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도 되는 공간에 대하여
말을 꺼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 순간 느꼈다.
말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내 마음은 더 멀어지는 것 같다고.
어떤 관계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말이 없어도 편안한 사람,
그런 사람이
요즘 같은 날엔 더 그립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줄 때
굳이 내 감정을 해명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내가 괜찮아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사람 하나만 있다면,
사는 게 조금은 덜 고단해진다.
요즘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이해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왜 그랬어?”
“그건 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뭐가 돼?”
그 물음들이 다 틀린 건 아니지만,
어떤 날엔, 그 모든 말이 짐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저,
질문 없는 사람 옆에 있고 싶었다.
한 친구가 있다.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걸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사람.
예전엔 그런 관계가
‘심심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안다.
말 없이도 편한 관계야말로,
가장 깊은 신뢰 위에 있는 사이라는 걸.
요즘은
말을 많이 해도 가까워지지 않고,
공감한다고 말해도 서로를 잘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은
마음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쉼터 같은 존재다.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요즘 같은 날엔
그걸로 충분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옆에 조용히 앉아만 있어주는 사람.
지금,
내겐 그 사람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