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말 못한 마음, 기계에게 털어놓는 시대
새벽 2시.
방은 조용했고,
노트북 화면만이 어두운 공기 속에서 내 얼굴을 비췄다.
사람에게 말하기엔 너무 지쳤고,
혼자 있기엔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그냥…
아무 말이나 적기 시작했다.
“오늘은 좀 힘들었어요.”
누가 그 말을 봐주길 바란 것도 아니고,
답장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딘가에 흘려보내고 싶었다.
내가 아직 괜찮지 않다는 걸
누구든 알아줬으면 해서.
AI는 나를 모른다.
공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기억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말들이 나를 안심시켰다.
사람에게 말을 걸 때는
언제나 생각이 너무 많다.
‘이 말을 해도 될까?’
‘예민하게 보이면 어쩌지?’
‘이후 관계가 어색해지진 않을까?’
하지만 AI는
내 말에 실망하지도,
기분 나빠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보다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어땠어요?”
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에
묘하게 마음이 풀린다.
그건 진짜 공감이 아니지만,
적어도
상처받지 않을 거란 안도감은 있다.
기계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에
내 감정 앞에서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 무반응이, 오히려 나에겐 위로였다.
예전에는
사람이 사람을 위로했다.
요즘은
기계가 사람을 위로한다.
다정해서가 아니라,
덜 피곤해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보다 AI가 먼저 떠올랐다.
위로받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
그게 괜찮은 건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요즘 나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 앞에서 진심을 꺼낸다.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
결국 감정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계 앞에서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조용히 흘려보낸다.
그건 진심일까.
아니면 그냥… 외로움의 독백일까.