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침묵이 흘렀지만,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말이 끝난 자리에 남는 마음들

by Dㅠ
ChatGPT Image 2025년 5월 20일 오후 08_49_44.png


말이 멈춘 건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잔을 들었다가 조용히 내려놓고,
서로 눈을 피했을 때.
그 정적이 조금 길어졌을 뿐인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은 말이 끊기면
관계도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침묵은
떠나기 직전이 아니라,
붙잡고 있는 사람의 마지막 방식일 수도 있다.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
더 말하지 않는 마음.
상대방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감정을 조용히 삼키는 선택.


어떤 감정은
말로 옮기는 순간
작아지고, 가벼워진다.

“그때 나 좀 서운했어.”
“사실은 그 말이 아팠어.”

그 짧은 문장 하나에
며칠 밤을 버틴 마음이 담겨 있는데,
막상 꺼내놓으면
그 깊이를 설명하기엔 늘 부족하다.


그래서 침묵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내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 했다.


침묵은 차가운 게 아니라,
감정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는 조용한 배려일 때가 있다.

우리는 싸우지 않았고,
떠나지도 않았고,
그저 말이 끝난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서로를 붙들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왜 말을 안 해?”
“그렇게 있으면 몰라.”

하지만 어떤 마음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남는다.
그건 기대이자, 슬픔이자, 마지막 희망이다.


말이 멈춘 자리에도
식어가는 커피처럼,
마음은 여전히 거기 머물러 있었다.

그걸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면,
침묵도,
연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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