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을까.
* 대법원에서 직업병 인정을 이끌어내다: 대법원 판결은 사려 깊은 법리 적용을 통해 산재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살리도록 강조했어요. 산재 위험을 노동자 일방이 아닌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기반을 만들어낸 거죠. 기업의 협조 거부나 정부의 조사 거부 등으로 인한 지연이 있을 때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고, 산재 신청 과정 전반에서 알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고려했어요.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 책임 있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삼성은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고 있어요. 2014년 영화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 개봉을 앞두고 삼성의 제안으로 반올림과 삼성의 대화가 진행되었어요. 삼성은 전체 피해 가족이 아닌 '교섭단에 포함된 가족들의 보상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자'라고 했고 이에 동의한 피해 가족 일부가 반올림과 분리하여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 가족들이 분열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죠. 2015년 7월 '삼성은 천억 원 기금을 조성하여 독립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보상과 예방을 실시하라'는 조정권고안이 나왔지만, 삼성은 자의적으로 선별한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비밀 유지 조건을 내걸고 자체 보상을 실시했어요.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죠.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산재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나가는 것, 또 노동자가 위험을 알고 예방할 수 있는 '알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에요. 이번 기회에 '반도체 직업병 산재 인정'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고 이 변화에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앞으로 우리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아요!
그럼 다시 또 만나요! 안녕!
※ 위 내용은 서울시NPO지원센터 변화사례 아카이브 내용을 축약하여 만들어졌습니다.
※ 2017년부터 모아 온 변화사례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에서도 더 다양한 변화사레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