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온 적 있으신가요?
다양한 이유로 찾아왔지만 왜 온 건지는 잘 모르는 인생 노잼 시기. 그렇기에 극복하는 방법도 정해지지 않아서 자기만의 해결책을 찾거나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곤 하는데 어떻게 하셨나요?
'20살이 되면 어떤 걸 해볼 거야' '대학교를 졸업하면 뭐를 해볼 거야'등으로 시작해서 인생의 계획을 정리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 인생 노잼은 군대 전역을 전후로 적어두었던, 잊어버리고 살던 목표와 계획을 발견하고 찾아왔어요.
내가 이런 걸 썼구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을 무렵에 발견한 공책을 보고 어이없는 웃음이 지어졌어요. 전역 후 하고 싶은 일을 나열한 것과 몇 살에 얼마를 모으고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할지 적혀 있었는데 제가 그대로 살고 있었던 거예요. 돈을 딱 그만큼씩 모으면서 말이에요. 심지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적힌 계획을 보고 있자니 인생을 스포일러 당한 것처럼 사는 게 재미없어지더라고요.
계획대로 이루어졌으니 좋아할 법도 했지만 제가 '유행을 따라 하기보단 좋아하는 걸 하자' '좋아하는 게 남들과 같을 수는 있지만 남들이 좋아하는 걸 마음에도 없이 따라서 좋아하지는 말자' 정도의 청개구리 성향이 있다 보니 앞으로도 계획대로 살 것만 같은 그 뻔함이 불쾌하고 과연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한 게 맞는 건지 회의감도 들더라고요. 그전의 삶이 유잼이라기 보단 제가 저를 예측한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앞으로의 삶도 예측된다는 게 노잼이라서 계획에서 벗어나야겠다 마음먹었고 크게 두 가지를 고민할 수 있었어요.
첫 번째 고민은 돈을 모아서 하려던 창업에 대해 '내가 창업을 목표로 삼았던 이유가 뭘까?'였어요. '나는 돈이 모여서 창업을 하게 되는 걸까, 창업을 하기 위해서 돈을 모은 걸까?' 분명히 창업은 목표였지만 식당이라는 걸 제외하면 어떤 창업을 할지 구체적인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는 게 아닌지 고민이 되는 거예요. 뭔가 남들을 따라서 창업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진 돈을 다 날려보자!' 마음먹었어요. 만약 창업에 열정이 있다면 돈을 다 날려도 공백을 메울 만큼 더 열심히 돈을 모아서 창업을 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렇게 저는 빈털터리가 됐어요.
이게 참 욕이 나올 정도로 멍청한 방법이긴 했지만 그 덕분에 돈을 다 잃는 경험을 해본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 상실감이나 고통은 당연했고 창업을 할 열정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죠. 저는 그냥 나중에 돈이 있으면 해야지 정도의 마음이었던 거예요. 그 시절의 계획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거였는데 결국 처음부터 가장 중요한 하나를 놓치고 있던 거예요.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키워드를요.
이미 첫 번째 고민을 통해 계획에서 벗어났지만 인생 노잼을 벗어나기 위해 두 번째 고민을 시작했어요.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고 창업도 하고 싶은 일인데 왜 이렇게 태평한 걸까? 여태 해오던 것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맞았나? 너무 편하게 살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해왔던 것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생각해봤는데 그럼에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들이었어요. 그리고 편하게 살았다기보단 제가 낙천적이라서 다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더라고요. 결국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이 상황과 감정은 뭘까?' 싶더라고요. 그 후로 가슴 빼곡히 공허함과 답답함이 가득 찬 상태로 지내다 보니 모든 게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마저 그러려니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몇 달을 살았어요. 그렇게 살던 중 공허함이 유독 심해지던 날이 찾아왔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오늘 아니 내일 죽는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을 했어요. 연기도 아니고 요리도 아니고 마사지도 아니고 다른 것들도 전부 다 아니었는데 유일하게 글쓰기만 남더라고요. 이틀 내내 밥은 딱 한 끼만 챙겨 먹고 글 쓰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 거예요. 제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글쓰기였고 하지 않고 죽는다면 가장 후회가 되는 게 책을 출판하지 않은 거였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았음에도 정작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랐던 거예요. 하고 싶은 일만 하다 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 갑자기 다가온 인생 노잼을 통해 딜레마에 빠졌었나 봐요. 놀랍지만 계획을 적은 공책에도 책을 출판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최소 50을 바라볼 때쯤이었죠. 저는 그렇게 20년을 앞당겨서 책을 출판했고 지금도 글을 쓰며 그때를 회상해봐요. 전재산을 날렸기에 찾아온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이 오늘 죽어야 하는 경험을 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만들었다고요.
인생 노잼을 경험한 후로는 가장 하고 싶은 글쓰기도 내일이 되면 가장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오늘은 더욱 글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살면 커다란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면 갑자기 보러 가기도 해요. 그러자 오늘을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더라고요.
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하셨나요?
저와 비슷한 인생 노잼이 찾아오신 분 있으신가요?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하루를 어떻게 채울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