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만에서 발생한 지하철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얼굴에 큰 상처가 난 채로 범인을 제압했던 20대 남성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힘멜이라면 반드시 그랬을 것이다"라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속 대사를 인용한 건데요. 만화 주인공이 본인에게 힘을 줬다면서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오타쿠의 원 뜻은 일본어로 상대방에 대한 높임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 단어는 1970년 때부터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통 만화/애니메이션 등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필자의 이 단어를 처음 보게 된 건 특이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서 단어 사용을 목격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한 장면, 출처 : 네이버
"오덕페이트"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남자가 있었다.
2D 캐릭터인 "페이트 테스타로사"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원래 일본에서도 집에서 만화,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어 사회화가 덜 되었으며 눈치가 없는 사람으로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한국에서 이 방송이 나간 후 "2D 캐릭터와 결혼하겠다니 미친 건가?"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때부터 한국에서 오타쿠에 대한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부정적 인식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화성인 바이러스가 2010년에 방영했으니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이야기였다.
2024년 현재의 오타쿠는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우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17년 극장가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이 한국에서 38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매우 큰 성과를 얻어 냈다. 연예계에서는 우주대스타 김희철이 애니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거나 미소녀 캐릭터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배우 심형탁이 자신이 도라에몽 오타쿠임을 당당하게 보여주며 자신의 성향을 표출하고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였다.
ㅇ 5.21(수) 16:26-16:30 경 운행 중이던 타이베이 지하철 내에서 흉기를 소지한 남성의 난동으로 지하철 승객 3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 (5.22 현재 사망 4명, 중상 10명, 경상 12명).
ㅇ 가해자는 대만 동해대학교 학생(21세/대만 국적)으로 특이한 정신질환 진료 기록은 없었으나, 평소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혼자 온라인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됨.
ㅇ 현재 타이베이 지역 109개의 지하철역에 대해 전담 경찰 인원수는 135명이며, 동 사건에 대해 경찰이 신고접수를 받은 후 현장 출동까지 약 9분이 소요되었으며, 당지 언론에서는 초동조치 과정에서 과도한 시간 지체로 인해 피해가 컸다고 보도함.
ㅇ 하오 롱빈(郝龍斌) 타이베이시 시장과 주 리룬(朱立倫) 신베이시 시장은 사건 발생 직후 기자 회견을 통해 향후 2주간 타이베이시 지역의 지하철 역을 포함한 대중교통 시설 지역의 경계를 강화하여 추가 범죄발생을 방지하겠다고 언급함. 끝.
대만에서는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 흉기 사건을 계기로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지난달 21일, 지하철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을 붙잡은 사람은 쉬루이셴씨 였다. 그가 흉기 남성을 저지하는 행동을 보고, 시민들도 용기를 얻었는지 그를 도와 흉기 남성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흉기 남성을 제압하다가 쉬루이셴씨는 얼굴이 큰 상처를 입었다. 그가 방송 매체와 인터뷰하며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용사 힘멜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했을 거라 저는 믿습니다"
힘멜은 애니메이션 장송의 프리렌에 등장하는 인물로 마음씨 따뜻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용사이다. 그의 행동 하나가 세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바꿀 수는 있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캐릭터이다. 또한 쉬루이셴씨는 본인은 오타쿠이며 자신의 행동이 오타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용사 힘멜
이 뉴스를 보면서 일반인들이 모든 오타쿠가 사회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쉬루이셴씨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였더라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내 얼굴에 칼자국이 여러 번 나서 아픈 상처를 꿰매야 하는 입장이 되었더라도 흉기 남성을 붙잡았을 것이다.
이타적인 행동만큼 좋은 행동은 없다. 쉬루이셴씨의 얼굴을 보니 그저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내 마음속의 외침은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다. 행동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느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